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최근 언론은 팩트 보도가 아닌 경향성 보도라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고, 내가 만든 종편은 종일 편파방송만 합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분이다. 홍 전 대표는 이 글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언론이 편향성을 띄게 됐다고 질타했다.
글의 목적은 분명해 보이지만, 여기서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이 따로 있다. 바로 "종편을 내가 만들었다"고 쓴 부분이다.
왜냐하면 홍 전 대표는 이 같은 발언을 과거에도 여러 차례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대선 기간에도 "종편을 제가 만들었는데 요즘은 보면서 참 후회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발언은 지난해 7월, 9월, 11월에도 있어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특히 올해 1월에는 "MBC의 좌편향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 반대를 물리치고 종편을 만들었는데, 종편이 생존 경쟁을 벌이며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까지 했다.
그의 반복된 발언의 골자는 좌편향 방송을 견제하기 위해 종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종편은 탄생에 대해 사회적인 반대로 인한 갈등이 극심했던 방송으로, 특히 좌편향 방송 견제용이라는 언급은 종편이 얼마나 정파적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한마디로 천기누설에 가깝다.
홍 전 대표의 그런 언급은 특유의 과장 화법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해서는 안 될 말이 반복적으로 입밖으로 나온 것은 종편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스스로의 의식 조차 거역할 수 없도록 이미 뇌 깊숙이 박혀버렸기 때문인지 모른다.
돌이켜 보면 종편 출범은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2008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미디어법 개정안이 바탕이 됐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방송법, 신문법, IPTV법 등 미디어 관련 7개법을 말한다.
(사진=노컷뉴스 2009년 기사 캡처)
당시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는 홍 전 대표. 그는 당시 "17대 국회 때 논의가 끝나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법안"이라며 미디어법 개정안의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요구하는 등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
법안 제출 이후 약 6개월간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2009년 7월 19일 홍 전 대표의 어록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미디어법은 이명박 정부의 상징이 돼 있다. 어떤 식으로든 통과돼야 한다. 못할 경우 국정실행 동력이 상실된다."
당시 청와대의 '미디어법 통과'에 대한 의지와 독려가 얼마나 확고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3일 뒤인 21일 한나라당은 기습적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 22일 이윤성 국회부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미디어 관련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개정안 통과를 독려하고자 "미디어법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도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방송분야에서만 당장 2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며 이 전 대통령의 논리를 거들었다.
"(미디어법은) 이념 법안이 아닌 미디어 산업 법안이며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고도 했다.
당시의 언급을 비출 때 최근 홍 대표 최근 발언인 "좌편향을 견제하기 위해 종편을 만들었다"는 발언은 2009년의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논리를 뒤집는 실언인 셈이다.
미디어법의 탄생 자체가 '정권 입맛에 맞는 보도'를 쉽게 내보내기 위한 목적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10년이 지나고서야 털어놓은 셈이 됐다.
그의 천기누설은 종편 탄생의 비화를 밝히고, MB정권의 언론 장악 시나리오라는 적폐를 청산할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