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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과 사투 벌인 소방관'…현장도착 시 주민대피 판단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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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119안전센터 발화지점에서 가장 근접
소방력 한계 넘어선 산불과 사흘간 사투
민가피해 막지못해 '아쉬움·미안함' 묻어나

지난 5일 강원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동해시 주택가까지 위협하고 있다. (사진=동해소방서 제공/연합뉴스)

 

"산불 현장에 도착했을때 이미 우리 소방력 한계를 넘은 상황이라 주민 대피부터 생각했습니다"

지난 4일 발생했던 강릉 옥계 산불 발화지점에서 가장 근접한 곳에 위치한 옥계119안전센터장의 말이다. 화재가 발생한지 닷새째인 8일 오후 만난 조병삼(47) 센터장은 "지난 2000년 삼척 산불 이후 그렇게 돌풍을 동반한 산불을 처음"이라며 "인명피해가 없어 정말 다행"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화재로 250㏊ 산림이 훼손되고 주택 80여 채가 파손됐다.

조 센터장은 그날 모든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말문을 열였다. 화재 신고 접수는 지난 4일 밤 11시46분쯤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옥계119안전센터 직원들이 도착한 시각은 11시54분. 불과 9분 만에 도착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조 센터장은 "화재가 남양2리 뒷산에서 좌에서 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었다"며 "이미 소방력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해 도착하자마자 지원 요청부터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소방 상황실에서 어느 정도의 지원 요청이 필요한지 조 센터장에게 물었고, 조 센터장은 동해·삼척에서 가용한 모든 차량을 요청했을 정도로 긴박했다.

화마와 싸우는 소방대원. (사진=박종민 기자)

 

그 순간 조 센터장과 직원들은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자력으로 진화가 어려웠고 산불이 민가로 향했기 때문이다.

조 센터장은 "도착해서 30분 가량이 가장 혼란스러웠지만, 남양리와 도직리, 남천리에 어르신들이 많은 만큼 빠른 대피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옥계 전 지역주민의 대피가 필요하다고 상황실에 전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옥계지역 주택 80여 채가 불에 탔지만, 조 센터장의 빠른 판단으로 화재 발생 이후 1시간여 만에 주민 모두가 신속히 대피하면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주민들이 대피한 이후 조 센터장과 직원들은 4일 밤부터 다음날 오후 7시 30분까지 바람을 타고 확산되는 산불을 막는데 주력했다. 약 20시간 동안 제대로 먹지도, 쉬쥐도 못한 채 산불과의 사투를 벌였다. 이들은 주불 진화 작업 이후에도 잔불을 잡느라 사흘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강릉 옥계119안전센터 조병삼 센터장(사진 가운데)과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전영래 기자)

 

소방공무원으로 임용한 지 5개월째라는 최종윤(28) 소방사는 "처음으로 출동한 산불 현장에서 세상에 이런 불이 있나 할 정도로 불이 너무 컸다"며 "무섭기도 했지만 주민들을 위해 빨리 진화해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이 없었지만 큰 불로 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며 "위험하기도 했지만 끝나고 지역주민들이 안도하는 모습을 보고 소방관으로써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은 흐뭇하게 막내급 직원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조 센터장은 "이번 화재는 봄철 '양강지풍'으로 불리는 전형적인 돌풍을 동반한 산불로 인간이 자연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됐다"며 "망연자실한 이재민들을 보면 민가 피해를 막았어야 했다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여전히 묻어난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재 가지고 있는 소방 호수와 장비 등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선진장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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