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바이오에피스의 관계사 전환을 고의분식으로 결론낸데 대해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삼성이 이번 결론이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이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 대한 논란 재점화로 불똥이 튀는 것에 크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선물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4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2015년 회계처리에 대해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지분에 대해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꿔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4.5조 원의 이익을 낸 부분은 잘못이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삼바는 2012년 설립한 에피스를 자회사로 인정해 취득가로 장부에 게재해 왔지만 2015년말에는 관계사로 바꿔 시장가치에 따라 평가했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2905억원에서 갑자기 4조 8085억원으로 평가됐고 모기업인 삼바의 가치도 그만큼 높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2015년에 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 차익을 얻은 것은 잘못된 것으로 취소돼야 한다"면서 이 회사가 이전에도 자회사를 합작설립한 미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부채로 인식하고도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낸 입장자료를 통해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평가방법 전환은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 뿐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소송을 통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강력한 소송 의지를 밝혔다.
따라서 이날 증선위의 '고의분식' 결론에 대한 잘잘못은 삼성이 실제 소송을 낼 경우 행정소송과 이어지는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됐다.
그러나 연말로 예상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에 이번 증선위 결정이 영향을 미칠지에 삼성은 촉각을 더 곤두세우고 있다.
증선위의 이날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돕기 위해 삼바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세간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이 결정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률심인 대법원 심리에 이날 증선위 결정이 증거로 제시될 수는 없지만 특검의 의견서를 통해 재판부의 심증에 영향을 미칠수는 있어 삼성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삼성의 걱정은 행정소송에서 증선위 결정이 취소되고 대법원을 통해 확정되면 사라질 수 있는 것이지만 최근 사법부의 구성변화와 태도 등을 감안할 경우 예기치 않은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삼성 입장에서 더 큰 불안요소는 이번 결정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취소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에 미치는 영향이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합병비율이 잘못 산정됐다며 합병무효 소송을 낸 상태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0월 일성신약의 주장을 배척하고 삼성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날 나온 증선위의 판단을 2심 재판부가 참고한다면 1심과는 다른 결론을 내려 즉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취소를 판결하면 이야기는 복잡해 진다.
이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된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승계 작전은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취할 수 밖에 없는 전략은 이날 증선위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내용을 다퉈가면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재판에 대한 파급효과를 차단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