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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도련님..우리는 명절만 되면 '이상한 역할극'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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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아가씨 호칭..어떻게 봐야할까
'존댓말'이라는 언어 특징 영향 있을 것
유교문화 고유 전통? 中엔 높임말 없어
'일방하대' 풍습, 위계 만드는 측면도..
그러나 과거보다 변화의 조짐은 있어
사회적 논의 통해 상호존중 문화로 가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2월 1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장강명 (소설가), 이택광 (교수)

 

◇ 정관용> 격주 금요일은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잡학하고 박식하게 수다 떨어보는 시간이죠. 리앤장의 금요살롱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소설가 장강명 씨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장강명> 안녕하세요. 장광명입니다.

◇ 정관용> 이택광 교수는 설 연휴 때 뭐해요?

◆ 이택광> 집에 있습니다.

◇ 정관용> 그냥 가만히?

◆ 이택광> 네.

◇ 정관용> 어디 안 갑니까?

◆ 이택광> 갈 데는 없는.. 저는 고향은 안 가고요. 모친이 계신데 모친이 오실 것 같아요.

◇ 정관용> 서울로?

◆ 이택광> 형제들이 여기 다 사니까. 그래서 만나서 밥 먹고, 형제들끼리. 그렇게 합니다, 우리는. 일단 우리가 일반적으로 제사라 그러는데 사실 제사는 아니고 차례라 그러죠. 이거 왜냐하면 설은 우리 고유의 풍습이기 때문에. 차례는 안 지내고요. 그래서 모여서 밥 먹는 걸로 갈음하죠.

◇ 정관용> 장강명 작가는 뭐해요?

◆ 장강명> 저도 그냥 집에서 소설 씁니다. 저희 가족은 한번 모였고요, 며칠 전에. 모여서 그냥 식사했습니다.

◆ 이택광> 미리 모이는 스타일. (웃음)

◇ 정관용> 미리 모여요?

◆ 장강명> 그게 이제 저희 할머니 기일이 요 며칠 전이어서 아버님이랑 큰아버지, 고모 이렇게 조카들 해서 식사했습니다.

◇ 정관용> 차례 안 지내고?

◆ 장강명> 네.

◇ 정관용> 요새 차례 안 지내는 집이 많네요.

◆ 이택광> 그렇죠. 차례도 사실 옛날 풍습이잖아요. 그렇죠? 최근의 생활습관하고 안 맞기 때문에 그게 농경사회 풍습인데. 지금 도시 생활에서 지내려고 그러면 힘들어요. 그리고 그것도 아마 아시겠지만 차례 음식이라는 게 그 당시에 일반적으로 먹던 음식을 차리는 것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굳이 차례를 차리겠다면 우리 지금 밥상을 차려서 제사 올리고 그냥 드시면 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옛날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특별히 다 따로 하잖아요, 차례음식을 따로 하잖아요.

◆ 이택광> 오다가 백화점 지나서 오니까 다 차례음식을 다 마련해서 팔고 있더라고요.

◆ 장강명> 누가 그러더라고요. 차례를 본 마지막 세대가 제 세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제 다음 세대는 아예 본적이 없거나 아니면 봐도 한두 번 어릴 때 봤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좀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오늘 설 앞두고 두 분하고 수다 좀 떨어보려고 했는데 두 분이 부적격 출연자네요, 보니까. (웃음) 고달픈 그런 귀성전쟁을 치르는 것도 없고 차례 때문에 무슨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부부간의 갈등 이런 걸 경험하는 분들도 아니고 왜 나왔어요, 오늘.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승강장에서 귀성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 장강명> (웃음) 교수님이 겪은 명절 스트레스를 들으면서 저희가 맞장구를 쳐드리겠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비장의 무기를 제가 하나 준비한 게 호칭 변화. 지금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시댁의 동생들은 도련님, 아가씨 이렇게 부르고 시아버님, 시어머님, 아버님, 어머님 이렇게 부르는데 처가 쪽은 장인, 장모, 그다음에 처남, 처제. 한쪽은 높임말이고 한쪽은 아니다. 이런 구분법을 가지고 이거 한번 바꿔보면 어떠냐. 설문조사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어떻게 보세요, 두 분은?

