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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 깃발 든 손학규, 내부 노선투쟁에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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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비준 '협조 입장'에 지상욱 공개 반발
손학규 "협치 될 때 적극 협조" 봉합 나섰지만…
이언주 "협치 운운할 게 아니다" 비판 가세
각종 현안 둘러싸고 '진보·보수' 갈등 재현 가능성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손학규 신임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당내 '화학적 결합'을 내세웠지만 취임하자마자 내부 노선 투쟁으로 '가시밭길'을 걷는 모습이다.

정치개혁의 일환이라며 내놓은 선거구제 개편 구상부터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협조 입장까지 건건이 당내 즉각적인 반발에 직면하면서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수면 밑으로 가라 앉았던 정체성 갈등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손 대표는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도 깊이 있게 (여야 간) 내용의 합의가 있을 때 가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욕심만 갖고 종전선언을 빨리 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선 북한이 들어주겠나. 시간을 두고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평화도 협치라고 하면 야당과 깊이있게 내용을 협의하고, 거기서 합의된 것을 운영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정부 여당이) 야당과 남북관계 관련 사전 협의를 한 게 하나라도 있느냐"며 "제대로 협치가 될 때 야당도 적극 협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문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하루 전 입장과는 결이 다른 신중론이다.

손 대표는 전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선 "국제적 관계도 있고,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붙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남북평화 문제에 대해서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신임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러자 바른정당 출신인 지상욱 의원은 즉각 '완전한 비핵화 없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은 불가하다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공개 반발했다.

이런 엇박자가 드러난 상황이었기에 손 대표의 이날 '신중론'은 내분 조짐에 대한 수습 차원으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이번엔 이언주 의원이 "(손 대표가) 당내 협의를 전제로 깔긴 했지만 여전히 비준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인 듯 하다"며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문제제기에 나섰다.

이 의원은 오후에 게시한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상태에서 그냥 판문점 선언을 비준해 주자는 건 백지수표를 발행해 주자는 것으로, 국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방기하자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나아가 "상대는 장기집권을 꿈꾸며 야당을 궤멸시키겠다는데 어찌 미소가 지어지느냐"며 "국회야말로 지금은 협치 운운할 게 아니라 정신차리고 견제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지난 7월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정 직전 만나 정계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등 보수성향을 보이고 있다.

취임 일주일도 안 된 손 대표의 발언을 당내 인사가 공개 반박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가 당 대표 당선 직후 선거구제 개편 추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바른정당 출신 이준석 신임 최고위원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학생은 자기 공부하는데 신경을, 체력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는 것"이라며 "시험제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너무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신(新) 대표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불협화음이 노출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손 대표로선 자신이 강조한 '당의 화학적 결합'을 실질적 과제로서 조기에 마주한 셈이다.

그간 공개발언을 아껴왔던 지 의원은 물론, 이 의원까지 당장 대북 문제와 관련해 손 대표에 날을 세운 점을 두고 앞으로 '합리적 진보냐·개혁적 보수냐'를 둘러싼 노선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 의원과 유승민 전 공동대표, 이혜훈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일부 의원들은 지난 2일 전당대회 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손 대표의) 말은 당론으로 모아지고 나서 얘기가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당내 호남계 인사들의 경우, 보수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인사들도 있는데, (새 지도부가) 이런 거부감을 너무 의식한다면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조기 엇박자에 대한 당의 부담을 감안한 듯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최고위원 중에 바른정당 출신이 많다며 손 대표와 이견이 많은 것처럼 보도가 나오는데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손 대표와 90%가 일치하고 10%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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