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탈을 쓴 악마였다…제주 여교사 살해범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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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피해자 3명에 대한 공소사실 토대로 범행 재구성
사이비 교주 행세하며 3억9000만원 갈취에 상습폭행
피해자들 잠적하자 분노…여교사 불러내 살인 후 증거인멸
변호인측 "상해치사·심신미약" 주장…유가족 격분

지난해 6월 2일 범행 직전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탑승한 피의자 모습.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수년간 제주지역에서 '사이비 교주' 행세를 해오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20대 여교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씨.

살인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11일 추가 피해자 3명에 대한 특수중상해, 사기, 상해, 특수폭행 사건 재판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병합 사건에 대한 첫 재판에서 확인된 공소사실을 보면 김씨는 종교의 탈을 쓴 악마의 모습이었다.

공소사실을 토대로 김씨의 범행을 재구성했다.

◇ 상담 빙자해 '주종관계' 유지…3억9000만원 갈취‧상습폭행

김씨의 범행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김씨는 제주지역 교회 등을 돌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자신을 버클리 대학 출신의 작곡가라고 속이면서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이후 상담을 빙자해 피해자들을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복종하게 만들어 주종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 다음 피해자들에게 집안일을 시키거나 헌금 명목으로 모두 3억9000만 원을 가로챘다.

특히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나는 하나님의 우체부다. 재물과 하나님을 겸해 섬길 수 없다. 생활비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빼고 나머지를 하나님께 드려라"라고 말하며 돈을 가로챘다.

그 기간만 2010년 12월 11일부터 2018년 5월 21일까지 7년여에 이른다. 검경이 확인한 것만 166차례에 달한다. 금품 갈취가 수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피해액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또 김씨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죄를 지은 부분을 회개해야 한다"면서 둔기 등으로 심하게 때리는 일도 일삼았다.

한 피해자의 경우 2017년 9월 15일 오전 서귀포시 주거지 현관 앞에서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이마를 크게 다쳤다. 또 다른 피해자는 2012년 4월 3일 한 교회 지하 예배실에서 둔기로 심하게 폭행당하기도 했다.

◇ 피해자들 잠적하자 분노…여교사 불러내 살인

범행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들이 2017년 12월부터 하나둘 잠적하자 김씨의 화는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피해자 중 한 명인 A(27) 여교사가 집안일을 하지 않고 연락을 잘 받지 않자 앙심을 품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2일 오전 수련원으로 사용하던 서귀포시 강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A씨를 불러내 심하게 구타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폭행 과정에서 몸집이 작았던 A씨가 쓰러졌는데도 거구인 김씨는 발로 A씨의 배를 발로 힘껏 밟기도 했다. 그 결과 A씨는 '췌장 파열과 복강 내 대량 출혈'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특히 김씨는 사건 직후 피해자 몸에 묻은 혈흔 등 범행 흔적을 지웠다. 또 119에 신고할 때도 "A씨가 어딘가에 부딪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며 허위로 신고하는 뻔뻔한 모습도 보였다.

◇ 변호인 측 형량 줄이려 "상해치사‧정신감정" 주장

살인 사건 현장. (사진=고상현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살인 혐의 재판 내내 변호인 측은 폭행 혐의는 인정했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며 살인 혐의가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주장했다.

변호인 측의 주장대로 '상해치사' 적용 시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처해지지만, 살인은 일반적으로 형량이 10년 이상으로 높다.

지난 11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추가 피해자에 대한 병합 사건 재판에서 변호인 측은 피고인에 대해 "정신감정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병합 사건에 대해 피고인과 의논을 하는 과정에서 횡설수설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날 재판에서도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재판장이 의견을 묻자 혼자 중얼거리며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재판장이 "사건 이전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엔 변호인 측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방청석에 있었던 유가족은 피고인에게 "미친 척 해서 심신미약 감형을 받으려는 것 아니냐"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김씨는 CBS노컷뉴스의 단독 취재 결과 최소 9년 전부터 도내 교회 등을 돌며 피해자를 물색하고, 사이비 교주 행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김씨에 대한 9차 공판을 다음달 4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진행한다. 9차 공판부터 병합사건에 대한 증인심문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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