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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코디·컨설팅에 관심 급증..SKY캐슬 작가 개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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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에 처한 대한민국 학부모들
출세경쟁,공포경쟁 극복위해 획기적 대안 필요
세계에서 사립대 제일 많은 우리 특성 고려해야
대규모 재정지원 조건, 공동입학시스템 만들자
정부예산 1% 투입하면 대학서열 없앨 수 있다
학교는 세계 대학순위 상승 효과 누리게 될 것
연구 장기화·사교육비 절감·탈 과잉경쟁 가능
현 체제 하에서 논술형 입시 해봤자 사교육 치솟아
학종-소논문 뿐 아니라 수상실적도 없애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1월 28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범 교육평론가


◇ 정관용> 우리 사회 상류층의 사교육 현실을 다룬 인기 드라마 스카이캐슬. 얼마 전에 교육평론가 이범 씨를 모셔서 이 드라마가 제기한 우리 사회 입시의 문제점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 해결책에 대해서는 얘기를 많이 못 나눠서요. 오늘 다시 한 번 좀 초대를 했습니다. 교육평론가 이범 씨 어서 오십시오.

◆ 이범> 안녕하세요. 이범입니다.

◇ 정관용> 2주 전에 오셨었어요, 그렇죠?

◆ 이범> 2주 전 이 자리에서 뵀었죠.

◇ 정관용> 그때 이제 지옥의 끝이 보인다 그런 표현까지 쓰셨잖아요.

◆ 이범> 제가 지옥캐슬이라는 말을 만들어서 쓰고 있는데 스카이캐슬이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대한민국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집단적으로 처해 있는 현실이 지옥이라고 비유할 수 있는 지옥캐슬이라고 이제 제가 부르고 있는 거죠.
입시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은 배우 김서형 (사진=스카이캐슬 공식 홈페이지)

 


◇ 정관용> 아주 극상류층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 드라마에서 다루는 게 현실이다, 나도 옆에서 봤다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 이범>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런 식으로 하다가 결국은 불행해진다, 아이가 뭐 사망하고 이런 등등의 비극으로 지금 가기는 가는데 그런데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래서는 안 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나도 저런 거 해 볼까? 이런다면서요?

◆ 이범> 그렇죠. 드라마 작가는 아마 뭔가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그런 드라마를 구성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정작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반응은 우리 애도 컨설팅을 받아야 될 것 같은데. 우리 애도 돈만 있으면 코디 붙이면 좋겠다. 이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건데 이 상황에서 서로 협력해서 새로운 체제를 만들 수 있는 그런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이 체제 안에서 이제 코디도 등장하고 컨설턴트도 등장하고 이런 현실을 보여주면 결국 그런 새로운 종류의 것에 몸을 맡기면서 아이들을 더한 경쟁으로 내모는 이런 상황으로 가게 되는 거죠. 아마 드라마 작가는 굉장히 개탄하고 있을 거예요.

◇ 정관용> 말씀하신 것처럼 이래서는 안 됩니다. 이래서는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특히 아이가 불행합니다. 이 얘기를 하고 싶었을 텐데, 그렇죠?

◆ 이범>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시청자들은 영 딴판으로 생각하더라.

◆ 이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이제 불행해진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잖아요.

◇ 정관용> 그런데 나는 불행해지지 않을 거다라고 생각하나 보죠?

◆ 이범> 그거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이제 예전에는 잘 되기 경쟁, 출세의 경쟁을 하다가 지금 출세 경쟁도 계속 이루어지는 와중에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니까 공포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경쟁. 이게 이제 2개가 중첩돼서 나타나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출세경쟁과 공포경쟁이 지금 중첩돼 있다,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제 흔히 스카이캐슬을 보면서 빠지게 되는 어떤 그릇된 오류가 제가 보기에는 이걸 도덕적 훈계로 끝내버리는 거예요. '세상에 뭐 저런 일이 다 있냐? 저 학부모들의 욕망을 봐라. 저게 뭐 저래서는 되겠니'라면서 도덕적 훈계를 하고 그걸로 끝나버린다면 그러면 일반적인 학생, 학부모들은 아까 말씀드린 출세의 경쟁, 전통적인 출세의 경쟁도 있지만 또 공포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경쟁 이게 이제 지금 같이 맞붙어 있는 이런 상황에서 입시경쟁을 하게 되는데 그럼 굉장히 허무하고 허탈한 결론에밖에 도달하지 못하는 거죠.

