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 전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5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 일정이 명시된 점이다.
남북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착공식을 연내에 갖기로 합의했었지만 경의선 철도 북측구간 현지조사가 군사분계선 통행을 허용하지 않는 유엔군사령부의 입장 때문에 무산된 상황이어서 올해안에 공사에 착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돼왔었다.
하지만 남북은 이날 고위급회담에서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경의선은 이달 하순, 동해선은 11월초부터 착수하기로 했다. 이는 유엔사의 승인이 선행돼야 하는 문제이고, 유엔사와의 협의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남북한이 잡은 착공식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엔사는 사실상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어 한미간 긴밀한 공조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의식한 듯 통일부는 "남북관계 주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남북이 '장성급군사회담'을 빠른 시일안에 열어 '판문점 군사분야 이행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적대관계를 완전히 종식시켜야 한다는 남북 양 정상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장성급회담에서는 GP 철수 등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전환,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화 등을 위한 방안과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을 구체화시켜나갈 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등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은 또 이산가족 면회소 상시 운영 문제 등을 협의할 적십자회담을 11월 중에 금강산에서 기로 합의했다. 적십자회담에서 면회소 복구와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논의 등이 진전되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정에 진입하게 된다.
이산가족 면회소는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 앞구역에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로 설치돼있고,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그동안 7차례 진행된 이산가족 화상 상봉에는 남북 557가족, 3748명이 참여했고, 영상편지 교환은 지난 2008년 2월 한차례 밖에 진행되지 못했다.
이와관련해 우리측은 이날 회담에서 "이산가족 면회소 시설 개보수 공사와 관련해 몰수 조치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고, 앞으로 남북간에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이와함께 이날 고위급회담에서는 공동보도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남북 국회회담과 평양 공동선언에 명시됐던 서해경제·동해관광 공동특구 조성 문제 등도 논의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회회담과 관련해 북측은, 남측 국회 차원에서 실무회담을 제의한다면 북측 최고인민회의가 검토해서 답변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서해경제·동해관광 공동특구 조성과 관련해서는 "준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연구에 착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우리측이 구체적인 일정을 북측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날 고위급회담에 대해 "분야별 후속회담을 합의한 일정대로 개최해 '평양공동선언' 합의 사항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개성에 설치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앞으로 남북한 실무 회담의 산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 소나무 재선충 방제와 양묘장 현대화 등을 논의할 산림협력 분과회담(10월 22일) ▲ 전염성 질병의 유입과 확산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 분과회담(10월 하순) ▲ 2020 하계올림픽 공동 진출·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문제를 협의할 남북체육회담(10월 말) 을 모두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