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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간첩' 누명 故이수근씨 처조카, 국가가 추가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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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이모부 이수근씨 사형집행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충격 충분히 인정"

1969년 사형 선고를 받고 재판부를 바라보는 이수근씨(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제공)

 

1960년대 말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한 고 이수근(故)씨의 재심 무죄 판결에 따라 이씨의 처조카가 추가로 국가 배상을 받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김병철 부장판사)는 이씨의 처조카 배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5천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을 지냈던 이씨는 지난 1967년 3월 판문점을 통해 귀순했다.

2년 뒤인 1969년 1월 위조여권을 이용해 홍콩으로 출국한 이씨는 이어 캄보디아를 향하던 중 중간기착기인 베트남 기내에서 중앙정보부 요원에게 체포됐다.

이후 남한에 위장 귀순해 기밀수집 등 간첩 행위를 하다 한국을 탈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같은 해 5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형은 두달 뒤 집행됐다.

하지만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이씨 등을 불법 체포·감금하고 물고문 등 가혹 행위를 했다"며 "사실 확인도 없이 졸속으로 재판이 끝났고, 위장 귀순이라 볼 근거도 없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직권으로 청구해 열린 지난해 재심에서 재판부 역시 이씨가 각종 고문과 폭행 등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 자백을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낸 배씨는 이씨의 처조카로, 이씨가 귀순한 이후 자신의 이모부라는 사실을 알게 돼 왕래하고 지냈다.

배씨 또한, 당시 이씨의 국가보안법 위반을 방조했다는 등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져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1989년 만기 출소하는 고초를 겪었다. 그는 2008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무죄에 따라 약 29억원의 국가 배상과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배씨는 자신의 무죄 판결 이후 이모부 이씨에 대해서도 다방면으로 이씨의 재심을 요구했고, 2017년 검찰은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수근 씨가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불법 행위로 사형집행을 당함으로써, 이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배씨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배씨는 이씨에 대한 재심 과정을 거치며 많은 수고를 들이고 지난 고통을 되새김질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런 충격과 고통은 배씨 자신에 대한 불법 행위로 인해 발생한 고통과 혼재돼 있어 구분이 쉽지 않다"며 "이미 위자료나 형사보상금 등으로 약 30억원이 지급된 사정 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위자료로 5천만원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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