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낮 거리에서 조현병 환자가 행인 2명을 흉기로 찌르는 등 정신질환 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40분께 인천시 동구 한 공원 앞 도로에서 A(58·남)씨가 행인 2명을 흉기로 찔렀다.
피해자들은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목 부위를 찔린 1명은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위중한 상태다. 얼굴을 찔린 1명은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들과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그는 조현병 증상으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올해 5월까지 인천 한 복지 시설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시설에서 퇴소해 이달 초 동구로 이사했으며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았다. A씨는 집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계속 횡설수설하고 정상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아직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과 20일 전에는 평소 조현병을 앓던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 20대 남성은 이달 5일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고 여동생에게도 상해를 입혔다.
그는 그러나 경찰에서 "정신 질환이 있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범행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이 남성은 평소 조현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 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창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장애 범죄자 수는 2013년 5천858명에서 2014년 6천265명, 2015년 6천980명, 2016년 8천287명, 2017년 9천27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재범률도 높았다. 정신장애 범죄자의 2013∼2017년 재범률은 매년 65% 안팎이다. 같은 기간 전체 범죄자 재범률이 47% 안팎이라는 점과 비교해보면 최대 20%p 가까이 높다.
이에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조현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해 동등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10건 넘게 오르며 앞다퉈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 시민은 '조현병 환자로 인해 꾸준히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접하며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다른 시민은 '또 심신미약이다. 정신질환자든 심신미약자든 살인자가 내 옆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길거리 지나가기가 무섭다'고 적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범인의 형량을 낮춰주는 대신 엄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섣부른 낙인보다 지속적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조현병 환자의 경우 통제가 불가능한 질환이라는 편견과 달리 약을 정기적으로 먹으며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조현병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은 보통 하루 1∼2회 복용하는데 환자가 용법과 용량을 따르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고 질환이 만성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김재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비슷한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위험한 사람'이라는 편견이 강화된다"며 "대다수 환자와 그 가족들은 오히려 이런 낙인 때문에 치료를 꺼리게 되는 현상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에 개정돼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요건과 심사가 강화되면서 정신질환 치료가 다소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결국 환자들이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중요한데 정신보건법이 강화되면서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을 입원시키기도 어려워졌다"며 "자해나 타해 위험성이 증명돼야만 입원할 수가 있는데 이는 위험이 발생한 뒤에야 입원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환자들은 가족이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며 "만성 환자를 국가가 돌봐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