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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2사단 부대깃발 태우며 한국전쟁 치욕적 패배 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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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3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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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후퇴 시작이 된 '군우리 전투' 패배와 희생 되새겨

"그 날은 미 육군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사건 중 하나이자 미2사단에 최악의 날이었습니다."

30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군우리 전투 기념 부대기 전소식에서 주한미군 2사단 제2공병대대 장병이 깃발을 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한국전쟁 중 '군우리 전투'를 상기하는 부대기 전소식이 열렸다.

그동안 군우리 전투 상기행사를 해온 미 1기갑사단 제2공병대대가 한국에 다시 순환 배치되면서 이번 전소식은 지난 2000년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에서 열리게 됐다.

미군이 부대기 전소식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낙동강 전투나 인천상륙작전에 비해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군우리 전투는 1950년 11월 29일∼12월 1일 청천강 인근 평안남도 군우리에서 미군이 벌인 철수작전을 말한다.

당시 미2사단은 남쪽으로 이어진 좁고 험한 계곡 사이의 길로 철수하던 미8군 대열의 마지막 부대였다.

그중에서도 제2공병대는 불도저와 트럭 같은 중장비 탓에 행렬의 마지막에 있었고 68년 전 바로 이날 후방을 지키며 퇴각해야 했다.

하지만 중공군은 이미 국군으로 위장하고 산악지형을 강행군해 미군의 퇴로를 먼저 점령한 뒤였다.

그들은 미군이 철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자루로 쓸어 담듯이 포위하며 남하하는 미군을 맹렬히 공격했다.

그 당시 제2공병대를 이끌던 대대장 알러리치 자켈레 중령은 앞선 호송대가 불과 3㎞도 가지 못하고 매복 중이던 중공군에게 포위돼 공격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어 포위망이 좁혀 오자 그는 위기 상황을 직감하고 부대 깃발이 들어 있는 나무 상자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중공군이 부대 깃발을 마음대로 휘날리는 치욕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미2사단은 군우리 전투에서 병력 80%가 부상하거나 전사하는 대패를 당했고, 제2공병대는 사단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철수 후 서울로 다시 모였을 때 공병대 장병 977명 중 266명만이 남아 있었다.

대대장 자켈레 중령 역시 포로수용소에서 2년 반을 보낸 후에 귀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군우리 전투 기념 부대기 전소식에서 주한미군 2사단 제2공병대대 장병이 깃발을 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군이 3일 동안 철수하면서 지나야 했던 군우리 이남 10㎞ 길은 이후 '시련의 길' 또는 '죽음의 계곡'으로 불렸다.

지난 2007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을 심층 인터뷰해 '콜디스트 윈터'라는 책을 집필한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미군은 인천상륙작전 성공 이후 오만해져 추위와 전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인종차별적인 사고로 중공군이 가공할 만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당시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으나 상대인 중공군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수립을 공식 선포한 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은 나라의 지원군이었다.

이런 중공군이 미 육군의 주력 부대인 미2사단에 대패를 안긴 것은 유엔군에게 큰 충격이었고 군우리 전투는 사실상 유엔군이 38선 이남으로 철수하는 1·4 후퇴의 시작이 되었다.

이날 해가 지고 어두워진 오후 7시께 캠프 케이시 헬기장에 모인 제2공병대 장병들은 68년 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재현했다.

장병 14명은 0℃의 추운 날씨에도 차가운 바닥에서 엎드려 쏴 자세로 공포탄을 발사했으며 사방의 어둠 속에서 기관총과 포성이 들려왔다.

이어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부대기에 불을 붙인 뒤 깃발이 다 탈 때까지 경례를 올려 당시 숨진 선배 전우들을 추모했다.

군 관계자는 부대기 전소식을 1950년 이후 매년 부대 전통으로 하는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군은 큰 승리를 기념하지만, 행렬의 마지막에 남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을 기념하고 부대기를 스스로 태워 명예를 지키려고 했던 귀중한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장병들이 임무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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