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양승태(71)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새로운 혐의점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들이 기존 혐의들까지 전면 부인하고 있어 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양 前대법원장, '직접 행동+혐의 부인'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장 심각한 핵심범죄 혐의에 대해서 단순히 지시·보고받는 걸 넘어서 직접 주도해 행동한 게 진술 등으로 확인됐다"며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소송에 직접 개입한 혐의가 무거웠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당시 일본 전범기업 측 대리인이었던 김앤장의 한모 변호사를 수차례 만난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법부 수장이 향후 재판에서 만날 수 있는 변호인을 개인적으로 수차례 만나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는 이 말고도 당시 사법부에 비판적이었던 법관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도록 지시하고, 헌법재판소 비밀을 누설한 혐의 등도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러나 지난 11일부터 이어진 3차례 검찰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에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처럼 법원 내 최종결정권자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은 향후 증거인멸의 우려 등을 이유로 일찌감치 구속영장 청구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가운데) (사진=이한형 기자
◇ 박병대 前대법관, '새로운 혐의에도 전면 부인'검찰은 지난해 12월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새로운 혐의를 추가해 이날 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법관의 첫 영장이 기각된 원인 중 하나가 '공모관계' 부분"이었다며 "관련자들을 대부분 불렀고 압수물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기각 된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서기호(49) 전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에 개입한 혐의 등을 새로 추가했다.
박 전 대법관 역시 양 전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검찰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마찬가지로 지난달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고영한(64) 전 대법관에 대해선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다. 일부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 주 중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