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휘발유 저장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 소방당국이 소방헬기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기자
고양 저유소 화재가 풍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지목되면서 저유소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풍등은 등 안에 고체 연료로 불을 붙여 뜨거운 공기를 이용해 하늘로 날리는 소형 열기구다.
스리랑카 국적의 근로자 A(27) 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 32분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와 인접한 터널 공사장에서 줏은 지름 40cm, 높이 60cm 인 풍등을 날렸다.
풍등은 4분 만에 300m 거리의 저유소 잔디밭으로 떨어지면서 잔디에 금새 불이 붙었다. 인근에 있던 건초더미도 불을 키웠다.
경찰은 불이 압력을 유지하기 위한 탱크의 유증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옮겨 붙기 시작해 오전 10시 54분쯤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탱크에는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할 유증기 회수장치가 없었고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장치는 탱크 내에 있는 유증기를 다시 액체로 만들어서 유증기가 실외로 나가지 않도록 한다.
송유관공사 측은 이에 대해 "유증기 회수장치는 일반 공기랑 접촉하는 경우에 화재를 막기 위해 쓰는 것이지만, 탱크의 경우는 사실 외부 공기와 접촉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구비를 따로 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일반 주유소는 공기와 접촉이 잦기 때문에 회수장치가 있는 것"이라며 "저유소 탱크에 있는 기름을 옮길 때에는 회수장치가 달린 출하기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증기 회수장치가 있었으면 이번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대학소방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최돈묵 가천대 교수는 "이번 사고 자체가 우연적으로 발생한 측면이 있지만, 유증기 회수장치가 있었으면 이번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사고 자체가 우연의 일치로 발생한 것"이라면서도 "회수기가 있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의무 설치 규정이 없는 외부 감지센서도 강조됐다. 이 센서는 적외선으로 열을 감지해 자동으로 알려주는 장치다.
경찰조사 결과 사고 당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는 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불이 난 뒤 18분 동안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저유소에는 역시 외부 감지센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교수는 "이 센서는 하나에 100만 원 밖에 하지 않는데 주변에 산이나 잔디 같은 곳에 있는 시설이면 설치하는 것이 좋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적어도 외부 감지센서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양 저유소는 북서쪽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
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저유소는 전국에 8곳이 있다. 이 가운데 저장용량이 가장 큰 판교저유소(약 3억 1300만ℓ)만이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