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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기강해이 절대 안 돼" 평일 낮 금주령 선포·연풍문 가방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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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요일 퇴근길 연풍문에서 '불시' 가방검사
연휴 앞두고 외부인 선물수수·공문서 무단 유출 특별단속
평일 낮시간대 반주(飯酒)도 원천 금지, 얼굴색 확인
A 비서관, 점심시간 규정 맞추려 연풍문 안에서 서성이기도
靑, 공직기강 점검, 암행·기획감찰 강화와 맞물려
문 대통령 "거울에 비춰보듯, 살얼음판을 걷듯 자중자애 해야"

청와대 전경(사진=자료사진)

 

지난 25일 금요일 오후 청와대 직원들이 드나드는 연풍문 내. 1층 검색대에서 퇴근하는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을 대상으로 불시 가방 검사가 진행됐다. 랜덤 방식이 아닌 누구나 열외없는 가방 검사였다.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실시한 이번 가방 검사는 설연휴를 앞두고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기강해이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취지였다. 이날 가방 검사에서는 혹시나 모를 외부인들로부터의 선물수수, 공문서 무단유출 여부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 공직기강비서관실은 특별감찰활동을 실시한다고 공표하고 전 청와대 직원들을 상대로 예비주의보도 발송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범위를 넘어서는 선물수수, 설연휴 전후 각종 모임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향응 및 금품수수, 근무시간 무단 이탈, 공문서 무단유출 등이 특별단속 대상이다.

평일 점심식사를 하며 곁들이는 반주(飯酒)도 원천 금지하는 등 주간 금주령도 떨어졌다. 내근 전담 참모진과 달리 시민사회 단체와 경제·노동계 인사들을 수시로 접촉하는 특정 부서는 점심시간에 외부인들과 식사하는 횟수가 잦은데 반주로 곁들이는 음주도 금했다. 언론인들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평일 점심시간 대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연풍문에 팀원들을 배치해 외부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직원의 얼굴빛을 살피기도 한다고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말연시와 연휴 전후,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에는 공직기강실에서 평소보다 더 높은 강도의 감찰 활동을 펼친다"며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긴장을 다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기강이 강화되다 보니 웃지못할 헤프닝도 종종 연출된다. 지난해 연말 A 비서관은 오전 11시 35분쯤 연풍문 내 청와대 안쪽에서 서성이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눈에 띄었다. 백 전 비서관이 "뭐하시냐?"고 묻자, A 비서관은 "점심약속이 조금 멀리에서 있어서 지금 출발해야하는데 11시40분이 넘지 않았다"고 볼멘 소리로 얘기했다. 청와대는 직원들이 외부에서 점심식사를 할 경우, 근무시간 관리 차원에서 오전 11시40분 이후에 경내를 벗어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원들은 청와대에서 나올 때 연풍문 내 검색대 옆에 위치한 출입구를 통과해야하는 데 신분증을 갖다대야 문이 열리고 입출입 시간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A 비서관은 11시 40분 이전에 점심식사를 위해 나갔다는 기록이 남을까 우려해 출입문 근처에서 서성이며 시간을 기다린 것이었다. 이에 백 전 비서관은 웃으면서 "이 정도는 괜찮아요"하면서 A 비서관 팔짱을 끼고 함께 나왔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청와대가 이번 불시 가방 검사처럼 기강해이 사전 방지에 나선 것은 지난 지난 21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주재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이 공직기강 협의체를 열고 연중 공직기강 점검과 암행감찰, 기획감찰 등을 강화하기로 한 것고 무관치 않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정부 출범 3년 차를 맞이하면서 최근 음주운전, 골프 접대 등 공직 사회 전반에 걸쳐 기강해이가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공직기강 해이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무사안일로 이어진다면 정부가 역점 추진하고 있는 정책 사업의 추동력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경호처 직원이 만취 상태에서 시민을 폭행하고, 김종천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사건 등을 언급한 셈이다. 김태우 수사관이 포함된 특별감찰반 직원들은 근무시간에 골프접대를 받은 것이 드러나 일괄 원대복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기강확립에 앞서 청와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점도 '기습' 가방검사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31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스스로를 거울에 비춰보듯 또 살얼음판을 걷듯 자중자애 해야 한다. 그것을 요구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면 청와대에 있을 수 없다"며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처음 업무를 맡았을 때 열정과 조심스러움이 교차하는 그 날선 느낌처럼 초심을 지켜나가야 한다"며 "청와대 직원들은 어떤 부처나 기관보다 높은 기준을 요구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영민 비서실장도 올해 초 취임 일성으로 "청와대 비서관실마다 '춘풍추상'(남을 대할 때에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게 대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이라는 글이 걸려있는 것을 봤다"며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할 그런 사자성어"라며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가방검사는 예전 대통령 순방 시기에 실시된 것과는 달리 전 직원을 상대로 꼼꼼하게 진행됐다"며 "공직기강 확립과 청와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무언의 압력'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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