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의 교묘한 덫…울타리 없는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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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당한 청소년이 범죄자라니①]
일기에 댓글달던 친절남, "노예하라" 돌변
여가부·시민단체 "성착취 부추기는 법, 고쳐야"

10대 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범죄는 사이버 공간에서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반면 착취 당사자인 성매매를 당한 청소년을 범법자로 규정하는 현행 아청법 조항은 매수남들에게 악용돼 피해를 키우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입법현황을 따져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성착취 당한 청소년이 범죄자라니', 3부작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성착취의 교묘한 덫…울타리 없는 청소년
(계속)


자료사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은혜(가명·당시 17세)양은 지난해 온라인 공간에 적어놓은 일기에 자신을 위로하는 내용의 댓글 여러 건을 발견했다.

평소 주변에 마음 터놓을 사람이 없던 은혜양은 댓글을 단 A씨에게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고민을 털어놨다.

은혜 측 고소장과 담당 상담기관 등에 따르면, 그러다 A씨로부터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 녹음파일을 보내주겠다. 대신 신체 일부를 찍어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처음에는 "무리한 요구"라고 선을 그었지만, 관계가 끊어질 것을 우려한 은혜는 "얼굴이 나오지 않게 찍으면 되지 않느냐"던 그의 꾐에 넘어갔다.

사진을 보내자 A씨는 돌변했다. "넌 이제 내 노예다. 말을 듣지 않거나 수신을 차단하면 학교에 알리고 페이스북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해 영상까지 찍어 보내라고 협박했다.

이어 은혜 영상을 웹하드에 올린 뒤 이를 캡처해서 보내며 "말을 듣지 않았던 다른 학생은 학교 홈페이지에 이런 사진이 올라가면서 퇴학을 당했다"고 엄포를 놨다.

은혜는 결국 십대여성인권센터 상담소를 찾아 변호사를 만났고, 협박과 아청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A씨가 누구인지 특정조차 하지 못하고 최근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은혜와 A씨가 대화한 메신저가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 진척이 어렵다"며 "일단 해당 국가에 공조수사 요청을 해둔 상태고 그때까지 잠정적으로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은혜 사례를 비롯해 청소년의 성을 착취하는 범죄는 IT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청소년 상담기관에는 성매매 관련 상담을 오는 10대 중 이와 같은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자료사진)

 

청소년 성매매가 '조건만남'이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수년째 지적됐지만 여전한 실정이다. '조건팅', '원나잇톡'이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채팅앱이 '17세 등급'으로 이용될 정도다.

최근에는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서 청소년에게 별풍선을 주고 신체 노출을 지시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고 한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정부 위탁을 받아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개인방송을 통해 성매매가 이뤄지는 정황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여성가족부와 시민단체들은 성매매 대상이 된 상당수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보는 현행 아청법 조항이 이런 성착취를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가부는 아동·청소년을 처벌하기보다 '성착취 피해자'로 규정하자는 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만큼 국회 논의중인 관련법 개정안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성매매 피해자,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의 이름이 범죄자로 올라가거나 어디 가서 몇 시간씩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며 "매수자, 알선자들은 이를 악용해 '가족이나 SNS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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