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피의자 신분이 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관건은 사법농단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던 100여명의 전‧현직 판사들 가운데 검찰의 '솎아내기'를 통해 누가 재판에 넘겨질지 여부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을 사법농단 의혹의 종착지로 보고 벌인 검찰 수사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사실상 법원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최대 20일 동안 추가 조사를 통해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7개월 동안 수사과정에서 100여명에 달하는 전‧현직 판사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만큼 기소가 확실시 된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은 지인의 탈세사건 재판의 청탁을 받아 자신이 속한 대법원 재판부에 배당하고, 해당 지인의 업체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취업시킨 의혹을 받고 있어 추가 조사도 불가피하다.
또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재판거래와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차한성 전 대법관 역시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이는 유력한 인물이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이인복‧김용덕 전 대법관과 현직인 권순일‧이동원‧노정희 대법관 가운데 일부가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전 대법관은 2014년 통합진보당 가압류 소송에서 법원행정처의 자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하고 2017년 1차 진상조사위원장으로서 고의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덮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대법관은 2017년 12월 퇴임 전까지 선고되지 않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주심이었고, 권 대법관은 이 소송과 국가정보원 댓글공작 사건 등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또 사법농단 의혹 1호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재직시절 문건을 유출하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대법원이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징계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 △문성호 서울남부지법 판사 등 8명 등도 기소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편 검찰의 칼날을 피해 재판에 넘겨지지 않더라도 일부 전‧현직 판사들은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등에 대한 사법농단 사건 재판의 증인이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들이 검찰에서 한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가 이뤄진 만큼,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거나 검찰 논리를 탄핵하기 위해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