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황교안 당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27일 막을 내리면서 2개월째 공전중인 국회가 다시 열릴지 주목된다. 새 지도부 선출로 국회 정상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 차가 여전히 커 국회가 열리더라도 소득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승리로 마무리되자 여야는 일제히 염려와 기대 섞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여야 4당이 한 목소리로 촉구한 것은 국회 정상화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황교안 신임 당대표를 포함한 새 지도부가 산적한 과제를 현명하게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주기 바란다"며 "민주당도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되살려 국회를 정상화하는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현재 국회에는 각종 민생 현안들이 산적해있다"며 "황교안 신임 당대표에게 사명감이 있다면 국회 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던 한국당은 굳이 부담되는 현안을 무리하게 처리해 새 지도부에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그간 적당히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국회 공전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진 만큼 계속해서 국회 개회를 피한다면 파행에 대한 비난 여론을 모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한국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국회가 열리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그간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두달째 첨예하게 대립해 온 현안들에 대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최근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을 국정조사 대신 청문회로 처리하자는 바른미래당의 요구를 변형해 수용하는 방안까지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이 경우 손 의원뿐 아니라 앞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출석시켰던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 수사관 건을 비롯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함께 청문회에서 다뤄야 한다며 전선의 너비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요구사항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들 4건에 대한 조사는 국회를 열면 각 상임위원회 회의만으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나 청문회 등 어떠한 별도의 조사도 수용할 수 없다며 '조건 없는 국회 정상화'로 맞서고 있다.
남북문제를 보는 시각 차이도 극명하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25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모처럼 남북, 북미 간 관계개선에 대해 뜻을 모으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7일 정책의원총회에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성과만 나와도 역사적 대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활발한 남북 교류를 도울 당 차원의 준비를 주문했다.
하지만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북미 간 종전 선언과 관련해 "한국이 배제된 종전선언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회의적인 시선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등 합의 내용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정국이 복잡하게 얽힐 경우 여당이 야당의 요구사항을 먼저 검토하는 등 손을 내미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다.
민주당이 청문회 요구 이외에 야당이 원하는 다른 요구사항을 수용할 용의가 있어도 현재 한국당에는 이에 상응할 마땅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당의 황교안 신임 대표가 당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이 단상을 내려가는 그 순간부터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다"고 대 정부 강경투쟁을 예고한 점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로 분석되고 있다.
내년도 총선을 13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한국당의 불참을 비판하며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편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며 한국당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세부내용 조율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사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회 공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고 5·18망언에 대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논의 등 처리해야 할 현안에 대한 부담으로 3월 국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주요 현안에 대한 각 당 간 입장차가 극복되지 않는다면 국회가 간판 이름만 그간의 '공전'에서 '개점휴업'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