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경찰이 응급실 의료진을 폭행하는 등 각종 비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 경정급 지구대장이 직원들 앞에서 부적적한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응급실 의료진 폭행과 운동화 절도, 소변통 갑질 등 부산경찰의 낯 뜨거운 비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정급 경찰 지구대장이 이 같은 상황을 내부 고발자와 언론을 통제하지 못한 탓으로 돌려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해당 지구대장은 박운대 부산경찰청장이 15개 경찰서 서장을 소집해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하고 있을 때도 직원들에게 "우리의 잘못은 제보를 한 것"이라는 상식 밖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져 지휘부가 내놓은 대책을 무색하게 했다.
"애들이 밖에 나가서 우리 엄마, 아빠 갑질을 이야기 합니까?", "언론 통제가 안되니까 (국민)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잘못한 것은 (언론에) 제보를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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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부산의 한 경찰지구대 조회시간에 지구대장인 A경정이 직원들에게 역설한 말 중 일부다.
60여 명의 지구대원 중 절반 가량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A경정은 최근 연이어 불거진 현직 경찰관들의 일탈과 갑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20분 가까이 말했다.
A경정은 일반 가정을 예로 들며 갑질의 경계에 대해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또, 일반 가정의 경우 갑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버지가 집에서 꼼짝도 안하고 마누라한테 밥을 차리라고 하면 갑질입니까? 아버지가 아이들한테 욕하면 갑질입니까? 갑질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애들이 밖에 나가서 우리 엄마 아빠 갑질한다고 이야기를 합니까?"
A경정은 최근 경찰이 여론의 비난을 받는 것은 경찰의 잘못이 아니라 언론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도 늘어놨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안전도는 최하위 수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불안합니다. 왜 그런지 압니까? 언론통제가 안 되니까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모든 것이 언론 때문입니다"
A경정을 언론 통제가 안 돼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는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낸 뒤 특정 직원의 이름을 호명하며 "그렇지 않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해당 직원은 "언론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며 A경정이 원한 대답을 내놨다.
A경정은 다른 공무원 조직과 비교하면 경찰조직이 가장 깨끗하다며 언론이 통제되지 않아서 비난 여론을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관이 제일 깨끗합니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교육청 그런 데는 언론에 안 나잖아요? 우리만 맨날 언론에 나니까.."
A경정은 "우리 스스로가 잘못한 것도 있습니다"고 말한 뒤 "제보를 한 것"이라고 스스로 답해 직원들에게 내부 비위를 밖으로 흘리지 말 것을 암묵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A경정은 다음날 오전 조회시간에도 같은 내용의 소양 교육을 나머지 절반의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부산경찰청장 주재로 공직기강확립을 위한 지휘부 회의가 열렸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박운대 부산경찰청장이 지방청 간부는 물론 지역 15개 경찰서 서장과 청문감사관을 소집해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던 시각에 일선에서는 전혀 다른 말들이 전파되고 있었던 것이다.
A경정은 자신이 한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우리나라 치안이 우수한데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안전이 매우 낮은 것을 말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문제를 언론에 제보하는 것은 경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A경정이 지구대장으로 있는 지구대는 직원이 6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 경감이 아닌 경정급이 지구대장을 맡는다.
경찰서 차원에서 이 지구대를 관리·감독하는 부서의 책임 간부는 최근 이른바 '소변통 갑질 논란'이 일었던 B경정이다.
부산CBS 박중석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