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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폐쇄'부터 '법인분리'까지… 격랑 속 2018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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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노동자 2,000여 명 퇴직
혈세 8,000억 원 투입 등 정상화 약속했지만 또 갈등
논란의 법인분리 사실상 확정… 노조 반발 계속

카허 카젬(왼쪽부터) 한국지엠 사장, 베리 앵글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지엠 협력업체 다성 문승 대표가 지난 4월 23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GM) 부평공장에서 한국지엠(GM)의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 과정을 설명한 뒤 손을 잡고 있다. 박종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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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추운겨울을 맞고 있는 가운데 한국GM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상반기엔 기습적인 군산공장 폐쇄와 법정관리 문턱까지 갔지만 정부와 사측, 노조의 극적 합의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그 사이 2,0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회사를 떠나야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도 나왔다. 정부의 지원 속에 노사는 '경영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지난 7월, 회사가 법인분리를 발표, 강행하면서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 군산공장 폐쇄… 가까스로 넘긴 파산 위기

GM은 올해 2월 13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8일 군산공장이 모든 생산공정을 중단한지 닷새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발표였다.

한국GM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군산공장이 문을 닫게 되자 '한국 철수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군산공장은 2011년 한때 26만 대의 차량을 생산한 한국GM의 주력 공장이었지만 2017년 3만 대까지 떨어지는 등 침체를 겪었다.
글로벌 GM본사가 한국지엠(GM)의 법정관리 '데드라인'으로 언급한 지난 4월 20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앞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한형기자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며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은 "폐쇄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GM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GM은 경영실패로 지난 2014년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철수를 결정했는데 직격탄을 맞은 것은 엉뚱하게도 한국GM이었다.

유럽 공급물량의 90%를 한국GM이 생산해온 터라 한국GM의 수출 물량이 20만 대나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GM의 유럽 실패 타격이 고스란히 한국GM에 전가됐다.

물론 한국 자동차 산업의 병폐로 꼽힌 '고비용 저효율' 구조도 한국GM 경영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그동안 한국GM의 누적적자가 2조 6,000억 원이 넘는 자본 완전잠식 상태임에도 GM본사가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는 등 한국GM을 착취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사실상 한국GM 스스로 일어서기 힘든 상태였다. GM은 한국정부에 SOS를 요청했다. GM은 4월, 한국GM 정상화를 위해 71억 5,000만 달러를 투입할 테니 이 중 7억 5,000만 달러(우리 돈 약 8,100억 원)를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사이 한국GM 노사도 자구안 등을 내놓으며 경영정상화에 힘쓰기로 합의하자 정부 역시 산업은행을 통해 공적자금 7억 5,000만 달러를 한국GM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파산 문턱까지 내몰린 한국GM의 2018년 상반기 위기는 그렇게 지나갔다.

◇ 경영정상화 다짐했지만… 법인분리가 부른 노사갈등

노조와의 극적인 합의에다 정부 지원까지 이끌어낸 GM은 한국GM에 신차를 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20일, GM은 한국GM 정상화 방안을 추가 발표했다.

GM은 "한국GM을 글로벌 소형 SUV 개발 거점으로 지정하고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를 집중적으로 전담할 '신설 법인'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법인분리'가 발표된 것이다.

법인분리는 현행 생산과 연구가 하나의 법인으로 묶여있는 한국GM에서 연구·개발 부문만 떼어내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세우는 것이다. GM은 "한국에 대한 GM의 약속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산업은행과 노조는 반발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10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산업은행은 "계획이 모호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라며 반발했고 노조는 "한국시장 철수와 이른바 '먹튀'를 위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정치권도 법인분리 비판에 가세하면서 한국GM은 석 달 만에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GM과 한국GM은 법인분리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10월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분리 안건을 통과시켰고 11월 21일에는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이사회까지 꾸렸다.

GM의 독주를 막고자 산업은행은 앞서 지원하기로 한 7억 5,000만 달러 중 남은 금액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맞섰지만 GM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GM이 자료 제출에도 비협조적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산업은행은 GM의 주주총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11월 28일,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법인분리가 전면 중단됐다. GM은 즉각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위해 GM이 내놓은 조치를 막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법원의 제동으로 무기한 중단 상태였던 법인분리는 이달부터 갑자기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달 5일, GM 해외사업부문 배리 앵글 사장이 직접 방한해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을 면담, 설득에 나섰고 산업은행이 요구한 자료 등을 제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 18일, 산업은행은 돌연 "법인분리 사업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법인분리로 한국GM과 신설법인의 수익성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며 법인분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법인분리가 장기적으로 한국GM에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법인분리 외에도 한국GM에 생기는 신설법인을 GM의 준중형 SUV와 CUV 중점 연구개발 법인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입장 변화로 법인분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노조는 즉각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네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향후 계획에 따라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던 '노동존중'은 오간데 없이 노조가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주주총회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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