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형 게임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 (이미지=애플)
5G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IT 및 게임업계의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마이크로소프트 'XCloud', 밸브 '스팀 링크 애니웨어', 구글 '스테디아', 텐센트 '스타트', 아마존 등이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하거나 올해 출시 예정이다.
◇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봇물…애플은 앱스토어 기반초고화질, 초고속 프레임, 초저지연 환경의 4K급 AAA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고사양 PC나 스마트폰, 콘솔박스를 구비해야 한다.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은 일반사양 수준에서도 GPU 등 고급 하드웨어 설치나 물리적 저장공간이 필요 없는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PC와 스마트폰, TV 셋톱박스 등 소비자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기에서 설치 없이 접속만으로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트리밍은 구독 방식이어서 사용자로부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Forrester)의 수석 애널리스트 토마스 허슨은 CNBC에 "클라우드 게이밍을 통해 퍼블리셔는 어떤 장치나 화면에서든 새로운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고, 음악이나 동영상 외에 게임에서도 반복적인 스트리밍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의 경우 IT 인프라에 점점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하는 게임 퍼블리셔에게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나 기업 입장에서 이처럼 편리하고 안정적인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지만 서비스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는 애플의 행보는 조금 달라보인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TV 등 자사의 장치에서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를 공개했다. 구글 '스테디아' 등이 클라우드 크로스 플랫폼 기반으로 사용자 기기 환경에 제한을 최소화한 반면, 애플은 강력한 앱스토어 기반에 '애플 아케이드'를 집어넣었다.
애플 아케이드는 단순함과 배타성이 특징인 애플의 고집이 고스란히 뭍어있다. 올 가을 글로벌 150여 개 지역에 출시예정이지만 애플 아케이드에 의문을 가진이들도 많다. 앱스토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을 왜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하도록 만들었는지 말이다. 애플은 스포티파이와 경쟁하는 스트리밍 뮤직 서비스 애플뮤직을 안드로이드에도 진출시켰다.
애플이 이같은 전략을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 게임 '청정지역'…예술적 수준 높은 AAA 게임으로 승부수애플은 아케이드를 무료지만 광고 노출이나 아이템 등 인앱 결재 게임의 홍수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이른바 '청정지역'으로 선포했다. 무엇보다 기존 앱스토어 게임이 아닌 타 플랫폼의 AAA 게임들과 경쟁할 것을 분명히 했다. 앱스토어에 아케이드라는 별도 탭을 추가한 것이다.
특히 애플 아케이드 게임은 iOS, 맥OS, tvOS에서 모두 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엄격한 요구사항은 기존 게임 개발자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이 된다. 애플의 까다로운 조건은 9억대의 아이폰 등 14억대의 충성 고객 기반 서비스를 무기로 한다. 주 사용자층은 하이엔드 지향, 높은 소비 성향을 가졌다.
애플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애플 기기의 거의 모든 사용자층은 잠재적인 사용자 기반이 되어 진입이나 플레이가 쉽고 높은 수준의 독점 게임을 경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애플은 발표에서 '호환 가능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살짝 흘렸다. iOS, 맥OS, tvOS 일정 버전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애플은 지난해 iOS 12를 업데이트하면서 최신 기종부터 6년 전 출시한 아이폰5S, 아이패드 에어까지 지원폭을 넓혔다. AAA 게임 외에도 다양한 장르와 레벨 게임을 출시해 애플 아케이드 사용자층을 지나치게 좁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가, 안나푸르나, 클레이, 코나미, 레고와 같은 크고 작은 스튜디오 작품을 소개하면서 독점 게임이나 수준 높은 서비스 신뢰성에도 어느정도 믿음을 줬다.
팀 소닉 레이싱 (이미지=애플)
레고 독점 게임 브롤스 (이미지=애플)
◇ 독점 게임 스토어 '애플 아케이드' 구상애플 아케이드는 앱스토어와 달리 애플이 직접 관여한다. 이미 개발자들이 서비스 수준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애플의 아케이드 서비스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유명 브랜드의 게임을 유치하는 동시에 생태계 확장을 위해 인디 게임 개발자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실제 애플이 공개한 웨어 카드 폴(Where Card Fall), 팀 소닉 레이싱(Team Sonic Racing), 레고(Lego) 등의 타이틀은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독점 타이틀을 확보하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부터 애플은 개발자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전망이다.
다만 개발자의 고민은 모바일게임이나 PC게임 등에서 지속적으로 창출 가능한 수익을 포기할 것인가다. 물론 모든 게임이 수익을 발생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대신 구독형 게임은 안정적인 가입자 기반을 토대로 수익창출 압박에서 벗어나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최고의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임 수준과 가입자의 만족도가 동시에 올라가는 효과도 뒤따른다.
게임스팟(Gamespot)이 확보한 애플 아케이드 게임 목록을 보면 애플이 어떤 수준의 게임을 선호하는지 짚어볼 수 있다.