◆ 이택광> 일단 가족 내 호칭이 굉장히 성차별적이라는 부분이 있죠. 그리고 성차별적이라는 것은 근대 이전에도 차별적이었지만 근대 이후에도 계속 남녀 역할 분담이라는 그런 관념들이 생기면서 계속 성차별적인 어떤 그런 관계를 지속해 왔다는 생각이 들고 한국말 같은 경우는 특히 우리가 높임말이라고 하기도 하고 존댓말이라고 하는 말투 때문에 이 호칭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한 것 같아요.

그리고 흥미로운 건 뭐냐 하면 일반적으로 처가집이 하대를 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겪은 바로는 우리 집안 같은 경우 보면 시가쪽은 높임말, 도련님 이렇게 하는데. 밑의 보통 일반적으로 친정이라고 부르는 또는 그 처쪽 집안들은 하대를 하는 이상한 풍습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지금 좀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 그리고 당연히 좀 개선을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이거는 조금 높임말, 존댓말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약간 뭔가 풍습이 좀 이상하게 되어 있는 느낌이 듭니다.

◆ 장강명> 사실 1년이 몇 번 보는 사이 아니고 그 집에서 장소에서 그 일 때문에 만난 사이 아니면 서로 존댓말할거잖아요. 누구누구 선생님, 누구누구 씨 이러면서 존댓말을 할 텐데. 전통적인 한국의 대가족 문화에서 그 전통 속에 딱 들어오는 순간 거기 불리는 호칭이라는 게 다 위계가 있거든요, 한국 대가족 문화가. 굉장히 한두 층이 아닙니다. 층층이 있습니다. 층층이 있어서 너는 이 위치, 너는 이 위치하는 거죠. 거기서 며느리가 차지하는 위치가 단순히 성차별도 아니고 딸이 차지하는 위치랑 며느리가 차지하는 위치가 다릅니다. 그것도 다르고 되게 성인인데 무슨 존중을 받는다 해도 무슨 아기처럼 존중을 받는 거죠. 새아가. 저도 가면 제가 도련님 소리 들으면 이상하잖아요. 40대 남자가. 그런데 도련님. 왜냐하면 큰아버지, 할아버지 이런 분들이 계신다면. 거기서 우리가 지금 21세기 현대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그렇게 불릴 일이 없는 그런 호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서 이상한 역할극을 하고 별로 안 친한 사람끼리 친한 척. 그리고 이제.

◇ 정관용> 이상한 역할극?

◆ 장강명> 역할극이죠. 나는 도련님이 되고 너는 새아가가 되는 나의 아내는 무슨 아가가 되고 이상한 역할극을 하고. 그 역할극이 좀 약간 좀 사람을 부자연스럽게도 만들기도 하고 되게 억지스럽게 안 친한데 친한 척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분명히 내가 네 위에 있다. 너는 내 아래에 있다 이런 거를 굉장히 언어적으로 지적을 해 줍니다. 나는 이 사람한테 존대를 해야 하는데 나는 이 사람에게 살짝 반대를 하는 이런 상황들. 이게 좀 전통문화에서의 그러니까 한국 전통문화에서의 전통문화가 그렇게 개인 사이에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아닌데요. 그걸 1년에 한두 번씩 상호존중을 못 받는 상황에 자기를 끼워넣고 여기에 대해서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항의를 못하니까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죠. 설거지 이런 문제가 아니라 집안일하고 설거지하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에 들어와서 이상한 역할을 한 다음에 내가 왜 이 취급을 받아야 되지 하면서 기분이 안 좋아서 나가죠. 그리고 이게 성차별하고도 조금 다른 것 같은데. 같은 성차별이라도 왜 다른 조직 딸은 이러는데 왜 며느리인 나는 그 대접조차 못 받지?

◇ 정관용> 며느리와 시누이.

◆ 장강명> 아들, 딸, 시누이, 며느리 층층이 다 해야 되는 역할이 다릅니다. 이상한 거죠.

◆ 이택광> 제가 알아본 바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데 제가 그래서 이상한 풍습이라고 한 것도 이겁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전통을 연구하시는 분들 물어보면 그런 전통은 우리에게 없었다는거죠.

◇ 정관용> 조선시대에도 안 그랬다는 거죠?

