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장관. 자료사진
최근 미국이 연일 대북 유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는 방한 중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제재 완화 입장을 밝혔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새해 첫날로부터 머지않아 열리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미 간 현 상황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만남을 계속 가져갈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함께 만나서 미국에 가해지는 이 위협을 해소하는 문제에 대한 추가 진전을 만들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과 제재 완화에 대한 이견으로 북미 간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겠다는 의지를 재강조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3박 4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방한한 비건 특별대표의 연이은 대북 유화 발언 끝에 이어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비건 특별대표. 자료사진
비건 대표는 지난 19일 방한하면서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도적 대북 지원을 위해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표할 내용이 담긴 종이를 들고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모습은 미리 준비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비건 특별대표는 방한 중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와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각각 갖고 남북관계와 북미 비핵화 대화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21일 워킹그룹 협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대북제재 문제를 마무리지었다. 착공식 자체는 대북제재 사안이 아니지만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북으로 물품을 반출해야 하기 때문에 대북제재 예외 인정을 받아야 했는데, 이 부분에 한미 간 의견이 모아져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되게 된 것이다.
남북 간 유해발굴 사업이나 북한에 대한 타미플루 제공 등 다른 남북교류 협력 사업도 긍정적인 결론을 냈다.
비건 특별대표는 특히 우리 정부의 800만 달러 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훈 본부장은 기자들에게 "미국도 인도적 지원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견지 하에서 이 문제를 리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재개될지는 미국의 연이은 유화적 메시지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제재 완화를 언급하지는 않았고,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제재 해제가 아니란 점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내놓은 논평을 통해 "우리는 제재 따위가 무섭거나 아파서가 아니라 그것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에 문제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가 (선제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요구한 것은 미국이 결심하기 곤란하고 실행하기 힘겨운 것도 아니다"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종식과 부당한 제재해제 등 사실상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등 정상급을 건드리지 않는 형식으로 우회적으로 정상 대 정상 간 대화 방식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길 원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비핵화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합의 없이 무조건 정상회담은 안된다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유화 자세를 취하고 있고, 북한이 대화에 나온다면 제재 완화에 대한 나름의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재차 암시하고 있는만큼 곧 북한이 침묵을 깨고 나올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조중통 보도 등을 보면 '조미 수뇌상봉'의 의미를 강조하고 6·12 북미공동성명의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 대신 미 관료들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북한도 대화를 원하고 있는 듯 보인다. 상당히 절박하게 '상호주의'를 강조하며 미국의 선조치를 요구하는 모습일 뿐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또 미국이 줄 수 있는 상호조치에 대한 구도에 대한 답을 미국이 적절히 준비한다면 북한도 연초부터는 적극적으로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