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헬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한 미군 소속 아파치 헬리콥터가 새벽시간 주택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에서 야간 비행훈련을 진행해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더구나 미군 측은 주민들의 큰 불편이 예상되는데도 야간 비행 훈련에 대한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의 헬기 훈련은 지난 15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30분까지 아파트와 주택이 밀집한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과 민락동 일대 상공에서 진행됐다.
잠자리에 들었던 주민들은 요란한 헬기 소음으로 잠에서 깨는가 하면, 붉은 불빛을 내뿜으며 예고 없이 출현한 헬기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새벽시간 의정부시청을 비롯해 경찰서, 소방서 등에는 불안에 떤 주민들의 민원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또 주민들이 헬기 소음으로 인한 불안감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카페 등에 올리면서 '의정부 헬기'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국방부는 평택 미군기지에서 올라온 아파치 헬기가 고산동에 위치한 '캠프 스텐리'를 기점으로 야간 비행훈련을 실시하고 복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이 잠자리에 든 6시간 가까이 무엇 때문에 비행훈련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군사기밀'이란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야간 비행훈련과 관련해 의정부시는 사전 통지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와 미군이 오히려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셈이다.
미군이 사전 통지 없이 군사훈련을 진행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캠프 스텐리 옆 빽벌마을 주민들은 밤낮 없이 들려오는 헬기 소음으로 수십년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경수 빽벌발전협의회 부위원장은 "하루에 많게는 70~100대, 적게는 20~30대의 헬기가 밤낮 가리지 않고 이착륙 한다"면서 "훈련을 나가기 전 20분 이상 시동이 걸려 있는 헬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의정부시도 미군이 헬기 야간훈련을 실시해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야기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안병용 시장은 16일 오전 데니스 스캇 맥킨 미2사단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사전 통지 없이 진행된 일방적 야간훈련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맥킨 2사단장은 헬기소음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것에 사과하고, 향후 훈련 시 사전 통지하겠다고 뒤늦게 약속했다.
심각한 '주민 불편'과 '불안'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미군 측이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이 우리의 동맹국이라해도 이런 처사는 '한국인을 무시하는 오만함'으로 비춰져 주민들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국방부와 경기도, 의정부시 등 정부와 자치단체들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