◇ 정관용> 그래서 우리 이범 씨가 얼마 전 일간지에 아주 흥미 있는 칼럼도 하나 쓰셨던데. 획기적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거죠?

◆ 이범> 네, 사실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학서열 그리고 노동시장.. 크게 입시경쟁을 촉발하는 것은 두 가지인데요. 대학서열이 우리나라가 이제 워낙 강한 나라고 또 거기다가 더 바깥쪽에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이로 인한 어떤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 이 두 가지가 중첩돼 있는데 노동시장은 어떻게 다른 차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대학서열을 해결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많이 얘기했던 것이 이제 국립대통합 그래서 공동학위제, 공동입학제 이런 것들이었죠.

◇ 정관용> 그것도 일부 진보진영에서 나온 얘기죠.
이범 교육평론가(사진=시사자키 유튜브 캡처)

 


◆ 이범> 진보 쪽에서 2000년대 초부터 그 얘기를 하기 시작해서 2012년 대선 공약에는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선공약집에 이게 있었습니다.

◇ 정관용> 국공립대 통합이?

◆ 이범> 국공립대 통합 그리고.

◇ 정관용> 공동선발?

◆ 이범> 공동입학, 공동학위제 이게 공식 공약집에 들어가 있었어요. 그런데 재밌는게 이게 2017년 대선공약집에서는 빠집니다. 그러면 저 사람들이 그러면 문재인 후보가 그동안 우경화됐거나 아니면 민주당이 보수화돼서 그러냐? 그게 아니고요. 사실 국공립대 통합 공약을 잘 뜯어보면 전국적으로 비슷한 아주 똑같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이런 여건이 마련되어야 되는데 지방에는 국공립대가 상대적으로 많거든요. 서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가까이 모여 있는데 국공립대가 몇 개 있습니까? 서울대, 서울시립대, 서울과학기술대, 인천대. 종합대가 4개밖에 없어요.

◇ 정관용> 그러네요.

◆ 이범> 대부분 사립대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이제 굉장히 불균형적인 국공립대의 어떤 지리적 분포를 놓고 이 상황에서 국공립대 통합해서 공동입학, 공동학위제를 만든다는 게.

◇ 정관용> 효과가 별로 없겠네요.

◆ 이범>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설계를 해 보면 설계가 안 나옵니다, 이게. 그러면 2012년 대선공약은 뭐였냐. 이건 제대로 시뮬레이션을 안 해 보고 그냥 나온 거죠.

◇ 정관용> 그냥 넣은 거예요.

◆ 이범> 그런데 2017년에는 시뮬레이션을 해 봤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된 업무를 하던 분하고 직접 얘기를 해 봤는데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까 도저히 이게 답이 안 나온다.

◇ 정관용> 안 나오더라.

◆ 이범> 그래서 이제 공약집에 빠진 거예요. 그래서 이제 그 대안으로 많이 얘기했던 것이 또 그러니까 공영형 사립대. 지금 이제 특히 서울 수도권에 국공립대가 거의 없고 사립대 중심으로 돼 있으니까 국공립대 통합 시스템에 사립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공영형 사립대를 만들자. 이게 또 대선 공약집에 있었습니다, 이번에. 2017년에 있었어요. 국공립대 통합 이거는 빠지는 대신 공영형 사립대라는 게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걸 뭘 어떻게 하는 거예요, 공영형 사립대가?

◆ 이범> 쉽게 말해서 정부가 이제 대규모 재정지원을 하면서 그 대신 사립대가 사실상 공립대든 국립대화 되는 것이죠. 공익이사를 절반 이상 파견하는 겁니다.

◇ 정관용> 아, 그런 방식으로.

◆ 이범> 그러면 이제 사실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사립이 아니게 되는 거죠. 사실상 공립대 내지 국립대가 되는 건데.

◇ 정관용> 유명 사립대들이 거기에 응할까요?

