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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2심서 징역 7년…"위력 추행도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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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극단원 아니지만 충분히 위력관계…형량 늘어
재판부 "피해자들 꿈과 희망 짓밟았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의 상습 강제추행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관행이 아니라 지속적인 권력형 성범죄다."

상습 성폭력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받은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배척했던 위력에 의한 추행이 유죄로 인정됐다. 법정에 모인 피해자와 연대 단체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씨의 성범죄를 규탄했다.

26일 서울고법 형사6부(한규현 부장판사)는 상습 강제추행, 유사강간치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성폭력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 조치도 병과했다.

1심보다 형량이 1년 늘어난 것은 추가기소된 부분이었던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가 유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씨가 2014년 밀양 연극촌에서 극단원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킨 혐의와 관련한 것으로, 1심에서는 해당 피해자가 정식 극단원 신분이 아니어서 업무나 고용상 관계가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력으로 추행한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이씨가 감독으로 있던 연희단거리패의 정식 단원은 아니었지만, 안무 관련 일을 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던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피해자가 작성한 업무일지 상에서 안무에 큰 노력을 들이고 있는 점, 피해자가 안무를 계속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직장 선택의 기준으로 삼은 점 등을 충분히 헤아렸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단에서 정기적인 급여를 받지 않았고 다른 곳에 취업된 상태라는 점이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보호감독 관계를 부인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습 강제추행과 유사강간치상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도 모두 기각했다. 이씨의 신체접촉이 연기지도의 일환이었고 피해자들이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도제식 교육·고용관계에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해 피고인의 신체접촉을 승낙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주된 진술은 충분히 일관적"이라며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부분이 불분명한 것만으로는 진술 배척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날 하늘색 수의를 입고 나온 이씨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내내 서서 재판부의 선고를 들었다. 이씨는 검찰이 상습 강제추행죄가 신설되기 전 범죄사실을 모두 적시한 것에 대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상습성을 인정하는 자료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보호감독 아래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장기간 반복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고 그들의 꿈과 희망도 짓밟았다"며 "그럼에도 아직 자신의 행동이 연기지도이며 동의 아래 이뤄졌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고령인데다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고 연극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선고 후 법정을 나온 피해자들과 연대 단체 관계자들은 1심보다 전향적인 판결이 나온 것에 기뻐하며 서로 얼싸안고 뛰기도 했다. 이씨를 고소한 피해자는 23명으로 전국성폭력상담소 등 141개 단체와 공동변호인단 104명이 '이윤택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해 왔다.

이씨의 성폭력 범죄를 처음 폭로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이윤택을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나서서 따져 묻지 못했다"며 "혹시라도 꽃뱀으로 몰리는 일이 다시 생길까봐 스스로 피해자다워 보이려 애썼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피해자들이 조심할수록 가해자들은 일터에서 건재하고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하고 있다"며 "이윤택은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반성이나 진심어린 사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책위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이백재령 음악극단 콩나물 대표는 "현재 기소된 부분은 공소시효가 남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윤택과 같은 상습적인 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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