◆ 이택광> 조선시대에는 부부가 일단 유별해서 낮 동안에는 부부끼리 대화를 안 한답니다. 밤에 만나서 대화를. 밤에 만날 필요성이 있을 때만 만나는 거죠. 평소에는 그냥 떨어져 사는 거예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다 하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가사노동을 여성들이 할 필요도 없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상당히 조선시대 이후에 어떻게 보면 전통으로 굳어진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이고 물론 확실한 증거는 없어요. 그리고 높임말 같은 경우도 많은 분들이 이게 유교적 신분사회 이렇게 생각하시는데 사실 이것도 국립국어원에 보면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높임말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유교였다고 한다면 중국에서 높임말 써야 되잖아요. 그런데 중국에 높임말이 없어요. 존댓말 쓰지 않습니다. 물론 자기를 낮추는 말은 있죠. 소저라든지 이런 말은 있는데 실질적으로 우리처럼 아예 표현이 다른 그런 경우는 잘 없죠,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것도 보면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생긴 거다라는 거예요.

◇ 정관용> 왜 생겼대요?

◆ 이택광> 그러니까 그게 그 원인은 아직 모르는 거예요. 상당히 많은 논의가 있고 아직까지 논쟁은 있는데 왜 생겼는지는 잘 모르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게 아마 농경사회의 전통이 한국이 특히 근대화를 거치면서 이른바 신분이 달라지잖아요. 하인들도 더 이상 없어지고 그러면서 양반들도 일반적인 그냥 시민이 되는 거죠. 그러면서 그 가사노동의 부담이 전부 여성에게 가는 그런 어떤 과정이 있지 않았는가 싶어요. 그 이전에는 여성들이 사실 부엌에서 요리를 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요리사들은 대부분 남성들인 경우가 많이 있고요.

(자료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정관용> 그건 양반댁만 그랬죠. 서민층은.

◆ 이택광> 서민이라고 따로 살지는 않았습니다. 양반들하고 같이 대부분 부대껴 살았고.

◆ 장강명> 우리가 아마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종가집 풍습이라는 것을 계속 부활을 시키려고 몇 십년 동안 우리는 뼈대 있는 집안이라고 생각하면서.

◇ 정관용>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일부 종갓집에서 지켜지던 어떤 법도를 종갓집도 아니고 양반도 아닌데도 따라 흉내내다 보니 보편화됐다?

◆ 이택광> 그러니까 그 유교 연구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사를 아무나 지내는 것 아니었다는 거예요. 그게 원래는 임금님이 지정해 준. 왕이 지정해 준 사람들만 제사를 지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왕족들만 지냈던 거고 함부로 제사를 지낼 수가 없죠, 그러니까. 그런데 이게 근대로 넘어오면서 말 그대로 장 작가 말하는 것처럼 누구나 다 지낼 수 있는 게 되어버리고 사실 그 의미도 잘 모르면서 그런 일이 계속 진행이 되는 그런 일이 생기게 됐죠.

◆ 장강명> 여하튼 역사도 불명확하고 그리고 지금의 어떤 우리가 추구해야 되는 민주주의 사회에 즐겁게 가족이 모여서 즐거운 경험을 해서 명절이 해체되는 게 좋은 건 아니잖아요. 저는 가끔 이렇게 정해 놓고 가족이 만나는 건 좋은 것 같거든요. 그리고 또 즐거운 경험을 하려면 호칭문화 그런 위계질서.. 이런 건 이렇게 업데이트를 시켰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걸 가지고 여론조사를 해 보니까 연령대별로 극심한 차이가 나고. 즉, 50~60대 이상은 무슨 소리야, 호칭 그대로 가야지. 젊은층은 좀 바꿔봅시다. 또 남녀 간에도 차이가 많아요. 남자는 그냥 가자. 여자는 좀 바꿔보자. 이게 뭔가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은 상황 같아요, 여론조사 결과로만 보면.

◆ 이택광> 저는 약간 조금 이런 생각을 해 보는데 많은 분들이 이게 한국에 높임말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래서 높임말을 없애자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높임말의 문제라기보다는 왜냐하면 영어나 프랑스어 같은 데도 사실 우리가 높임말이 없다 그러지만 높임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함부로 그 사람 이름을 불러서는 안 돼요, 사실은. 굉장히 친하지 않은 상황에 또는 나를 뭐라고 불러 달라 이름을 불러달라고 하지 않는 한에 애칭으로 부르게 되면 실례가 되기 때문에 거기도 명백하게 그런 정도의 격식을 따지는 건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그 격식을 말로 표현을 하는 것 같고.

