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우측)이 출석한 가운데 현안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윤창원기자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여야는 치열한 '공허한 말들의 전쟁'을 벌였다.
여야는 이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을 상대로 김태우 전 감찰반원의 폭로 논란에 대해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새로운 비위 사실이 공개되지는 않았고, 여야는 '비위자의 일탈' VS '청와대의 무능'으로 프레임 전쟁을 펼쳤다.
◇장면1. 강효상 등판, "조국, 미꾸라지 장사꾼" 비수…박경미와 '카톡' 진위 두고 설전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 청와대 조 수석에 대해 "김태우 전 감찰반원이 미꾸라지라면 청은 미꾸라지 연못이고, 조국은 미꾸라지 장사를 한 것"라며 청와대의 미꾸라지 발언을 받아쳤다.
강 의원은 또 "조국 수석처럼 교수 경험만 있는 경우가 민정수석에 들어가서 진흙탕이 됐다"며 "조국은 무능과 범법 사이 경계에있는 것이다. 무능에 대해서 조 수석이 사과를 했다"고 조 수석을 저격했다.
이어 강 의원은 자신이 제시한 카톡 사진 자료를 가지고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과 진위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강 의원은 또 카톡 사진이 임 실장이 기재부 차관을 통해서 KT&G 사장 인사에 개입하려고 했던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의원은 "강 의원님 직전에 폭로한 카카오톡, 기재부 전 직원이 폭로한 것은 '카더라'식 무책임한 폭로다. 공당이라면 좀 더 입증된 자료를 보여달라"고 비판했다. 어떤 직위이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주고받은 내용인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강 의원은 "카톡은 아주 근거있는 사람에게 제보받은 것이다. 찌라시라면 제가 책임 지겠다. 의원직 사퇴하겠다"며 진위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카톡으로 얼마든지 카더라식의 근거없은 내용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면2. 이만희, '황당' 의혹제기에…임 실장 "그 분 임기 다 마쳤습니다"이만희 의원은 현 정부가 공공기관 사장의 조기 퇴사를 압박했다는 한 피해자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지만, 결국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김정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상임본부장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녹취록의 내용은 현 정부가 사장자리에서 사퇴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산자부 산하 많은 공공기관장들이 임기를 남겨놓고 사퇴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임기를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이유가 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고 지적하면서 그 중의 한 예로 김 본부장의 녹취를 틀었다.
녹취록에서 김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르면 도저히 사퇴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과 환경을 만들어서 괴롭혔고 지금도 그때의 충격으로 약을 먹지 않고는 잠에 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김 본부장은 3년의 임기를 모두 마치고 퇴임한 것으로 드러나 일부 의원들은 황당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당은 되레 김 본부장이 야당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발언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 임 실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 김정주라는 분은 확인해 보니까 3년 임기를 마친 분으로 확인됐다. 퇴임사까지 마치고...."며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이건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장면3. "회의진행의 ABC도 모르나"…'호통' 위원장 홍영표이날 회의에서 관전 포인트 중에 하나는 홍영표 운영위원장의 '호통'이었다.
홍 위원장은 회의를 진행하면서 야당 의원의 비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야당 의원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홍 위원장은 한국당 이만희 의원이 임 실장과 조 수석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고 질의를 끝내자, 곧바로 발언 시간을 할애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편파적이라며 비판하자 홍 위원장은 "회의 진행에 ABC도 모르세요. 발언기회를 주는 권한은 위원장에 있다. 조용히 하세요. 다른 위원님들 이만희 위원님 일방적으로 소리 지르셨으니까 답변 듣자고요"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 홍 위원장은 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조 수석에 대해 인사검증의 실패했다고 따지려 하자 전 의원의 발언을 중간에 강제로 끊기도 했다.
홍 위원장은 "잠깐만요 오늘은 특감반에 대한 것만 질의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다른 쟁점을 할 수 없다"며 정리했다.
한국당 정양석 의원이 "파행으로 원하시냐, 이렇게 하실거냐"며 항의하자, 홍 위원장은 "여야간 합의를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굉장히 어렵게 열린 운영위라고 말씀드린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장면4. 김종민 "아무것도 없어!" 야당 의원들 향해 '한숨'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이날 오후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아무것도 없다"며 공허한 야당의 공세에 대해 한탄에 가까운 질의를 했다.
김 의원은 "우리 한국당 위원님들 김도읍 위원님 법사위에서 보면 정말 잘하신다. 법안 하나 꼼꼼하게 챙겨오시고 그러는데"라며 "그런데 오늘 보니까 아무것도 없어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제시한 카카오톡 사진 자료에 대해 무책임한 근거제시라면서 "어떤 발언을 하더라도 움직일 수 없는 근거를 가지고 얘기해야지 정체불명의 카톡가지고 기재부 차관을 모욕하고 무시한 거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국당 위원님들 김태우 전 특감반원, 어떻게 이런 사람의 경호실장을 하고 있습니까? "라며 "우리 보좌관들하고 밤새서 질의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도대체 질의를 할 수 가 없다. 가치가 있는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일갈했다.
◇장면5. '박범계 VS 강효상'…여야 '지원군'의 고성전여야는 이날 운영위 현안질의를 위해 양쪽 다 위원 사보임을 하면서 전력을 보강하면서 새롭게 보임된 위원들의 활약도 주목을 받았다.
여당에서는 박범계와 박주민 의원을 보강했고, 야당에서는 강효상, 전희상 의원 등 당내 '청와대 감찰반 민간인 사찰 TF' 소속 의원들을 대거 동원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오전 질의를 통해 "이 사람(김태우)은 브로커다. 공익은 하나도 없고 사익만 있다"며 "총 12차례 걸쳐서 정보 제공자들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았다. 더욱 엽기적인 것은 셀프채용"이라며 조목조목 따지며 강공을 펼쳤다.
한국당 강 의원도 "여당 의원들과 청와대, 좌파 매체들이 지금 김태우를 범법자라고 몰아가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때 조응천, 박관천 다 똑같이 했다"며 "무죄 나고 감옥 보냈지만 정권은 무너졌다"고 정권차원의 문제로 확대하려는 전략을 집요하게 구사했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뉴 페이스' 박범계 의원과 강 의원의 대결도 펼쳐졌지만, 오후 회의가 종료되면서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강 의원은 임 실장에 대해 "청와대는 무능할 뿐 아니라 굉장히 오만하다"며 "임종석 실장도 오만하셔도 좋다. 오만 건방지셔도 좋은데 경제 살리고 국민 평안하게 해주시면 제가 큰 절도 올리겠다"고 힐난했다.
이에 박 의원은 곧 바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민이 보는앞에서 내 생각을 육하원칙 근거없이 말하고 있다"며 "일국의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한마디로 오만하다니요!"라며 강 의원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