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성폭력 공무원 규탄 기자회견 중인 시민 사회단체.
성범죄로 전보 조처된 행정공무원이 5년 만에 피해자가 일하고 있는 지역으로 복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해 공무원이 피해자 명의의 탄원서를 허위로 작성·제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전북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오전 11시 전라북도교육청에서 피해자를 대신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2월 장수교육지원청 주관의 연수장에서 행정공무원 A씨는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을 성폭행했다.
당시 A씨는 정직 3개월과 장수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강제 전보 조처가 내려졌다. 하지만 A씨는 5년 만인 2016년 7월 내신 희망 지역인 장수지역으로 복귀했다.
이같은 사실은 피해 공무원이 육아 휴직이 끝나고 복직하면서 확인됐다. 심지어 피해 공무원은 동네마트에서 A씨를 마주친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 위조 의혹을 제기한 전교조 전북지부 관계자.
논란은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라는 문제를 넘어 사문서위조 범죄로 옮아가고 있다.
도 교육청의 첫 감사 결과 A씨는 경고를 받았지만, 김승환 교육감의 성폭력 범죄 강력 대응 지시로 열린 재조사에서 강등 조처됐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청을 제기했고 심사를 통해 정직 3개월로 징계를 감경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가 탄원서를 허위로 작성·제출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의견서와 탄원서. (자료제공= 전교조 전북지부)
단체 관계자는 "2012년 3월 A씨가 작성한 의견서에 피해 공무원은 서명해 줬다"면서 "하지만 이와 함께 별로도 제출된 탄원서에 위조된 도장이 찍혀 있었고, 피해 공무원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탄원서는 A씨 징계에 중요한 감경 사유로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A씨가 탄원서를 허위로 작성한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단체들은 장수교육지원청 앞에서 피켓 시위와 함께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피켓을 들고 있는 시민 사회단체 관계자들.
도 교육청은 피해 공무원 중심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한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징계 전보를 한 만큼 재차 전보를 하는 건 어렵다"면서 "장수교육지원청을 통해 절대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일 기관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를 취해 놨다"고 말했다.
근무지가 좁은 지역은 근무 기관을 분리해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칠 수 있는 만큼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여성가족부도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와 관련한 공간의 개념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범죄 공무원에 대해 해당 지역 근무 금지 규정은 없다. 제도 미비점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탄원서 위조 의혹에 대해서는 "피해자 측이 수사기관에 정식적으로 의뢰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