◆ 이범> 그게 문제죠. 이것도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서울 수도권 지역에 있는 유명 사립대들은 재정적으로.

◇ 정관용> 어렵지 않잖아요.

◆ 이범> 큰 문제가 없거든요. 학생 모집에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공영형 사립대 모델이 제기됐을 때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사립대들은 다 지방에 있는 좀 학생 모집이 어려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들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그런 대학들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문 닫아야 되는 대학들이잖아요.

◆ 이범> 그렇죠. 국민들이 바라볼 때.

◇ 정관용> 말이 안 되는 거죠.

◆ 이범> 조금 있으면 문 닫을 것 같은 대학에 돈을 국민 세금을 써서 그걸 공립대든 국립대화 한다라는 것은 좀 국민들이 설득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실제로 교육부가 이제 공영형 사립대 예산을 기재부에 이제 제출했는데 예산안을. 기재부에서 전액 쉽게 얘기해서 안 받아줬죠. 작년에 이제 그런 일이 있었고요.

◇ 정관용> 그게 저는 합당한 것 같은데요.

◆ 이범> 결국에 이제 우리는 이 문제를 대학서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사립대학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거든요. 미국이 사립대가 많다고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한 40% 정도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는 이제 주립대, 그러니까 공립대죠. 그리고 커뮤니티 칼리지든지.

◇ 정관용> 우리는 몇 퍼센트죠?

◆ 이범> 대학 수 대비로는 85%고요. 학생 수 대비로는 75%입니다.

◇ 정관용> 정말 많네요.

◆ 이범> 그런데 그나마 이게 전국 평균이라 그렇죠. 서울 수도권으로 한정하면 사립대 비율이 90%가 넘죠.

◇ 정관용>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 현실에서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 국공립대 통합도 안 되고 공영형 사립대도 안 되면.

◆ 이범> 그래서 이거는 전 세계 없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지금 대학시스템 자체가 사립이 너무 많은, 특히 서울 수도권에 대부분 사립이 있는 아주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립대들과 사회적 대타협을 해내지 않으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사립대든 국립대든 공동입학 시스템에 들어오는 대학에 엄청난 돈을 주자. 쉽게 얘기하면 대규모 재정 지원과 입학권을 맞바꾸는. 쉽게 얘기하면 대학 입학권을 공동구매하는 이런 거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겠는데요. 그것에 있어서 국립대와 사립대를 차별하지 말자는 거죠. 그래서 제가 대략 계산해 보기를 교수 1인당 1억. 물론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주는 것은 아니고요. 교수 1인당 1억 정도의 비율로 대학 당국에 지원하는. 그대신 학생 선발권을 사회화하는, 정부가 가져오는 이런 방식의 사회적 타협을 모색해 봤을 때 이게 고졸자의 한 3분의 1에서 한 40% 정도를 이제 공동입학시키는 그런 체제를 만들 때 드는 돈이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1%입니다.

◇ 정관용> 1%?

 


◆ 이범> 한 5조 정도 됩니다.

◇ 정관용> 지금 사백몇십 조 되니까.

◆ 이범> 그렇죠. 그래서 1% 내에서 이걸 해결할 수 있고요.

◇ 정관용> 연간 5조를 대학에 지원하고 대신에 공동입학을 만들자?

◆ 이범> 그렇죠. 유럽적인 평준화는 아닙니다. 유럽은 사립대가 없었기 때문에 프랑스가 1969년에 대학을 단번에 평준화시키거든요. 사립대가 없으니까 가능했던 거고요.

◇ 정관용> 파리 1대학, 2대학, 3대학 이렇게 나가는군요.

◆ 이범> 그런 식으로 바꿨죠. 독일도 대학 수준이 비슷비슷한데 이게 가능한 것은 사실상 사립대가 없고 사립이 몇 개 있는데 그건 정부가 다 돈을 대주는 사립대입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는 사립대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러면 이제 돈을 지원받는 대신 학부 교육을 완전히 똑같이 맞출 수 없다 하더라도 학부 교육의 하한, 그러니까 적어도 이 정도 이제 교육여건은 확보한다. 이런 이제 약속은 지켜야 되고. 이렇게 해서 이제 학생 선발권을 모아서 이걸로 이제 공동입학제를 만드는 거죠. 일종의 공동선발제입니다.

