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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김혜준은 김윤석의 '이 디렉션' 후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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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미성년' 주리 역 김혜준 ①

영화 '미성년'의 김혜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별문제 없이 사는 중산층 집안의 '모범생 딸' 주리는 어느 날 아빠 대원(김윤석 분)의 비밀을 알게 된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윤아(박세진 분)의 엄마인 미희(김소진 분)와 바람났다는 것. 적어도 엄마 영주(염정아 분)만은 이 사실을 모르기를 바라며 안간힘을 쓰는데, 윤아가 그만 엄마한테 이 사실을 폭로하고 만다.

지난 11일 개봉한 '미성년'(감독 김윤석)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대원과 미희의 불륜이라는 '사건'보다는, 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등장인물이 어떤 모습인지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김혜준이 맡은 주리는 '플레이어'다. 아빠의 불륜 상대가 누군지 알고 싶어서 덕향오리에 직접 가고,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태연한 아빠가 미워서 등짝을 퍽 후려갈기며, 속을 뒤집어놓는 비웃음을 날리는 윤아에겐 몸싸움을 건다. 미희가 조산한 아이가 세상에 나오자, 이를 매개로 윤아와 조금씩 친해진다.

열일곱 살 딸에게 신용카드나 하나 만들고 가라고 할 만큼 도박 자금 만들기에만 혈안이 된 아빠, 불륜의 결과로 임신까지 했으면서 '아들이라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는 엄마가 있고, 자기 사연이 비교적 풍부하게 펼쳐지는 인물은 윤아다. 김혜준 역시 처음에는 윤아 역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김혜준은 점차 모두가 포기하려고 할 때, 손을 놔 버리려고 할 때도 끝까지 끌고 가는 건 주리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혜준을 만났다. 그는 엄마 영주처럼 감정을 꾹꾹 눌러담는 주리를 연기하며, '충분히 표출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언론 시사회 때 '미성년'을 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웃기더라.

사실 관객분들이 그렇게까지 빵빵 터질 줄 몰랐다. (웃음) 굉장히 진지한 상황이고 굉장히 치열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주는 아이러니함 때문에 웃음을 유발했던 것 같다. 찍는 저희는 굉장히 진지하게 찍었다, 웃기려고 하지 않고. 캐릭터로 웃기려는 게 아니라, 상황으로 웃음을 주는 건 감독님이 의도하셨던 것 같다.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 500:2라는 경쟁률을 뚫고 주리 역에 캐스팅됐다. 다른 오디션과 달리 편하게 봤다고 한 인터뷰를 봤다.

편안한 마음으로 봤다기보다도 (김윤석 감독이) 편안한 마음으로 보게 해 주셨다. 감독님이랑 1:1로 대화하는 것도 떨렸는데 거기다 김윤석 선생님과 1시간 대화하다니… 한 10분, 15분 지나니까 긴장이 굉장히 풀리더라. 뭘 물어보시고 어떤 걸 시켜보신 게 아니라 인간 김혜준은 어떤 사람인지 되게 궁금해하셨다. 제가 어떤 애인지 꾸미지 않고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편했다. 물리적으로도 1시간이라서 처음 들어가서 긴장했을 때 1, 2분 보고 나오는 것보다는 확실히 편안했다.

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감독님이랑 1:1이랑 대화를 한 적은 있지만… 역시 배우를 하시는 선배님이어서 그런지 배우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신다고 생각했다.

김혜준은 '미성년'에서 아빠의 비밀을 알아채고 엄마가 이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애쓰는 모범생 딸 주리 역을 맡았다. (사진=㈜영화사 레드피터 제공)

 

▶ 주리 역은 언제 받게 된 건가.

4차 오디션 보고 (합격)됐다고 했을 때 주리 역할이라고 알려주셨다.

▶ 오디션 과정에서 주리와 윤아 역할 둘 다 짧게나마 경험해봤는데 서로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았는지.

음, 윤아는 굉장히 아픔도 많고 외롭고 안타까웠다.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느낌도 있었다. 주리는 조금 어려웠다. 아무래도 많은 감정 표현을 하는 것도 아닌데, 끝까지 애가 뭔가를 끌고 가는 것 같아서 되게 어려웠다. 그래서 처음에 감독님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셨을 때 윤아 역할을 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주리는 여려 보이지만 굉장히 단단하다. 모두가 손을 놔버릴 때 끝까지 끌고 가는 건 주리더라. 그런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어린아이인데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김윤석 감독에게 들으니, '서툴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뽑았고 그게 두 사람(김혜준-박세진)이라고 말했다. '서툴지만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저도 잘 모르겠다. (웃음) 오디션 때는 정말 (머리가) 새하얘지도록 긴장됐다. (오디션장) 나와가지고는 뭐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다만, 제 모습이 나올 수 있도록 감독님이 시간을 많이 주셨다. 어떤 장면을 (연기)했다고 하면 '한 번 더 해 볼까요?', '이렇게 해 볼까요?' 하고 기회를 여러 번 주셨다. 긴장 안 하고 본인의 것이 나올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저도 하면서 힘을 많이 빼고 했던 것 같다. 뭔가를 보여주거나 스킬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대사에 담긴 뜻을 말하려고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잘 끌어내주셨다, 제가 잘했다기보다.

