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사진공동취재단)
7일 당일치기로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 수뇌부와 무엇을 논의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월 방북의 '빈손 귀환'에 이어 8월 말 발표했다 취소하는 홍역 끝에 성사된 4차 방북인 만큼 기대가 작지 않다. 지난달 18∼20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 대화 급가속 기류 속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구체화하는 협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방북 동선이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전례를 볼 때 폼페이오 장관은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혹은 리용호 외무상)과 만나 회담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예방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을 발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을 예고한 바 있다.
양측은 평양 공동선언(9월 남북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비핵화 조치와 그 상응 조치를 조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 공동선언에는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아울러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도 명시됐다.
이로 볼 때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국제 전문가들 참관하에 폐기하는, 이른바 사찰과 검증 방안과 영변 핵 시설 폐기가 북한이 공개적으로 내놓은 비핵화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의 1단계 조치로는 영변 5MW 원자로,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등을 폐쇄하는 한편 그걸 모니터링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의 방북을 허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을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6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났을 때 이번 방북 때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밝힌 만큼 '플러스알파(+α)'로 미사일 발사차량(TEL) 및 생화학무기 폐기 등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 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일부에 대한 폐기 조치도 더해주길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미국 측의 상응 조치로는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종전선언이 우선 거론된다. 미국 측도 종전선언을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올린다는 구상이라고 미언론이 최근 보도한 데서 보듯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북한 측이 영변 핵 시설 폐기에 들어가고 ICBM 또는 핵무기 일부에 대한 폐기 의지를 밝힌다면 그걸 확인하는 미국 측 인력의 상주를 위해서라도 평양에 북미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수도 있어 보인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강조한 대북 제재 해제 또는 완화 조치가 논의됐을 수도 있다.
이처럼 서로 주고받기식 논의를 바탕으로, 북미 양측은 2차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 논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차 정상회담 개최일과 관련해선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전후를 놓고 공방을 벌였을 것으로 보이며, 장소로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제3국 아니면 북미 양쪽의 수도, 판문점을 놓고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방북 일정을 마친 뒤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협의 결과를 설명하고 공조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동북아(일본→북한→한국→중국) 순방팀에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뿐 아니라 6·12 북미정상회담 직전까지 북측과 실무조율을 했던 성 김 주필리핀 대사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8월 취임 이후 이번이 첫 방북으로, 북측 협상 라인과 상견례를 하게 됐다. 다만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로 예상됐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북한·중국·러시아 3자 협의 등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 중이어서 둘 간 첫 만남은 미국이 실무협상 장소로 제안한 빈(오스트리아) 등에서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