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2017년 로봇 기술 업체 보스톤 다이내믹스를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며 사실상 로봇 분야 연구에서 철수했지만 여전히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3년 벌어진 성추행 사건으로 9천만달러의 퇴직금을 받고 2014년 퇴사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이끈 구글의 로봇 개발 조직은 2013년부터 수 천만 달러를 투입해 미국과 일본의 로봇 스타트업 6곳을 집중적으로 인수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의 보스톤 다이내믹스다. 인간이나 동물처럼 완벽한 균형감을 보유한 보행 로봇 기술로 유명세를 탄 다이내믹스는 초기 군용으로 개발된 보행 로봇과 일부 기괴한 디자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2017년 4월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는 등 일부 로봇 관련 회사를 처분하고 조직을 재편한 바 있다.
보스톤 다이내믹스 매각 이후 구글이 로봇 사업을 완전히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로봇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보도 이후 구글은 구글 AI 블로그를 통해 로봇 연구를 지속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신 휴머노이드 등 하드웨어 로봇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 관계사 웨이모가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는 대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구글 수석과학자 빈센트 반호우케(Vincent Vanhoucke)가 이끄는 연구팀은 과거 앤디 루빈 아래에서 로봇 기술을 연구한 엔지니어와 연구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호우케는 구글 내부 중앙인공지능연구소인 '구글 브레인'의 핵심 인물로 최근 그의 팀은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서 새로운 곳으로 연구실을 옮겼다. 구글 블로그에 따르면 연구팀은 익숙하지 않은 물체를 분류하거나 예기치 않은 물건이 쌓여 있는 창고를 탐색하는 등 로봇이 이같은 능력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2족 및 4족 보행 로봇
구글 외에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 등 실리콘밸리 CEO 등이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 공동 설립한 비영리 AI 연구소 오픈AI(Open AI)도 구글과 유사한 로봇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회사인 앰플리피 파트너스의 써닐 달리왈은 NYT에 "로봇 공학은 오랫동안 대중들을 상상속으로 안내했지만 가장 큰 변화는 보다 쉽게 머신러닝 기술을 로봇에 적용한 것"이라며 "이 기능의 핵심은 바로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이미 자동차, 스마트폰, 반도체 등 정밀기계 분야에는 오래전부터 로봇이 사용되어왔지만 특정 물체를 들거나 나사를 돌리는 등의 획일적인 분야만 처리할 수 있었다. 지능이 없어 명령어 코드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상용 로봇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데 머신러닝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공개한 실험에서 첫 번째 '토싱봇' 로봇 팔은 상자에 담긴 바나나, 탁구공, 나무블록, 아이스크림 등 여러 모형을 구분해 바나나만 멀리 떨어진 빈 통에 던져 넣는 명령을 부여받았다. 로봇은 처음에 특정 물체를 구분해 집는 방법을 몰랐지만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 팔은 14시간 동안 작업을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분석했다. 머신러닝을 통해 이를 개선한 로봇 팔은 85%의 개선율을 보였다. 연구팀이 이를 바탕으로 재실험을 하자 로봇 팔은 80%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토싱봇이 던지는 물건을 받아내는 로봇 팔도 던지는 방향이나 위치, 속도를 계산해 정확하게 받아냈다.
이 작업이 단순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계가 컴퓨터 코드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프로젝트 연구원 슈란 송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복잡한 것들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로봇이 아마존이나 UPS와 같은 물류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아마존이나 기업들이 도입한 로봇들은 이전에 보지 못하거나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움직임이 필요한 작업을 처리하지 못해 종종 중단되는데 그러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3개의 개별 손가락이 달린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관절이 달린 개별 손가락 3개가 십자가 모양을 자유롭게 회전시키는 방법을 학습한다.
구글이 로봇 하드웨어를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다. 연구중인 로봇 팔은 전문업체 유니버설 로봇이 만들었고 이미 많은 현장에 사용되고 있는 일반적인 로봇 팔이다. 구글은 모든 하드웨어 로봇에 동일한 방법으로 기계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팀은 "학습은 저비용 로봇의 문제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머신러닝을 사용하여 종류별로 물건을 분류하는 것처럼 새로운 창작물 스스로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실리콘밸리 로봇 업체 페치 로보틱스가 판매중인 이동형 로봇을 학습시키는 일이다. 주로 창고나 공장과 같은 공간을 탐색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LG전자가 인천공항 등에 시범 투입한 안내로봇 '클로이'나 네이버의 공간 탐색 로봇 'M1'은 모두 이와 비슷한 인공지능 로봇이지만 구글은 로봇이 아니라 로봇이 스스로 제어하고 학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구글은 특정 목적이나 행동만 수행할 수 있었던 로봇이 어떤 유형이더라도 머신러닝을 통해 지능을 부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주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저비용으로도 지능화된 로봇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머신러닝 기술이 현실화 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메사추세츠에 위치한 라이트핸드 로보틱스 CEO인 리프 젠토프트는 "이같은 방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합한 솔루션은 아니다"며 "이 기술은 어떤 점에서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기계에 지능이 달리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인간의 일자리가 로봇에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로봇 기술 스타트업 엠비덱스터러스 로보틱스의 연구원이자 버클리대학 로봇 공학자인 켄 골드버그 교수는 "창고에는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이 아직도 많다"며 "이 로봇들이 하는 일은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의 일부를 돕는게 전부"라며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