말보다는 제가 볼 때는 금방 말씀하신 수직적인 위계구조인 것 같아요. 수직적인 위계구조. 이걸 너무 강요하고. 예를 들어서 TV 프로그램을 봐도 남성 출연자들이 등장하면 나이 물어보고 갑자기 말을 트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국어표현에 찾아보니까 일방하대 표현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일방하대의 표현. 저는 이게 문제인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 일방하대의 표현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이가 많은 분이 나이 어린 분에게 일방하대를 해도 된다고 하는 풍습. 이건 상당히 지금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거죠. 그러니까 서로 높임말 써주든지 아니면 서로 낮춤말을 써주든지 이렇게 해야 되는 거지 일방하대를 하게 되면 권력구조가 딱 만들어지는 거고 아니면 권력구조를 확인시켜주는 거고. 이게 상당히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보니까.

◆ 장강명> 저도 굉장히 동의하고요. 상호존중 문화로 가야 되는데 저는 이제 거기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그런 심리적 저항감을 느끼는 분들 마음도 이해를 합니다. 우리가 늘 써왔던 호칭이고 거기에 어떤 정서적으로 애착감이 드는 건 사실이거든요. 저는 도련님이라고 불리면 어색하지만 도련님이라고 불릴 때 그 기분이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며느리한테 새아가라고 부르면서 어떤 애정을 표현할 수도 있는데 그걸 우리가 적폐 이런 식으로 몰면 당연히 기분이 별로 썩 좋지는 않죠. 저는 사회가 이렇게 바꾸려고 할 때 지금 한국 사회 굉장히 여러 분야에서 여러 방면에서 많이 바뀌려고 하지 않습니까? 요즘 좀 그런 생각이 드는 게 그걸 바꾸려고 하는 분들이 어떤 도덕적 우월감을 좀 조심을 해야 되고.

이걸 어느 날 선언을 한 다음에 이게 근본도 없는 일이고 우리가 가야 되는 건 이거고 내가 옳다. 그리고 이걸 선언한 다음에 여기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너는 부도덕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 이러면서 그런 식으로 자기의 당위를 주장을 하면 할수록 애초의 목적에서 멀어지게 되고. 그리고 솔직히 그런 선언을 하는 분들의 저는 진정성도 약간 의심합니다. 그 선언 과정에서의 자기의 도드라짐, 어떤 캠페이너로서의 자존감.

◇ 정관용> 장강명 씨 그 지적뿐 아니라 솔직히 이런 호칭 문제에 대해서 아까 제가 여론조사 결과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더라 이렇게 했는데 이걸 국민투표를 해서 뭐가 제일 높게 나왔으니 이제 몇 년 몇 월 몇 시부터 이렇게 해야 한다. 이건 방법이 아니죠. 이런 얘기가 나오면서 세월이 10년, 20년 흐르면서 변화하는 거 아니겠어요.

◆ 장강명> 다 설득하고 또 이제 마음을 열린 마음으로 양쪽에서 가지면서 그리고 방향은 분명히 그 호칭 바뀌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분명한 것이고 그 방향으로 가되 누구 이렇게 막 안 따라오는 사람을 적폐 취급하면서 할 건 아닌 것 같아요.

◇ 정관용> 도련님 말고 뭐라고 불리고 싶으세요?

◆ 장강명> 저는 그냥 저희 가족에서 ‘강명 씨’라고 하는 게 좋고 제 조카들한테는 ‘코딱지 삼촌’이라고 개인적으로 부르라고 하고 있습니다.

◆ 이택광> 이름과 애칭을 부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우리가 씨도 낮춤말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씨는 예전에 높임말이었죠.

◆ 장강명> 애들한테, 꼬맹이들한테 삼촌 코딱지라고 불러봐 그러면 좋아 죽습니다. (웃음)

◆ 이택광> 애칭을 불러 달라. 이런 것들. 그렇게 격식을 예전에 아명을 불렀는데. 예전에는 그러니까 오히려 그런 문화는 지금 좀 후퇴한 느낌이에요. 과거에 굉장히 친하면 아명을 불렀는데.

◇ 정관용> 이런 건 어떠세요? 일부 직장에서 과장, 부장, 대리 이런 호칭 부르지 말고 그냥 서로 이름 부르자. 누구누구님, 누구누구님.

◆ 이택광> 이름이 어색하니까 영어이름 다 지어서.