◇ 정관용> 우선 그러면 서울대나 연고대 같은 스카이 대학들이 거기에 응할까요? 그런 좋은 대학들이 응해야만 이 대학서열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이범> 그렇죠. 서울대가 지금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이 1년에 4400억입니다. 1년에 국고지원 4400억 받는데요. 교수 1인당 1억의 비율로 추가 지원을 한다라고 이제 계산을 해 보면 2200억을 더 받게 돼요. 국고지원이 갑자기 50% 증액되는 겁니다. 그러면 이제 학부교육 여건도 일정 수준 확보해 주면 나머지는 이제 연구비에 쓰도록 이런 식으로 유도를 하는 거죠. 그러면 서울대의 세계 대학 서열 순위가 지금보다 상당히 급상승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세계 유수의 대학 순위는 다 연구성과 순입니다.

◇ 정관용> 당연하죠.

◆ 이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이제.

◇ 정관용> 그런 유인을 하면 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이범> 네.

◇ 정관용> 사립대도?

◆ 이범> 모두 응할 거라고 보고요. 왜냐하면 사립대가 가지고 있던 원래 사학재단의 기득권을 대부분 인정해 주는 거거든요. 사학의 제일 중요한 기득권은 역시 재정운용권하고 인사권입니다. 그걸 그대로 인정해 주고, 그 대신 이제 재정 지원하는 대신 학생 선발권만 맞바꾸는 거죠. 그러면 연세대는 1600억 원을 매년 지원해야 되고 고려대는 1400억 원을 지원해야 되고 경희대는 1년에 800억을 지원해야 되고 동국대는 700억을 지원해야 되고... 이런 식으로 이제 우리가 계산을 해 볼 수 있는데요. 그러면 역으로 이제 최상위 대학이 응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만약에 경희대가 800억을 매년 받기로 하고 공동입학시스템에 들어온다 그러면 조만간 한양대가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경희대의 세계 대학순위가 한양대를 추월할 거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유인이 될 거라고 본다, 이 말이군요. 그러면 그렇게 공동입학은 이제 예컨대 한 15만 명 정도라고.

◆ 이범> 15만에서 20만이요.

◇ 정관용> 그 정도 쳐봅시다, 예를 들어서. 15만 명이 공동입학을 했어요. 그러면 그 사람들은 어디 가서 공부합니까?

◆ 이범> 그러니까 15만 내지 20만의 이 학생들을 전공별로 나눕니다. 이를테면 20만을 공동입학을 시키는데 그중에 컴퓨터공학과가 이제 1만이다 그러면 1만 명은 이제 컴퓨터공학을 하기로 하고 지원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제 캠퍼스를 배정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캠퍼스를 배정할 때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선지원 추첨. 1지망 A캠퍼스, 2지망 B캠퍼스, 3지망 C캠퍼스. 그런데 단순한 3지망 선지원 추첨보다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이를테면 저소득층이나 지방 학생들이 돈을 뭐 본인이 사는 곳과 경제적 여건이 어려울수록 좀 가까운 캠퍼스를.

◇ 정관용> 거주지 인근 이런 식으로.

◆ 이범> 배정한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요. 일단 우리가 공동구매 개념으로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공동구매 했다고 했을 때 그러면 이 물건은 100명이 공동구매했는데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 미리 사전에 투명한 룰을 만들어놔야 되는 것이겠죠. 그러면 전공별로는 커트라인이 달라집니다. 전공별로는 커트라인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러니까 인기 전공을 위한 경쟁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인기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은 막을 수 있고 이게 이제 지옥캐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되면 사교육의 수요는 현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이렇게 보세요?

◆ 이범> 갑자기 떨어지지는 않겠죠. 왜냐하면 이 체제가 정착되는 걸 보아가면서 이제 서서히 사교육을 줄일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갑자기 확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 정관용> 그러면 학부모들도 일단 비용 지출이 줄어들 것이고.

