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탐지견 메이.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교수 성추행과 동물 학대 의혹으로 서울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학생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지만 서울대는 '비공개 조사' 원칙을 내세우며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실험동물 학대와 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시끄러운 서울대서울대는 21일 수의과대학에서의 실험동물 학대 의혹과 인문대학 교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는 진행 중이던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 등에서 실험동물이 건강을 잃고 죽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려 "개들을 구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 교수 연구팀이 복제된 국가 사역견을 상대로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을 했다"면서 "서울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관련 연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장이 커지자 서울대는 뒤늦게 지난 19일부터 이 교수의 실험동물자원관리원장 직무를 정지하고 관련 연구를 중단시킨 상태다.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교수에 대해서는 '단식'까지 병행한 학생들의 중징계 요구가 거세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지난 2017년 외국에서 제자를 성추행한 의혹 해당 학과 소속 A 교수에 대해 지난해 12월 "정직 3개월 이상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징계위원회에 전달했다.
학생들은 "A 교수는 정직이 아닌 파면 처분을 받아야 한다"며 "징계위원회의 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학생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같은 요구를 내세운 인문대학 이수빈 학생회장은 지난 3일부터 14일 동안 단식을 단행하다가 "장기 손상으로 영구 투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는 병원 측의 진단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이 중단한 단식은 서어서문학과 신유림 학생회장과 A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윤민정 공동대표가 지난 17일부터 이어가고 있다.
◇ 학생들 위험한 단식투쟁하는데 서울대 "조사 비공개 원칙" 고수학생들이 건강을 담보로하는 단식 투쟁까지 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서울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A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 심의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이 교수에 대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조사도 베일에 싸여있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대는 "연구윤리팀의 조사와 징계위원회의 심사는 공정성과 명예 등을 위해 원칙적으로 비공개"라고 설명했다.
"일정과 진행 상황이 심지어 피해자에게도 알려지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한 원칙이 그렇다"는 답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동물학대 의혹은 이제 막 조사에 착수한 상태며, A 교수에 대해선 성추행 의혹과 별개로 연구 부정 논란에 대한 연구진실성위원회의 판단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