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줄곧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엇박자'를 빚어왔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을 전격 교체했다. 후임 부총리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정책실장으론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을 지명하며 기존 경제정책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
청와대가 직접 이번 인선의 키워드로 '하나된 팀(원팀) 호흡과 실행력'을 거론한 만큼, 엇갈리던 '김동연·장하성(김앤장)' 투톱은 사실상 경질됐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9일 '홍남기·김수현' 신(新) 경제투톱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인사에서 몇가지 특징적인 키워드라면 포용국가와 원팀, 실행력, 정책조율능력, 이 네가지 정도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지금은 우리 경제정책이나 포용국가 정책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서로 합심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그런 호흡이 필요하고, 잘 맞춰왔던 분들이 실행도 더 속도있게, 힘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김앤장' 투톱의 불협화음이 정책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게 이번 교체의 주된 원인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간 문재인정부 주요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김동연 부총리는 '수정·보완론'을 언급해온 반면, 장 실장은 '유지'에 무게를 실으며 미묘하게 충돌해왔다.
이런 엇박자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달라"고 '경고'까지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6일엔 장 실장이 내년에 경제정책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자 김 부총리는 "정책실장의 희망"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특히 김 부총리는 다음 날인 7일엔 국회에서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 발언을 둘러싸고 문재인 대통령 등 현 정부 최고위층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김 부총리의 발언이 도를 넘어섰다는 기류가 흘렀다.
문 대통령이 예산 국회 진행 중에 이례적으로 경제팀 교체를 조기에 단행한 건 이런 갖가지 논란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수석은 "김 부총리는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예산안 처리를 위해 전력을 다 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경제 투톱 교체는 악화된 경제지표와 이에 따른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비(非) 경제전문가라는 지적 속에서도 김수현 사회수석을 정책실장으로 지명한 것은 문 대통령의 정면돌파 의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윤 수석은 여권 내에서까지 터져나온 '김수현 비판론'에 대해 "경제전문가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고 전공상으로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있고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국가의 설계자"라며 "경제는 야전사령탑으로서 홍남기 부총리 내정자가 총괄하기 때문에 김 수석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부총리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책과 관련해 부총리의 장악력이 전보다 커질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윤 수석은 "두 분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3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사회수석과 국무조정실장으로서 지금까지 정무적 판단과 정책조율을 성공적으로 해 온 만큼, 일을 만들고 되게 하는 원팀으로서 호흡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주문하는 보수야권에선 이번 인사를 둘러싼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조명래 신임 환경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조 장관은 위장전입과 탈세 의혹 등의 이유로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