◆ 이범> 그렇죠. 대학은 요즘 대학이 재정이 모자라서 굉장히 난리거든요. 대학은 이제 재정이 풍부해지니까.

◇ 정관용> 연구가 더 많아질 것이고.

◆ 이범> 연구나 시설 투자 등등을 할 수 있는 것이고.

◇ 정관용> 노벨상도 나오겠네요, 잘하면.

◆ 이범> 그렇죠, 그러니까 그 연구비의 일부를. 우리나라 노벨상이 안 나오는 이유는 장기연구를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장기연구에 쓰기로 한다, 만약 그런 룰을 정한다면 노벨상도 나올 수 있겠고 학부모는 당연히 사교육비가 절감되니까 그만큼 돈이 또 많아지는 거죠.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19 정시지원전략설명회' 입장을 위해 줄지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리고 학생들은 사교육 안 받으니까 행복해질 것이고.

◆ 이범> 그렇죠. 학생들은 지금과 같은 과잉경쟁에서는 벗어나게 되니까.

◇ 정관용> 걸림돌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이범> 역시 이제 대학은 일반적으로는 좋아할 겁니다, 그 정도 재정 지원을 해 준다는데. 그리고 이제 학부모들도 지지할 거고요. 그런데 문제는 대학동문회가 제일 싫어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고교 평준화가 됐을 때 경기고가 최고 명문고등학교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평준화되고 나서 평준화 이후에 들어온 입학생들을 같은 동문으로 취급할 것이냐.

◇ 정관용> 차별하죠.

◆ 이범> 이 논란이 있었습니다. 경기고는 결국에는 동문회를 계속 이어서 하기로 했는데요. 안 그런 학교들도 있었고. 그래서 이제 이런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이게 워낙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가 제안한 게. 프랑스의 대학평준화하고 다르고요. 세부적으로 독일 평준화하고도 상당히 다릅니다. 그런데 사립대가 워낙 많은 상황에서 해볼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이어서 제가 이렇게 제안을 하는 것이고요. 그것과 관련된 책도 지금 쓰고 있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좀 제기해 볼 생각입니다.

◇ 정관용> 막대한 재정지원이 대학에 투입되니까 대학의 수준은 또 올라가겠네요.

◆ 이범> 그렇죠. 요즘 대학교수들의 평균적인 연구 능력은 예전보다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추가 재정지원 등이 있다면 세계 대학 순위 이런 데서 우리 대학들이 더 약진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는 것이죠.

◇ 정관용> 입시제도의 변경 정도 갖고서는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 이범> 그렇죠. 그러니까 저는 전에도 비슷한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러니까 우리 경쟁과 사교육을 일으키는 요인 중에서 80%는 구조적 요인, 즉 대학서열과 노동시장의 양극화 여기서 유래하는 것이라 보고요. 20%만 입시제도, 즉 선발제도와 연관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맨날 입시제도를 이렇게 바꿨다 저렇게 바꿨다 아웅다웅 싸우고 있는데 그러면 조금 좋아질 수는 있습니다. 20% 요인만큼 원인을 차지하니까요. 하지만 나머지 80%는 그대로 유지가 되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 80%를 구조적으로 혁신하려면 세계 유례가 없는 정말 깜짝 놀랄 방식인 국가의 막대한 재정지원을 거래 조건으로 입시선발권을 정부가 가져오자, 이거죠?

◆ 이범> 저희는 공동선발제고요. 다른 각도로 보면.

◇ 정관용> 그게 워낙 획기적이라서 금방 안 받아들여질 것 같거든요. 그러면 입시제도는 최선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 이범> 입시제도는 여기에 여러 가지 가치기준이 있을 수 있는데요. 일단 사교육만 가지고 생각해 보면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사교육비가 올라갑니다.

◇ 정관용> 당연하죠.

◆ 이범> 이건 너무 뚜렷하게 보이는 현상이라서 설명드릴 필요가 없겠고요. 그리고 이제 전형요소가 복합적일수록 그러니까 10년 전에 참여정부 마지막 해에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게 있었는데요. 그때의 정시는 지금과 달라서 수능성적 더하기 내신성적 더하기 논술성적이었습니다. 세 가지 다 잘해야 되니까 사교육비가 부담감이 엄청 치솟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그걸 해체하는 작업부터 했었죠. 학종도 약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학종도 내신성적 반영되죠. 수능 성적도 최저학력 기준이라고 해서 반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요. 독서이력,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 정관용> 할 게 너무 많죠.