▶ 주리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나갔는지도 궁금하다.

제가 무언가 만들어내는 데엔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대본 자체에 (캐릭터가) 구축이 많이 돼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김윤석 감독이) 잘 그려주셨던 것 같다.

▶ 윤아 역을 맡은 박세진, 김윤석 감독과 한 달 넘게 같이 대본 연습을 했다고 들었다.

주리와 윤아는 같이 손잡고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사건의) 발단인 옥상에서의 장면을 좀 더 입체적으로 살려보려고 감독님하고도 대화를 굉장히 많이 했다. 대사도 많이 수정하고 연습도 한 달 정도 거의 맨날 해서 장면을 풍부하게 꾸몄던 것 같다. 장면이 살면 캐릭터가 공감을 사니까.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영화 연출 첫 데뷔작이기도 하다. 사진은 촬영 현장에서 김혜준, 김윤석, 박세진(아래 사진 맨 오른쪽)의 모습 (사진=㈜영화사 레드피터 제공)

 

▶ 이런 연습과 훈련이 실전에서도 도움이 많이 된 편인가.

아무래도 정말 많이 되지 않았을까. 저희도 모르게 녹아드니까 모르겠는데, 오디션에서 붙고 개인적으로 준비하다가 크랭크인 날에 가서 했다면 적응하는 시간도 오래 걸렸을 것 같다. 몸 푸는 것도. 거의 매일 만나서 연습하고 분석하고 수정하고 밥 먹고 술 먹고 그런 과정들 덕분에, (캐릭터 분석을) 이미 끝내고 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 밥 먹거나 술 마실 때도 연기 얘기만 주로 하는지.

물론 연기 얘기도 많이 한다. (웃음) 작품으로 만났으니까. 작품 얘기를 기본으로 너의 삶,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아빠가 딸에게 해 주는 조언까지 되게 재밌게 평범하게 대화했던 것 같다. (저희가) 긴장하지 않게 많이 풀어주시려고 노력한 것 같다.

▶ 그렇게 노력해서 만든 주리 캐릭터에 완전히 이입했다고 느낀 때가 있나.

(이입해서) '짜릿해!' 이런 건 아니었다. 후반부에는 주리 (역할을) 끝내고 집에 왔을 때 너무 힘들었다. 주리도 꾹꾹 눌러담지 않나, 표출하지 못하고. 그걸 두 달 하다 보니까… 주리는 꾹꾹 눌러담는다고 해도 김혜준이 생각할 때는 참을 수 없고 속상한 일이더라. 그런 장면을 찍을 땐 집에 와서 많이 속상했던 것 같다. (웃음) 세진이도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

▶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연출 첫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현장에서 경험한 '감독' 김윤석은 어땠나.

선배님은 그냥 저희가 집중할 수 있도록 늘 같이 호흡해주셨다. 물론 감독님이니까 디렉션을 주셨고, 선배님이 나오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배우로서 같이 연기해주셨다. 제가 감정이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고 끄집어내주셨던 것 같다, 배우로서도 감독님으로서도. 배우인 감독님이니까 어떻게 하면 감정이 좀 더 풍부하게 나올지를 귀신같이 아시더라.

▶ 그렇게 귀신같이 알고 짚어줬던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인지는 기억이 안 나고 디렉션은 기억이 난다. 제가 초반에 긴장을 많이 하면서 눈을 깜빡이는 습관이 있었나 보다. 그걸 보시더니 '주리야, 눈을 의도적으로 많이 깜빡이지 말아 봐'라고 하셨다. 그랬더니 사람(상대)을 집중적으로 보게 되더라. 그러곤 그 순간에 쑥 빨려 들어가게 되더라. 상대 배우의 호흡에 집중하게 되고 말을 듣게 되고. 상대에게 집중하라는 걸 신체적으로, '눈을 깜빡이지 말라'는 제안으로 깨닫게 해 주신 것 같다. 눈을 깜빡이지 말라는 디렉션 덕분에 저는 뒤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촬영 시기는) 미희랑 산부인과에서 만났을 때 그 정도쯤이었던 것 같다.

배우 김혜준 (사진=황진환 기자)

 

▶ 아빠인 대원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윤아의 엄마인 미희와 바람이 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래 주리의 집은 어떤 분위기였을까.

정말 평범한 가정이었을 것 같다. 엄마는 착하고 아빠는 나쁘다가 아니고. 엄마를 좋아하지만 엄마한테 늘 살갑지만은 않은? 현실적인 걸 생각하면서 복잡한 이중심리를 담으려고 했다. 엄마에게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들켜버렸으니 '시간 없다니까!' 하고 나가버리고, 도시락 갖다주는데도 고맙다고 말도 못 하고 쳐다만 보고 있고. 아빠도 미운데 완전히 미워하지는 못하고 어깨 주물러주고… 되게 현실적으로 반응하려고 고민했던 것 같다.

▶ 대원에게 "아빠 딸 안 해!"라고 할 때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그게) 주리가 아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상처라고 본다. 아빠 보고 도망가거나 (아빠를) 안 본다기보다 "나는 이제 아빠 딸 안 해"라고 하는 게 제일 크지 않을까. 주리가 아빠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존재니까. 그 순간에는 정말 진짜였을 것 같다. 나중에는 돌아오겠지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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