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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출신' 모셔놓은 금융사, 제재는 잠깐 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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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분석결과, 금융당국 출신 임원 있어도 재무 건전성 개선 효과는 거의 없어
금감원 출신 임원 오면 당국 제재 받을 확률 16% 넘게 '반짝 감소'
미국에선 정반대 현상…"감독권한 집중되면 유착 발생 가능성 높아"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재취업한 금융회사는 당국 제재를 받을 확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만, 건전성 개선 효과는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이기영·황순주 연구위원은 15일 'KDI포커스'에 게재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금융회사 임원은 연평균 2889명으로, 이 가운데 공직경력을 보유한 임원은 18.6%인 529명에 달했다.

특히 예금보험공사까지 합친 '5대 금융당국' 출신 임원은 연평균 377명으로 전체 임원의 13.0%를 차지했다. 기관별로는 금감원 출신이 연평균 120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재부는 103명, 한은 70명, 금융위 67명, 예보 17명 수준이었다.

지난 2011~2016년 금융회사 61곳의 재직 임원 가운데 공직 경력이 있는 사람은 16.3%로, 이 가운데 67.2%는 금융당국 출신이었다.

분석 결과 이들이 임원으로 취임한 뒤 1분기 동안엔 재무적 위험관리 성과에 별다른 성과나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취임후 2분기에도 한국은행 출신 임원이 있던 금융회사에서만 위험관리 성과가 일부 개선됐을 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 출신 임원이 있는 금융사에선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위험관리 성과 측정엔 '위험가중자산 대비 당기순이익률(RORWA)' 지표가 사용됐다. 위험가중자산은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들을 위험의 크기에 따라 가중평균한 값이다.

위험을 줄이면 수익도 줄기 때문에 이 지표가 높게 나오면 '위험을 적절히 통제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냈다'는 의미가 된다.

유일하게 개선 성과가 관측된 한국은행 출신 임원의 취임후 2분기엔 이 지표가 3.95%p 증가했다. 분석 기간 RORWA의 표본 평균값은 6.53%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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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금감원 출신 임원이 취임한 금융회사는 당국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16.4%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취임 이후 2분기부터는 제재 감소 효과 역시 관측되지 않아, 단기적인 현상으로 파악됐다.

금융사가 부실자산비율을 1% 줄이면 제재를 받을 확률이 2.3%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상적인 위험관리 노력보다 '급한 불 끄기' 측면에선 유리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금감원을 제외한 금융위와 기재부, 한은 출신 인사가 임원으로 취임한 금융사에선 제재 확률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이기영 연구위원은 다만 "금감원 당국자와 민간 금융회사 사이에 부당한 유착관계가 형성돼있다고 결론짓는 건 다소 성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출신 임원들이 재무적 위험관리를 개선하는 데 특별한 기여를 하지 않더라도 개인정보 유출과 불완전 판매 등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함으로써 비(非)재무적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금감원 출신 임원이 비재무적 위험관리에 전문지식을 제공했는지, 아니면 부당한 로비 결과로 제재를 회피한 것인지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민간 금융회사 임원 취임을 두고는 비판이 많았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연구는 드물었다.

앞서 미국에서 지난 2016년 같은 내용으로 이뤄진 선행연구를 보면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임원으로 취임한 금융회사의 재무적 건전성은 개선 효과가 뚜렷한 반면, 당국 제재를 받을 확률에선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에서 정반대의 현상이 관측됐다는 얘기다.

황순주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융감독체계는 다수의 기관이 중첩적으로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분권형 구조"라며 "한 기관에 감독권한이 집중되면 분권형 시스템에 비해 부당한 유착관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 선행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감독기관 사이에 견제와 균형 관계가 형성돼 특정기관과 금융사 유착이 이뤄지기 힘들고, 금융사 입장에서도 다수의 감독기관과 유착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향후 금융개혁 추진 과정에서 지금의 집중형 감독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금융감독 업무의 책임과 권한을 다수 기관으로 분산시키는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까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금감원에 집중된 금융회사의 경영실태와 부실위험 등에 관한 정보를 유관기관들에 제한 없이 신속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단기적 개선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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