◆ 이범> 등등등 굉장히 전형요소가 복합적이거든요. 그러니까 욕구가 별로 없는 학생은 상관없는데 내가 좀 이름 있는 대학에 가고 싶다, 최소한 인 서울을 하고 싶다 이러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 모든 걸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되면 또 사교육의 도움을 받게 되고.

◆ 이범> 그렇죠. 사교육도 많이 의존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만큼 또 전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니까 그럼 저렇게 할 게 많은데 내가 이번 학기에 도대체 어느 내용으로 얼마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할 것이냐. 전략을 짜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 정관용> 그게 코디가 나오게 되는 거죠.

◆ 이범> 그러니까 이제 컨설턴트와 코디가 나오게 되는 중요한 배경 중에 하나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어떻게 고쳐야 합니까?

◆ 이범> 그러니까 전에도 제가 그 말씀을, 2주 전에도 출연했을 때 그 말씀을 드렸는데요. 일단 입시를 없앨 것이냐의 문제를 고민을 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입시를 없앤다면 내신만으로 뽑는 건데 내신만으로 뽑는 나라는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캐나다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나라들은 다 어떤 형태로든 입시를 가지고 있어요. 대부분은 논술형이고 객관식 입시가 OECD한 5개 정도 나라가 있고요. 그러니까 내신만으로 꼽으면 이 학교 이 교사가 준 90점이, 저 학교 저 교사가 준 게 같은 90점인지 그 판단하는 게 어렵단 말이에요. 그래서 일종의 비교잣대로서 입시라는 것이.

◇ 정관용> 우리는 수능이죠, 지금.

◆ 이범> 그런데 이 경쟁을 확 줄일 수만 있다면 유럽처럼 논술형 입시, 그러니까 과목별로 보는 건데. 우리나라 논술고사는 아니고요. 수학시험도 논술형이고 역사시험도 논술형이고 유럽의 입시는 다 그렇거든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 정관용> 유명하죠.

◆ 이범> 프랑스만 아니라 영국, 독일, 스웨덴, 핀란드 다 그런 입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지금 상황에서 입시를 논술형으로 바꾸면 사교육이 치솟을 거고요. 경쟁을 아까 말씀드린 그런 방식을 통해서 현저히 줄일 수 있다면, 그러면 좀 그런 선진적인 체제로 바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보고 있는 거죠.
수능 시험 준비 중인 수험생들 (사진=자료사진)

 


◇ 정관용> 지금 학종은요?

◆ 이범> 지금 학종은 할 게 너무 많아서 설령 경쟁을 좀 줄이는 이런 대학체제로 우리가 이행을 한다 할지라도 좀 손을 보기는 봐야 된다라고 봅니다. 특히 제가 최근에 다행히 학종의 전형요소 가운데서 소논문... 학생의 정식 논문은 아니고 논문 쓴다면 소논문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이거는 올해 고1부터는 뺀다, 제외한다라고 정부가 발표했는데요. 제가 시급하게 하나 더 수상실적. 수상실적도 좀 더 빼자. 제가 사교육계를 관찰해 봤을 때 사교육 업계가 만들어서 공급하는 학종 관련 상품 중에 대부분이 소논문하고 수상실적과 관련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거는 뭐 우리가 새로운 체제를 기다리기 전에 일단 학종이 현실이라면 그 현실에서 제일 부작용이 심각한 이런 것들은 좀 시급히 덜어내는 이런 작업을 좀 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이런 주장들을 제가 요즘 펴고 있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라 오늘은 뭐 청취자분들께서 약간 이거 너무 획기적인 거 아니야라고 충격받으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국공립, 사립 가릴 것 없이 막대한 정부 재정지원으로 공동입학을 도입하는 획기적 고민을 한번 우리 사회에 지금 화두로 던지신 셈이네요. 오늘 일단 여기까지 말씀듣겠습니다. 교육평론가 이범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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