세가, 플래티넘 게임즈, 디벨로퍼 디지털, 안나푸르나, 코나미 등 유명 스튜디오와 퍼블리셔들이 대거 포함되며,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카구치 히로노부의 신작 판타지안(미스트워커), 더 패스리스(안나푸르나), 팀 소닉 레이싱(세가), 웨어 카드 폴(더게임밴드), 비얀드 어 스틸 스카이(레볼루션 소프트웨어), 오버랜드(핀지), 프로젝션: 퍼스트 라이트(쉐도우플레이 스튜디오), 핫 라바(클레이), 오션혼2: 나이츠 오브 더 로스트 림(콘폭스&브라더스), 레고 아트하우스/브롤스(레고), 브래드웰 컨스피러시(브레이브 플랜)등 100여 종의 게임에 증강현실(AR)까지 포함한 폭 넓은 장르를 표방한다.
이들 게임 중 상당수는 PC, 콘솔 전용으로 개발된 게임들이다. 여기에 애플 환경에 최적화된 독점 게임도 포진하면서 애플 아케이드 이용자들에게 신선함과 차별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모든 장르의 게임에는 확실한 예술적 감성과 창의성이 녹아 있다. AR 게임도 두 가지나 포함됐다. 선정성과 폭력성으로부터 어느정도 차단된 안전한 가족형 게임을 목표로 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애플 아케이드는 가족 공유를 포함해 최대 6명이 동일한 계정으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구독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원 공략에 집중한 구글 스테디아보다 애플 아케이드가 더 '넷플릭스 스타일'에 가까워 보인다.
애플은 "앱스토어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적인 게임 플랫폼"이라며 "애플 아케이드는 앱스토어를 보충해 iOS가 모든 연령대의 사용자를 위한 최고의 게임 플랫폼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앱스토어 기반 애플 아케이드 (이미지=애플)
◇ 맥 컴퓨터가 게이밍 컴퓨터로 이동애플 아케이드 게임의 상당수는 뛰어난 그래픽과 몰입감으로 이용자층에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겠지만 스트리밍 게임과 달리 디바이스 성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애플 디바이스 사용자 중 가장 수혜자는 맥 사용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맥은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과 함께 작년 맥OS 하이 시에라 업데이트, 4개의 썬더볼트 3 포트를 지원한다. 엔비디아는 제외 됐지만 써드파티 eGPU도 사용할 수 있다.
2016년 12월 마인크래프트 1.0 업데이트와 함께 야심차게 내놓았던 마인크래프트 애플TV 에디션이 관심 부족으로 지난해 중단되기는 했지만 안방 TV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애플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맥 사용자는 크롬 브라우저만 설치하면 구글 스테디아도 이용할 수 있어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스테디아는 온라인에 연결된 상태에서만 이용이 가능한 반면, 애플 아케이드는 다운로드 게임의 경우 오프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불안정한 네트워크 지역 사용자들이 반길만한 요소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애플 아케이드의 가격이 중요하다.
베어드 이쿼티 리서치 애널리스트 윌리엄 파워와 찰스 얼리크는 애플 보고서에서 "애플 아케이드의 가격과 선택 폭이 불확실하지만 장기적으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이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월 9.99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뮤직 월 구독료가 9.99달러, 패밀리 플랜이 14.99달러다.
나인투파이브맥이 실시한 온라인폴에서 전체 응답자의 32.16%는 월 5~6달러가 적당하다고 답했고, 23.21%는 9~10달러를 선택했다. 1~2달러라고 답한 응답자도 18.15%나 됐다. 다만 애플이 출시할 예상 가격은 42.49%가 10달러라고 답해 다소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라 인스티넷 애널리스트 제프리 크발은 "1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애플은 사용자 기반의 2%만 아케이드에 유치하면 된다"며 "페이스북 기반 소셜미디어 게임 업체 징가(Zynga)에서 게임 구매나 인앱 결제를 하는 비율이 2~4% 수준이다. 코나미, 세가, 레고와 같은 파트너에게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다면 아케이드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가을 출시되는 게임 아케이드에 100여 종의 전용 게임을 선보인다. (이미지=애플)
◇ 게임 강국 한국산 게임은 탑재될까국산 게임이 애플 아케이드에 탑재되는 비중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모바일게임은 RPG가 전체 매출의 67.2%를 차지할 정도로 치우침이 심하다. 아이템, 의상 등 인앱 결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고착화 되어 있어 애플 아케이드의 입점 규정과도 크게 배치된다. 애플 아케이드는 광고와 인앱 결제가 불가능해 전적으로 게임성에 의존해야 한다.
이같은 RPG 인앱결제 의존 현상이 큰 대형 게임사와는 별개로 인디게임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창의성과 예술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애플 특성에 맞춘다면 오히려 대형 게임사들과 앱스토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고도 애플 아케이드라는 새로운 판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RPG 장르 함몰과 과금형 게임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애플 아케이드는 게임 장르의 다양성과 수준 높은 게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애플뮤직의 국내 진출 초기 높은 우려와 달리 애플 기반이 낮은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하지만 음원 창작자나 제작사 등이 글로벌 음악 시장 진출 기회가 넓어진 측면처럼 애플 아케이드나 구글 스테디아에 국내 게임 개발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애플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