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10시쯤 광주시 광산구의 한 내과. 주말 이른 시간이지만 병원 진료 대기실에는 독감 환자들로 가득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임모(35·여)씨는 3살 난 딸과 함께 병원 문이 열자마자 찾았다. 임씨는 "아이가 독감에 걸린 적이 처음이라 걱정돼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5일 정도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다고 하지만 고생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고 말했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김모(12)군은 이날 영어 학원 대신 병원을 찾았다. 이군은 "같은 반 친구들 중 3분의 1은 독감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독감 증세가 심해 하루나 이틀씩 학교에 못 나오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을 찾은 독감 환자 수만 벌써 200명이 넘어 지난 11월 독감 환자 70여 명과 비교할 때 벌써 3배 가까이 늘었다.
광주시 남구 한 이비인후과의 상황도 비슷하다. 중학교에 다니는 손주와 함께 병원을 찾은 최모(68·여)씨는 벌써 일주일째 독감으로 고생하고 있다. 증상 초기 단순 감기라고 생각한 최씨는 병원 방문을 미룬 채 약국에서 구입한 종합감기약만 3일 간 복용했다. 최씨는 "병원에서 입원해 링거를 맞으라고 하지만 출근해야 해서 입원하지 못했다"며 "4시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고열로 내복이 다 땀으로 다 젖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해당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한모(47)씨는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그런지 환자 중 절반 가까이가 10대 이하"라며 "아무래도 단체 생활을 많이 하는 학생들이 독감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번 독감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근육통과 함께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고열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시 동구 한 내과 원장은 "이번 독감은 목이 아프고 콧물을 동반하며 온 몸이 쑤시고 열이 나는 복합적인 증상을 보인다"며 "독감은 항바이러스제를 써야 나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감기약을 먹는다고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아직 독감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노약자들은 지금이라도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20일 기준 어린이의 접종률은 72.1%, 65세 이상 어르신의 접종률은 84.1%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독감은 감염된 환자의 호흡기에서 나온 침방울로 전파되기 때문에 비누를 사용해 손을 30초 이상 씻어야 감염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며 "열이 나거나 기침, 목 아픔, 콧물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미리 마스크를 착용해야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2월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독감 의심환자 수는 외래환자 1000명당 48.7명으로 4주 전인 11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의심환자 수 10.1명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지난 2017년보다 2주 빠른 지난 11월 16일 독감 유행주의보를 내렸다.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되면 2주 이상 지난 신생아를 포함한 9세 이하 소아, 임신부, 65세 이상 등 고위험군 환자들은 별다른 검사없이 건강보험이 적용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