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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이팔성 "MB에 도움 기대하고 대선자금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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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 직접 제안했는데 탈락"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 중 한명인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 대선자금 지원에 목적성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5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 이 전 회장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증인소환 때 불출석해 재판부가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이날 직접 법정에 나왔기 때문에 집행은 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17대 대선을 치를 때 자금을 지원한 이유에 대해 "가깝게 계신 분이 큰 일을 하게 돼서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피고인이) 잘 되시면 제가 생각해온 일들을 도움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먼저 전화가 와 한국거래소(KRX) 이사장 자리를 제안받기도 했다"며 "이 전 대통령은 (내가) 측근들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회장에게 국회의원 공천, 금융권 고위직 선임 청탁을 받고 22억5000만원, 1230만원 상당의 양복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이른바 '이팔성 비망록'이 주요 증거로 쓰였다. 비망록은 2008년 1월에서 5월 사이 이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일기·메모 등이다.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뇌물 액수와 전달 일시·장소, 청탁 내용 등이 자세히 기재됐다.

특히 비망록에는 자신에게 마땅한 자리를 주지 않는 이 전 대통령을 원망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도 이 전 회장은 "KRX를 저보고 하라고 했으면 제대로 해 놨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사장 직에 공모해 탈락한 후 원망이 담긴 글을 쓴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에게 11억5000만원을 제공한 것이 산업은행장 등이 되도록 부탁하는 취지였냐는 질문에도 이 전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하려고 성동조선해양에서 20억 원을 받은 사실도 인정했다.

2007년 7월에는 서울 가회동을 찾아가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도 증언했다. 이 전 회장은 "사전에 이상주 변호사와 통화를 하고 가회동에 갔다"며 "대문이 열려서 안에다 (돈 가방을) 놨고 (여사님은) 저쪽 마루에서 얼굴만 봤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비망록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는 데 집중했다. 특히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줬다고 인정한 금액은 19억원인데 왜 비망록에는 30억원이라고 더 큰 액수를 썼는지 추궁했다. 이 전 회장은 "(원망스러운) 감정이 섞여서 30억원이라고 부풀려서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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