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4일 당시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밝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자리에서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교착상황에 빠졌던 북미 대화 흐름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급(急) 반전되자 여당은 이를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의 동력으로 삼는 모양새다. 추석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수구 냉전 세력 그 자체"라며 태도 전환을 압박했다.
대북 문제와 관련, 한미 공조 이상 기류를 줄곧 지적해왔던 범(凡) 보수 진영으로선 기존의 강경 기조를 유지하기도, 폐기하기도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는 평이 나온다.
한국당은 '지지율을 이유로 안보 문제에서 물러서선 안 된다'는 기조로 비준동의안 처리에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곤 있지만, 내부에선 신중론도 혼재한다. 평양선언을 혹평했던 바른미래당은 추석을 거치며 '비준 동의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7일 추석 연휴 이후 첫 정책조정회의에서 "연휴 기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굳건한 동맹을 재확인 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동의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뜻을 명확히 했다. 전 세계가 한반도에 평화 시대가 열리길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고 운을 뗐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보이는 모습은 평화, 번영보다 대결과 전쟁을 부추기는 냉전 수구세력 그 자체"라며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은) 평화체제를 지지하는 정당과 함께 공동 대응, 실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한국당을 '반(反) 평화세력'으로 규정한 셈이다.
한국당은 '강 대 강'으로 맞섰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남북 관계 진전 과정에서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잘 살기 위한 평화론'으로,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존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론'으로 여권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에서 평화를 부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면서도 "평화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편히 잘 살기 위해서 있는 것인데, 이것이 아니라면 강제된 평화고 불안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 물자, 산업, 인력이동이 자유로워지면 남쪽에 있는 대한민국 한계기업, 제조업은 어디로 이동하겠나. 다 북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평화를 이야기한다면 일자리 유지를 위한, 산업구조에 대한 면밀한 고민이 보여야 하는데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이번 평양회담에서의 군사부분 합의 내용은 NLL 등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대국민 설명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엔 전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을 내세웠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비판할 것은 하겠다는 것"이라며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도 정부가 어설픈 재정추계로 국회에서 비준하겠다는 건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에선 "미국이 향후 평화협정 등을 수용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위기의식도 감지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권'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던 데서 경제 문제를 접목한 '김병준식 비판론'으로 접근법을 달리한 것도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비춰져선 곤란하다는 고민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의 미묘한 입장 변화도 한국당으로선 부담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전날 "앞으로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 가시화 될 것으로 생각하고,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문점 선언 뿐 아니라,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 합의서 등을 포괄적으로 동의하고 비준하는 방법에 대해 국회에서 의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비용 재추계 등을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동의 입장이지만, '논의를 시작하자'는 게 한국당과의 차별지점이라는 게 원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도 비준동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혼재하는 가운데 내달 2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