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표.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출마자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29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권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30일 홍준표 전 대표, 오는 31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출마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이번 전대는 유력 대선주자들을 포함한 당안팎 인사들이 총출동하면서 춘추전국(春秋戰國)을 방불케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주호영‧안상수‧김진태 의원에 이어 오는 31일 심재철‧정우택 의원도 각각 출마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불출마를 권유한 당권주자 3인방이 모두 출마에 나서면서 전대는 혼전양상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초반 판세는 지난 15일 입당 후 불과 10여일 만에 '친황(친황교안)계', '피선거권' 논란의 주인공이 황 전 총리에게 쏠리는 분위기다.
전대 경선에서는 투표반영 비율이 책임당원 70%‧일반국민 30%인 만큼 책임당원 표심이 결정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32만명에 달하는 한국당 책임당원 중 약 9만명이 TK(대구‧경북)에 몰려 있어, 초반부터 영남권 행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 오 전 시장 등은 이미 TK지역을 방문했다.
본격 선거전이 펼쳐질 경우 최대 변수로는 홍 전 대표의 막강 '화력'이 꼽힌다. 현역 의원 시절에도 '저격수'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예리함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이번 전대에선 4번의 합동연설회와 2번의 TV토론회가 예정돼 있어 후보들 간 혈투가 예상된다.
특히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 입당 직후부터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황 전 총리를 향해 견제구를 던져왔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당은 제가 탄핵의 폐허 위에서 당원들과 합심하여 일구어 낸 당"이라며 "도로 탄핵당, 국정농단당, 친박당, 특권당, 병역 비리당으로 회귀하게 방치하는 것은 당과 한국 보수우파 세력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했고, 만성 담마진(두드러기) 판정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황 전 총리를 정면 겨냥하며 사실상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책임당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황 전 총리를 둘러싼 '출마자격' 논란에 대해서도 "어느 한분을 위해서 원칙에 어긋나게 당헌‧당규까지 고치는 정당이라면 그 당은 민주 정당이 아니"라며 "이 당이 민주 정당인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출마자격 관련 19대 대선후보 사례 등을 고려해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비대위에 요청했다. 당 선관위의 이같은 결정으로 비대위의 의결을 거치면 두 사람 모두 전대 출마가 가능하다.
김 비대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선관위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최종 의결권은 비대위에 있다"며 "비대위에서 선관위 결정이 변경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출마 길을 열어주는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경쟁 후보들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출마 여부를 장담할 순 없다. 오 전 시장도 TV토론회가 합동연설회보다 적다는 점을 지적하는 등 선관위 결정에 후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아울러 김 비대위원장이 '출마자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3시 당 대표 선거 후보자들과 간담회를 추진했지만, 홍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후보들의 반발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선관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향후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당내에선 전대가 혼전양상으로 흐르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잠잠하던 계파갈등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후보들 간 사전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내 한 비박계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당내 고질병인 탄핵 문제 등을 선의의 경쟁 과정에서 털고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내부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면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출마자격 문제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상 김 비대위원장과 황 전 총리는 정치 생명을 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변수가 많아지면서 역대 어떤 전대보다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