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에 본격 시동을 거는 가운데, 수수료 5000원 상당의 '즉시 배차'도 연내 추진키로 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택시 업계의 반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15일 택시업계와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즉시 배차' 서비스를 연내 추진해 이르면 연말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단 승차 거부 현상이 심해지는 심야시간대부터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일단 즉시 배차 수수료는 5000원으로, 이 중 20%인 1000원은 택시 기사에게, 20%인 1000원은 플랫폼 운영비로, 나머지는 카카오에 돌아간다고 한다"면서 "현재 카카오 내부에서 검토 중이고 내달 말부터 서비스 개시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즉시 배차'는 현재 시행 중인 '스마트(우선) 호출'과 함께 카카오가 연초에 밝힌 카카오택시의 유료화 서비스 중 하나다. '즉시 배차'는 수수료를 더 내면 인근에 빈 택시를 자동연결해준다. 승객의 목적지나 택시 기사의 수락 과정 없이 곧바로 배차되는 것이다.
카카오는 "즉시 배차 등 카카오택시 유료화 모델에 대해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배재현 부사장은 지난 8일 3분기 실적발표 뒤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즉시 배차를 포함한 해외 택시, 커넥티드 카 이외에도 사용되는 다양한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검토 중이며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택시업계 주장처럼 "즉시 배차 도입 시기나 수수료에 대해서는 전혀 결정된 게 없다"는 게 카카오측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풀에 대한 합의점도 못 찾고 있는 만큼 즉시 배차는 내부에서도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택시 업계에서는 이같은 카카오의 해명을 "조금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택시노조 관계자는 "카카오가 카풀도 이해당사자 간 의견을 조율하면서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해놓고선, 카풀 기사용 앱을 만들고, 카풀 기사를 모집하는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승객용 모빌리티 앱 카카오T에 카풀 탭을 신설하는 등 계속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즉시 배차 서비스도 마찬가지일 것"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 카카오택시 '즉시배차' 뭐길래?…수수료 5천 원에도 택시기사 반발, 왜?카카오택시 도입 뒤, '승차 거부'가 아닌 '호출 거부' 논란이 불거지면서 카카오는 택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이같은 유료 호출 서비스를 내놨다. 가장 문제는 출근 시간대인 평일 오전 8~9시, 카카오택시 호출 건수는 평균 약 20만 건에 달하지만 택시는 2만 대에 불과하단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시 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운다는 불만이 커졌다. 주말 저녁이나 연말에는 이런 폐단들은 더 심해졌다.
카카오는 연초에 우선 배차와 즉시 배차 등 두 가지 유료화 모델을 발표하면서, "유료콜 서비스를 시행하면 호출 거부 문제도 수그러들 것"으로 내다봤다. 택시기사들도 수수료 수익 중 일부를 나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 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신중론에 부딪혀 현재는 1000원의 웃돈을 더 내면 택시가 배차되는 '스마트(우선) 호출'만 서비스 중이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카풀 도입에 본격 시동을 건데다 카카오가 수수료 5000원의 즉시 배차 서비스를 연내 추진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택시 업계 측 반발은 더욱 격화되는 추세다. 택시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업계를 독점하고 택시 기사들까지 옥죄고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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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조합 관계자는 "즉시 배차 서비스는 택시 요금 인상과 마찬가지"라면서 "카카오의 설명처럼 수요와 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무료호출을 하는 승객들은 택시 잡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15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택시 기사 김모(53) 씨도 "수수료가 모두 택시 기사들에게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택시비가 오른 듯한 인상만 주면서 결국 욕이란 욕은 택시 기사들만 먹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의 우려는 승객이 5000원의 수수료를 낸다 한들, 한정된 택시 공급이 크게 늘지도, 또 그렇다고 택시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택시배차 순서를 돈 낸 순서로 정하는 것이 해결책이냐"며 이들은 반문했다.
◇ "스마트호출 수수료 정산도 제때 안돼(?)" 불만↑…즉시 배차, "택시비 인상 효과, 욕은 택시 기사들만"호출 수수료에 대한 택시 기사들의 불만도 쏟아진다. 현재 시행 중인 스마트호출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 강모(59) 씨는 "스마트호출 수수료 1000원 중 400원만 수익으로 받고 있고 정산도 제때 안 되고 있다"면서 "고작 몇백 원 더 받겠다고 스마트호출에 응하는 기사도 거의 없다"며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그것은 택시 기사들이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모든 건 시스템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수수료 1000원 중 절반인 500원을 점수로 환산한 포인트로 주고 이게 쌓여 1만 점이 되면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면서 "기사 편의를 위해 스마트호출 정산에 필요한 카드 결제 수수료까지 카카오에서 모두 지급하고 있다"며 강조했다.
카카오와 택시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상당수 기사들이 유료호출로 받는 수수료가 정확히 얼마인지 알지 못해서, 또 정산 시스템을 잘 몰라서 불거진 오해로 보인다. 택시 기사들은 그저 "스마트호출을 수락해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이는 호출 수수료에 대한 기사들의 불만은 포인트가 1만 점 쌓여야 들어오는 스마트호출 정산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적어도 스무 번 이상의 스마트호출을 받아야만 1만 원이 들어오는 셈인데, 도로에서 승객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고 여전히 무료 호출을 부르는 고객들이 다수다. 그렇다고 택시 기사들이 온종일 대기하다가 스마트호출만 받을 수도 없다.
물론 이같은 세부 방침들을 카카오 측에서 택시 기사들에게 제대로 전달을 못 했을 수도 있고, 전달했지만 카카오에 대한 반감 탓에 기사들이 귀를 닫았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갈등이 카카오 카풀을 둘러싸고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카카오와 택시업계 간 불신이 쌓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9일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위원장과 만났다. 정 대표는 만남 직후 소셜미디어에 두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한국 택시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나눴고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도 택시운송노조 측은 "불법 카풀 앱 근절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조, 전국개인택시운송노조, 전국택시운송사업노조 등 총 4개의 단체가 있는데, 비대위와의 합의가 힘드니 노조 두 곳만 따로 접촉하는 등 각개전투를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카카오에서 아직 구체적인 즉시 배차 안을 (정부에) 제출하지는 않았다"면서 "일단 카카오가 택시회사가 아닌 만큼 즉시 배차 방식을 어떻게 할지 봐야 할지 알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즉시 배차 서비스는 어떻게든 택시 기사가 응해야 서비스가 될 텐데 택시회사가 아닌 카카오가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지 봐야 알 것 같고 거기에 따라 여러 가지 판단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풀에 대해서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두고 이해당사자간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산업 종사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편, 택시노사 4단체의 카풀비상대책기구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로 전국택시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풀의 불법영업에 대한 택시업계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오는 22일에는 국회 정면 국민은행 앞 노상에서 약 3만명이 참여하는 2차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