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이 19일 오후 진주경찰서 앞에서 언론에 얼굴이 공개됐다. (사진=이형탁 기자)
2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을 두고 경찰 등 사정당국 책임론에 대한 공방이 일고 있다. 피의자 안인득(42)의 이상 행동이 수차례 신고됐는데도 경찰이 사전에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장 출동 경찰관을 무작정 비판할 수 없고 초동 대응 시스템 등 제도적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반론도 있다.
▷ 총리까지 경찰 질책하자 반발 여론도… "경찰관 문책 중단" 국민청원 올라와지난 19일 '진주 사건과 관련하여 출동 경찰관에 대한 문책을 중단할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청원은 하루 만에 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자신을 경찰관 가족이라고 소개한 해당 글 작성자는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을 보고 충격과 비통함을 느꼈지만 분노의 화살이 경찰에게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출동한 경찰관 개인 실수나 태만이 아니라 여러 법 제도 부재와 땅에 떨어진 경찰관 권위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관이 조현병 환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했는지 궁금하다"며 "체포하거나 강하게 제지했다면 법적 분쟁에 휘말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인득은 사건 발생 수개월 전부터 오물 투척 등 이상행동을 보였고 조현병을 앓았다. 주민들은 수차례 안인득을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이에 경찰이 제대로 조사하거나 정신병력(조현병)을 확인하지 않아 사건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지난 18일 경찰 대응 문제점을 지적해 논란은 커졌다. 이 총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경찰이 참사를 미리 막을 수 없었는지 등 많은 과제를 안게 됐다"며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합당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차례 신고에도 조처 없어" vs "시스템 문제…경찰 비난 말아야"그러나 경찰 조직 안팎에서는 출동 경찰관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건 무리라는 반발이 나온다.
한 일선서 과장(경정)은 "단순히 상태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격리나 긴급 입원 등을 시킬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만일 그랬다면 인권 침해라고 비판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팀장급 간부는 "정신병력을 파악하려면 개인정보라면서 영장을 받아야 하고 보건소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결국 시스템 문제가 본질이다. 경찰 몇명 징계한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구대나 파출소 등 치안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들은 무작정 비판하기보다 현실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 있는 경관은 "일주일만 지구대 파출소에서 일해본다면 쉽게 대응 책임을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지구대장(경정)은 "정신이 아픈 사람이 범법자는 아니다"라면서 "강제 입원은 의사 2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범죄 혐의가 없는 상태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