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9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설 명절 계기 이산가족 화상상봉 계획을 하루 만에 뒤집더니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한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를 보이면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비핵화 상응조치의 하나로 검토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지금은 검토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다만 "이게 우리 국민적인 관심사이기도 하고 또 북측의 관심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다 감안을 해서 한미 간에 다양한 상응조치에 대해서 '어떠한 비핵화 조치에 어떠한 상응조치가 따를 수 있는가' 그런 여러 가지 조합의 검토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강 장관이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초청 강연에서 '벌크캐시'(대량현금)가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문제의 해결 필요성을 제기한 것과는 온도차가 확연한 발언이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정부 고위 당국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같은 입장을 밝힌 터라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이해됐다.
마침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문제와 관련,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며 "남은 과제인 국제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힌 시점이다.
강 장관은 이런 '말 바꾸기' 논란을 의식한 듯 "제가 의원님들과 간담회에서 말씀드린 현금 문제는 북한에 대한 제재에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한 부분"이라고 부연하며 상황을 수습했다.
그러면서 "안보리 제재를 보면 대량현금 뿐 아니라 합작회사 금지, 특정 물품에 대한 수출입 금지, 금융관계를 차단하는 문제 등 다양한 제재 요인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다각도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벌크캐시라는 구체적 방법까지 거론했던 발언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선 여러 추측이 뒤따랐다.
예컨대 한미 간에 제재 완화 수위를 놓고 '속도 조절론' 같은 불협화음이 또다시 불거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만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검토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강 장관의 말을 여기에 그대로 대입하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가 상응조치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현금 대신 현물지급 등으로 국제제재를 우회하는 방식보다는 미국을 당당하게 설득하는 정공법적 접근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설 계기에 하려했던 이산가족 화상상봉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15일 밝혔다. 전날 정례브리핑에선 이르면 설 이전 성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여기에는 화상상봉 장비의 북한 반입에 따른 대북제재 저촉이 돌발변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측은 17일 워킹그룹 회의에서 해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섣불리 발표부터 한 것은 미숙한 처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