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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거래설' 자유조선, 추가활동 암시하며 잠행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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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준비 중, 그때까지 침묵"
FBI 연계 시인 후 국제적 파장
北 "엄중한 테러행위…수사 결과 주시"

'북한 영내서'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훼손하는 영상이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과 관련, 미국 연방수사국(FBI)과의 접촉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파장을 일으킨 반북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다시 잠행 모드에 들어갔다.

자유조선은 지난달 31일 오후(세계표준시 기준) 홈페이지에 올린 '우리의 존재'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는 지금 큰일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때까지 우리는 폭풍전야의 침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향후 활동에 대해 정치범수용소 해체와 탈북민 복송(북송) 반대, 개혁개방 등을 예시하며 "이 자유의 명령을 거부할수록 김정은 정권은 수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자신들의 정체에 대해 "우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숨소리도 들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존재는 오직 김씨 일가 독재를 겨눈 전선에서 드러납니다. 이것이 우리의 방식이고 또 우리만의 긍지입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자유조선에 대해 네트워크 조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자유조선은 지난달 26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며, 당시 습득한 정보를 FBI에 넘긴 사실까지 전격 공개해 세계적 관심을 끈 바 있다.

스페인 언론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배후설을 제기한 데 이어 미국 언론은 FBI 연계설을 거론하는 등 실체가 노출될 위험에 처하면서 조직 보호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자유조선은 특히 북한 대사관 침입을 통해 '막대한 잠재 가치를 지닌 특정 정보(certain information)를 확보했다고 주장함으로써 북미 교착 국면에 미묘한 파장을 불렀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2월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고, 북미 협상의 북한 측 실무 책임자인 김혁철은 스페인 대사를 역임한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이 탈취 당한 '특정 정보'에는 작게는 북한의 해외 밀무역 현황에서부터 크게는 북한의 국가암호체계까지 포함됐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북한은 가뜩이나 제한된 해외 활동이 당분간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고 향후 북미협상에서도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였다.

마드리드 北대사관.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북한은 지난달 31일 이번 사건에 대한 첫 공식 반응을 통해 '엄중한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반격 태세를 가다듬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미 연방수사국과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되어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고 있는데 대하여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건 발생지인 에스빠냐(스페인)의 해당 당국이 사건수사를 끝까지 책임적으로 진행하여 테러분자들과 그 배후 조종자들을 국제법에 부합되게 공정하게 처리하기 바라며 그 결과를 인내성 있게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을 '테러 지원국'로 지정한 미국도 '테러 행위'에 연루됐음을 암시, 압박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겠다는 예비 카드를 마련한 셈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일 CBS <김현정의뉴스쇼>에 출연해 "(미국으로선) 그게 약점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불법으로 침입은 당했지만 대미 협상에서 나쁠 건 없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FBI와 CIA, 미국 국무부는 이번 사건과의 연계설을 부인하거나 아예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자유조선이 '큰일'을 준비하기 위해 '폭풍전야의 침묵'을 지키겠다며 다시 수면 밑으로 들어간 것도 이런 국제 역학의 맥락에서 풀이된다.

외국공관 보호라는 주권적 영역을 침범 당한 스페인 사법당국이 수사망을 좁혀오는 가운데 미국 측의 조치가 기대에 미흡한 것으로 판단되자 서둘러 자구책 마련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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