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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부터 요트까지…커지는 '구독경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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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타일 알지? 알아서 주문해"
빅데이터‧AI 기반 '큐레이션'이 키포인트

#1.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친구들에게 몇 개의 사이트를 추천받고 일상이 훨씬 여유로워졌다. 생수와 샴푸, 세제 등은 생필품 구독서비스와 식재료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니 인터넷쇼핑과 상점 방문 시간 등이 절약됐고, 면도날 정기배송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녹이 슨 면도날로 면도를 하다 얼굴을 베는 일도 없어졌다. 김씨는 이렇게 늘어난 휴식시간이 꽤 만족스럽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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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급성장하고 있다. 구독경제는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모델이다. 공유경제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과거에는 구독경제 대상이 신문이나 잡지, 우유 등에 한정됐다면 이제는 그 대상이 영화와 음악 등 미디어 콘텐츠, 면도날 등 생필품, 요트 등 고가품에 이르기까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기술적 변화로 구독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했다. 다만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구독경제 시장에서 낙오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영화‧음악 등 미디어 콘텐츠에서 자동차‧요트까지…부인과 자식 빼고 다 바꾸는 시대 온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mckinsey)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공유경제 시장은 매년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는 '넷플릭스' 등 미디어 콘텐츠가 구독경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온라인을 통해 상품‧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 중 46%는 넷플릭스 등 미디어 구독서비스에 가입했고, 정기적으로 제품을 제공받는 제품 구독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는 15%에 불과했다.

다만 구독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인기를 보면 향후 제품 구독서비스 시장의 전망은 밝은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구독사이트는 ▲생필품 정기배송시 최대 15%를 할인해주는 '아마존 S&S(Subscribe&Save)' ▲면도기날 정기 배송 서비스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피부톤과 머리색, 등을 입력하면 화장품 샘플을 보내주는 '입시(Ipsy)' ▲식재료 배송 서비스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 ▲랜덤 화장품 박스인 '버치박스(Birchbox)' 등 이었다.

BMW와 볼보, 벤츠, 포드, 캐틸락, 포르쉐 등 상당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일정금액을 내면 자사의 차를 이용 가능한 구독서비스를 내놓은데 이어 공유서비스 소프트웨어업체인 '주오라(Zuora)'는 요트와 제트기 공유서비스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형태의 구독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e커머스기업 '쿠팡'은 생필품을 저렴하게 정기배송해주고, 스타트업 '와이즐리'는 면도날을 정기 배송해준다. 아모레퍼시픽의 '스테디', 애경산업의 '플로우' 등도 피부타입에 따라 정기적으로 화장품을 보내준다. '테이스티샵', '마이셰프' 등은 메뉴를 고르면 식재료를 배송해준다.

넷플릭스 등 인터넷동영상(OTT) 구독서비스, '멜론'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 등 영화 구독서비스, '밀리의서재' 등 전자책 구독서비스 등 구독경제의 전통 강자인 미디어 구독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 "아버지보다 가난한 세대의 등장+기술진보=공유경제 등장"…"핵심역량은 '큐레이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전문가들은 구독경제가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는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16년 4200억 달러(약 469조 원)에서 2020년 약 59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경제권에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아버지 세대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 소유하고 싶어도 소유하기 위한 가처분 소득이 충분치 않은 세대가 나오고 있다"며 "소유를 할 수 없다면 공유나 경험으로 갈 수밖에 없고 기술이 이런 공유와 경험의 비용을 줄여주는 등 경제적‧기술적 변화가 구독경제가 나오게 된 배경"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을 보면 집과 차처럼 과거에는 당연히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빠른 속도로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로 편입되고 있다"며 "'부인과 자식만 빼고 다 빠꾸라'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어록처럼 구독경제를 할 수 없는 산업이 어떤 것인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구독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보면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해 소유하게 하는 기존 비지니스 모델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며 "소수의 소비자에게 무리하게 푸쉬해서 제품을 팔기보다는 다수의 소비자가 제품을 일단 사용하게 해서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제품이 소비될 수 있도록 비지니스 모델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 교수는 이어 "소모품은 구독서비스로 구매할 경우 전체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내구제는 소유경제에서는 싫증이 나도 쉽게 바꿀 수 없었지만 공유경제는 쉽게 바꿀 수 있고, 고가품의 경우 소유경제에서 시장에 편입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구독경제에서는 편입될 수 있다"며 "크게는 소모품과 내구제, 고가품 등에서 구독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 된다"고 내다봤다.

구독경제가 거대한 흐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큐레이션'이 전제되지 않으면 해당 시장의 승기를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별로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구독서비스의 재등록 비율은 32%인 반면,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보여주는 구독서비스의 재등록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3%였다.

또 구독서비스 이용자 중 28%는 '선별적인 맞춤 추천서비스'를 구독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고 있는 상황.

위 교수는 "구독경제는 관리하고 운용해야 하는 제품‧서비스가 많을수록 좋은 모델이고, 이는 매월 일정액의 돈을 회비로 납부하는 소비자들을 오래 회원으로 잡아둘수록 유리하다"며 "그런 면에서 고객의 과거 소비 패턴 등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하고 고객이 좋아할만한 제품을 적시에 얼마나 정확하게 추천하느냐가 기업의 중요한 역량이 된다"고 밝혔다.

서 교수도 "고객이 정말 좋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추천하기 때문에 구독경제가 (다른 비지니스 모델보다) 파워풀한 것"이라며 "과거에는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지만 AI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해야 할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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