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8일 7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취임 후 가장 큰 폭의 개각이다.
이로써 18개 부처 가운데 초대 장관은 법무부·보건복지부·외교부 등 3곳만 남게 됐으며, 명실상부한 '문재인정부 2기 내각' 진용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각에서는 학계·관료 출신 등 전문가그룹을 전진 배치, 정책성과를 통한 국정동력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일부 장관 교체 역시 남북관계 정책 성과를 위한 최적화된 인선이라는 평가다.
청와대 내에서는 여권 정치인 가운데 중도 성향으로 분류돼 온 박영선·진영 의원이 발탁되며 탕평의 의미를 살렸다는 자평도 나온다.
◇ 인적쇄신으로 분위기 전환…전문가 그룹 중용해 국정성과 '올인' 이번 개각에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중반까지 높은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경제성과 부진 및 공직기강 해이 사태, 특별감찰반 의혹 등이 겹치며 청와대 안팎에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 시점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분위기를 일신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정책성과를 거둬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이번 개각의 취지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이제는 구체적인 정책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는 메시지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문 대통령은 인사 교체가 이뤄진 7개 부처 가운데 5곳의 수장을 학계·관료 출신으로 선택, 정책적 전문성을 최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의 경우 노무현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과 통일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지낸 통일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로 꼽히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최정호 전 전북 정무부지사도 과거 국토교통부 2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 자리 역시 정치인 출신인 우상호 의원의 입각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결국 관료 출신인 박양우 전 문광부 차관에게 돌아갔다.
'LG전자-KAIST 6G 연구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은 조동호 KAIST 교수가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에, 노무현정부에서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문성혁 세계 해사대 교수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낙점된 것 역시 각 분야의 전문성을 우선시한 결정으로 분류된다.
직전 내각에서는 38.9%(18명 중 7명)에 달했던 현역의원 비율은 개각 결과 27.8%(18명 중 5명)로 크게 낮아졌다
여권 관계자는 "전문가 내각, 유능한 내각, 일하는 내각을 만든다는 것이 이번 개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박영선 기용·朴정부 장관 출신 진영 '파격 발탁'…"탕평·통합 강조" 관심을 모았던 의원입각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4선인 박영선 의원과 진영 의원이 각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입각 명단에 포함됐다.
박 의원과 진 의원의 경우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되지 않는 것은 물론, 중도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의원입각은 통합·탕평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진 의원의 경우 박근혜정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탁이 한층 파격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 의원은 박근혜정부에서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하다, 2013년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 지급 정책에 반대하며 장관직을 사퇴해 파문을 일으켰고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4선에 성공했다.
진 의원을 영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으로, 문 대통령과 진 의원 사이에는 사실상 눈에 띄는 접점이 없었다.
그럼에도 청와대 내에서는 오히려 중도성향인 진 의원의 기용이 통합의 의미를 살리고, 안정적인 정책 운용이 가능케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 진 의원에 대한 추천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박 의원 역시 '정통 친문'과는 거리가 있다.
박 의원은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캠프에서 의원멘토단장을 맡았고, 대선후보가 문 대통령을 결정된 뒤 당 선대위에 통합정부추진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최근에는 당내에서 손금주·이용호 의원의 입·복당 불허 문제가 불거지자 페이스북에 "순혈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축적되면 때때로 발전을 저해할 때도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신 박 의원은 이를 두고 일각에서 '비문(비문재인)의 반기'라는 해석이 나오자 페이스북에 "비문? 이런 시각으로 언론에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민주당은 모두 친문"이라는 글을 남겨 이런 해석을 반박했다.
진 의원과 박 의원 모두 경험 많은 중진의원으로서 충실히 '실력'을 쌓아왔다는 점 역시 입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을, 19대 국회에서는 안전행정위원장을 역임했다.
박 의원도 국회 기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당내 재벌개혁특위 위원장, 더불어경제실천본부 공동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민주당의 '경제통'으로 꼽힌다.
박 의원은 문재인정부 1기 조각 당시에도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된 바 있다.
◇ '포스트 하노이' 대비…외교·안보라인 재정비 이번 인선 가운데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을 낙점한 것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 후 청와대가 외교·안보라인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며 '포스트 하노이' 대비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남북관계 전반을 진두지휘할 통일부 수장을 교체해 그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원장은 학계와 정책 현장의 경험을 두루 갖춰 한반도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현 국면에서 남북관계 정책을 총괄하며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에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북미 협상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간 관계개선이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을 보더라도, 김 원장이 장관으로 공식 임명된다면 향후 발걸음이 무척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1·2차장은 지난달 말 교체됐으며, '주변 4강'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중국·일본·러시아 3개국 대사 역시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