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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면제 거센 반발 "혈세 낭비하며 서두를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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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역균형발전 목표로 예타 면제 추진했다지만…
전문가·시민사회 "최소한의 검증 없이 혈세 낭비 어떻게 막나" 반발
"오는 6월 예타 개선 작업까지 마친 뒤 신중히 검토했어야"

 

NOCUTBIZ
정부가 지역숙원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하기로 결정했지만, 검증 과정을 생략한 지역 나눠주기식 면제로는 혈세낭비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24조 1천억원 규모의 23개 사업에 대한 예타를 면제하도록 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예타 면제 배경을 놓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예타 제도의 한계를 감안해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역이나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돼 예타 면제를 추진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 곳곳에서는 최소한의 경제적 검토인 예타조차 면제한 채 지역 숙원이라는 이유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 국민 혈세만 낭비할 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도 짐만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촛불정신을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과거 토건적폐로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의 예타 면제를 따라 하고 있다"며 "이번 예타 면제사업의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떠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현재의 예타제도가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의 항목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기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던 일부 사업들은 단순 경제성만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도 타당성이 부족한 불량사업들"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최승섭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대부분 사업 타당성이 없는 사업들로, 예산낭비와 시민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며 "지자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나눠먹기식 면제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양대 이창무 도시공학과 교수도 "광주광역시 등이 단순한 SOC(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 대신 생산·산업시설을 만들어보려고 한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새만금 공항이나 서해 남북평화도로의 영종-신도 도로 건설사업 등 대부분 면제된 사업은 오랜 기간이 필요한데 서둘러 대량으로 면제할 만큼 시급한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진정으로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삼았다면 지자체가 원하는 사업에 나눠주기식으로 면제하는 단발성 선심 정책이 아니라, 오는 6월로 예정된 예타 제도 개선 작업까지 마무리한 뒤 차근차근 검토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충남대 최진혁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예타면제를 통해 나타나는 영향 평가를 충분히 인식하고 결정했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문제가 크다"며 "지역별로 분석, 검토한 상황에서 충분히 국민과 소통을 거쳐야 하는데, 총선과 설 연휴를 앞두고 각 지역에 정치적으로 인심쓰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경실련 최승섭 부장은 "현행 예타도 충분히 지역균형 발전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며 "현 예타 제도를 거치더라도 사업의 실효성을 완벽하게 평가하기 어려운데,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무분별하게 면제하거나 제도 자체를 고친다면 예타 평가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대규모 SOC 사업을 무분별하게 밀어붙이면 환경파괴 등 각종 부작용도 발생하기 쉬운 데다,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지역주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녹색정의 송화원 활동가는 "지난해 연말 예타 면제 소식이 들릴 때부터 지자체는 난리가 났다"며 "SOC 사업이 진행돼도 이득 보는 이들은 지역의 토호세력이나 지자체 정치인들, 외부 토목자본일 뿐 일반 지역주민은 거의 혜택이 없다.

이어 "예타 제도가 자리를 잡기 전 강행됐던 새만금 사업이나 예타조사를 면제받고 진행한 4대강 사업이 남긴 것은 썩은 바닷물과 녹조라떼로 인한 식수 오염 뿐"이라며 "지역 주민들도 사업 추진과 환경 복원을 놓고 갈라지면서 지역공동체 갈등만 증폭되는 등 지역개발의 피해는 언제나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들에 대해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어차피 정부가 예타 면제를 강행한다면 이제라도 면제된 사업에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언론과 시민사회의 철저한 감시를 촉구했다.

최진혁 교수도 "대규모 SOC 사업은 거액의 예산을 들여 50년, 100년을 사용할 계획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저출산 고령화 기조 속에 사용자도 줄어들 무의미한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계속 또다른 문제가 파생될 수 있으니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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