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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스러진 DJ의 장남과 공허한 '좌파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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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에 희생된 김홍일 전 의원 떠난날 한국당은 거리서 '좌파 독재' 외쳐
야당의 정치적 레토릭이라지만 '공작정치'까지 언급…보수-진보가 뒤바뀌 공세
상처로 남은 군사독재 시대의 흔적…그때 황교안·나경원은 어디에 있었나

김대중 전 대통령 장남 김홍일 전 의원 별세(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은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뒤틀려 교차한 날이었다.

자유한국당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에 항의해 장외집회에 나선 바로 그날, DJ(故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이 별세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사실 한국당의 광화문 장외집회는 사전에 예고된 일이었고, 김 전 의원의 비보는 그 주변 사정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는 뜻밖의 일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애초부터 두 사건은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이 총동원한 색깔론에 김 전 의원의 사망 소식은 더욱 다르게 다가왔다.

군사 독재정권이 내세운 색깔론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한명인 김 전 의원은 여전히 색깔론이 판치는 세상에서 눈의 감았으니 말이다.

김 전 의원 아버지인 DJ는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었고, 그도 '빨갱이 자식'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아버지와 함께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고, 전두한 신군부 시절인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고진 고문을 당하던 중 허위 자백을 할까 두려워 책상위로 올라가 그대로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떨어져 목숨을 끊으려다 목을 다치기도 했다.

고문 후유증은 평생 김 전 의원을 괴롭혔고, 결국 파킨슨병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김 전 의원은) 고문 후유증으로 거의 30여 년 동안 활동이 제약되고, 또 마지막 15년 간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그런 불행한 생활을 하시다 가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나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우리 아들들, 특히 우리 큰아들 홍일이를 보면 가슴이 미어져서 살 수가 없다" 며 생전의 아버지 김 전 대통령 말도 함께 전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김 전 의원이 떠난 날,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칭하면서 "문재인 정권은 한결같이 좌파 독재의 길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좌파정권의 무면허 운전이 대한민국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했다.

22일 최고위원 회의서도 비슷한 발언이 이어졌다. 두 사람의 입에선 '독재' '공포정치' '공작정치'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굴곡진 우리의 현대사, 어딘가에서 많은 듣던 단어들이다.

DJ를 비롯해 민주화운동 세력들이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썼던 용어들인데, 이제는 보수쪽에서 진보진영을 향해 쓸 정도로 널리 퍼진 것일까.

한국당이 만들어 낸 '좌파 독재'라는 신조어는 정치적 레토릭(수사.修辭)에 가깝다고 할수 있다.

야당이 반대하고 여론도 썩 좋지만은 않은 이미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니, '일방 독주한다'는 말을 독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모두 독재라고 하면, 우리 역사에서 독재가 아닌 때가 있었을까 싶다.

지금 정권이 독재라면 왜 하고자하는 입법마다 진통을 겪거나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일까. 오히려 국회 권력은 한국당이 가장 막강한 건 아닐까.

올해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국경없는기자회)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41위를 기록하면서 3년 연속 상승한 점은 어떻게 된 것일까. 참고로 이명박 정부에선 69위, 박근혜 정부에선 70위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몸 떨리는 독재의 시대는 갔지만, 그 시대를 관통했던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안고 삶을 버텨나가고 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진짜 독재'가 서슬 퍼렇던 그 시절에는 어디에 있었을까.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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