◇ 정관용> 영어 이름 부르자. 아니면 닉네임 부르자. 그리고 그런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택광> 그것도 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봐요. 결국 일종의 아호인데. 문제는 뭐냐 그러면 제가 제 생각은 그겁니다. 명칭이 아니라 그 사람과 굉장히 친해졌을 때 그 사람을 부를 수 있는 그런 아호라든가 그런 애칭을 부를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한 것이지 그 사람과 친해질 수가 없는데 아무리 호칭을 바꿔봤자 소용이 없다는 거예요. 아무리 과장이 갑자기 알렉스가 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알렉스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 장강명> 그 도입 배경을 정확히 이해를 하겠는데. 그 제도가 도입이 된 다음에 역할이 안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부장, 과장, 대리 이것도 수직적 위계가 있고 서로 토론이 안 되니까 그런 걸 깨 보라고 대화를 하라고 부장이 과장 얘기를 듣고 과장이 대리 얘기를 듣고 대리도 부장 앞에서 할 소리하라고 그 호칭을 뺀 것 아닙니까? 그러면 그 호칭 빼고 영어로 하면 어떻게 되냐 하면 그다음부터 ‘알렉스 부장님’, ‘톰 과장’ 이렇게 되더라고요. 아무 효과가 없어요. 아무 효과가 없고 이게 그러니까 단순히 호칭이 문제가 아니라 그 호칭을 떠받드는 한국인의 의식구조. 나는 저 사람과 어느 조직에 들어가도 내가 차지하는 몇 층짜리고 나는 거기서 나보다 높은 층에 있는 사람은 나한테 반말을 써도 되고 나한테 막 지시를 해도 되고 나보다 아래층에 있는 사람한테 막 지시를 해도 되고 이 의식구조를 바꿔야 되는데 정말 힘든 문제고. 호칭을 바꾸면서 의식구조를 같이 바꿔야 될 것 같고. 호칭만 바꾼다고 의식구조가 저절로 바뀔 것 같지는 않고 그렇습니다.

생방송 출연 중인 장강명 작가와 이택광 교수.(사진=시사자키 유튜브 캡쳐)

 


◇ 정관용> 이런 문제제기가 나오고 토론이 벌어지고 서서히 서서히 변화해 갑시다. 거기까지는 우리 셋 다 의견이 비슷한 것 같고. 변화할 대목은 있다. 거기까지도 동의하는 것 같아요.

◆ 장강명> 지금도 조금 바뀐 것 같은 게 이제 제가 볼 때는 한 10년 전하고 비교해서 모르는 사람한테 그 사람이 좀 나보다 어려보인다고 함부로 반말하는 정도는 좀 덜해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10년 전에는 모르는 사람한테 반말했나요?

◆ 장강명> 10년, 20년 전쯤에는 굉장히 그때는 제가 어렸잖아요, 20년 전쯤에는. 그러다 보면 약간 어르신들이 길 물어볼 때도 약간 말 놓기도 하고 이런 경우 왕왕 있었죠.

◇ 정관용> 이런 얘기 나온 김에 진짜 꼭 이건 지적하는 거 있잖아요. 높임말을 아무때나 붙이잖아요.

◆ 이택광> 특히 영수증 나오셨습니다. 이런 거. 식사 나오셨습니다, 이런 거.

◇ 정관용> 심지어는 1만 원이십니다, 이래요. 이거 왜 그럴까요.

◆ 장강명> 저는 그거 잘못 쓰는 분들 옹호를 변명을 좀 하고 싶은 게요. 한국 높임말이 되게 어렵지 않습니까? 높임말을 쓸 때는 고려해야 될 게 되게 많습니다.

◇ 정관용> 그래도 그렇죠.

◆ 장강명>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 정관용> 조금만 생각하면 알아요.

◆ 장강명> 아닙니다. 사물을 높이지 않으면 된다. 이런 원칙을 얘기하는데.

◇ 정관용> 거기까지.

◆ 장강명> 우리가 사실 사물을 높이거든요.

◇ 정관용> 시간 없는데 우리 두 분한테 한마디씩 들어야 되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호칭이란 무엇인지.

◆ 이택광> 호칭은 한국에서는 신분과 권력구조를 보여주는 거라고 볼 수 있고요. 그래서 권력구조와 그걸 신분을 중심으로 권력구조를 바꿔야지만 호칭도 변화한다라는 것이고. 호칭을 바꿈으로써 그런 것에 대한 반성을 해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장강명 작가, 한마디로.

◆ 장강명> 의식의 감옥이다.

◇ 정관용> 의식의 감옥. 오늘은 장강명 작가 얘기가 조금은 멋있었습니다. 그 의식의 감옥을 깹시다. 이런 얘기죠. 이택광 교수, 장강명 작가였어요. 고맙습니다.

◆ 장강명> 감사합니다.

◆ 이택광>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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