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검찰이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77)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돈과 결부된 "상투적인 이미지 함정에 빠진 것을 참을 수 없다"며 "사적인 이익을 탐한 적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남용하고 사유화하는 등 권한을 행사해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또 벌금 150억원과 추징금 111억4131만여원도 함께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기관과 공직을 사익 추구에 동원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와 직업 공무원제 등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 가치를 유린했다"며 "그 결과 범죄로 구속된 역대 네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돼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잘못을 참회하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측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했다"며 "대법원 양형기준을 참작해 구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15분에 걸친 최후진술을 통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 내용은 대부분 돈과 결부돼 있다"며 "이는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불릴 만큼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았고 국회의원, 서울시장,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돈과 권력을 부당하게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부정부패, 정경유착은 제일 싫어하는 것이고 그것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저에게 너무나 치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도 "다스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진 적이 없고, 배당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삼성이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했다는 것도 수사를 통해 처음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재산은 집 한 채가 전부로 검찰에서 혐의를 두는 그런 돈은 알지 못한다"며 "저에게 덧씌워진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살아온 과정과 문제로 제기된 사안의 앞뒤를 명철하게 살피면 꿰뚫어 볼 수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349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횡령하고,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기소됐다.
또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67억원 상당을 대납하게 하고 재임 기간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7억원 상당,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에게서 자리 대가로 36억여원 등 110억원대 뇌물을 챙긴 혐의도 있다. 이 밖에 3402건에 이르는 대통령 기록물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영포빌딩에 불법으로 유출해 숨겨두는 등 모두 16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 가운데 핵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삼성 소송비 대납 등 뇌물수수 혐의가 될 전망이다.
법원이 유죄로 판단할 경우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검찰 논리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
또 대법원 양형기준을 보더라도 뇌물수수액이 5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징역 11년 이상이고 횡령액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징역 11년에 달해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 전 대통령 최후 변론이 끝나자 일부 지지자들이 진실을 밝혀진다고 소리치거나 박수를 치다가 제지를 받기도 했다.
양측의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를 다음 달 5일 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