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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님, 돌아가신줄로만 알았는데" 68년만에 재회하는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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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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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계기 이산가족 2회차 상봉 오늘부터 시작
폭격에 돌아가신 줄 알았던 큰형님 68년만에 만나
이모에게 졸업장 드리라는 어머니 유언 지키게 된 딸
2박3일, 12시간에 걸친 눈물의 상봉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이산가족들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8.15를 계기로한 이산가족 2회차 상봉이 24일부터 시작된다.

북측 이산가족들이 애타게 찾던 우리측 가족을 만나는 2회차 상봉에서도 금강산은 눈물바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전쟁통에 돌아가신줄 알고, 찾지도 않았는데…"

세상을 떠난 줄만 알았던 큰형님이 북쪽에서 동생들을 찾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4형제 중 둘째인 목원선(85) 할아버지와 셋째 목원구(83)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막내 동생은 몇년 전 고인이 됐지만, 형제는 이번에 68년만에 다시 재회하게 된다.

큰형은 6.25전쟁이 발발하고 한달 쯤 지난시기에 인민군에게 강제 징집됐다. 목원선 할아버지는 "인민군들이 형에게 다가와 '동무 잠깐만 봅시다'라고 말었다. 형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저기 가서 얘기좀 하자'며 끌고 갔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형님을 더는 볼 수 없었다. 형과 함께 끌려갔다 돌아온 형의 친구는 '너네 형 원희는 죽었다'고 말했다.

북측으로 끌려가던 중 미군 폭격을 받아 형님이 숨졌다는 절망스러운 소식, 가족들은 그 뒤 형을 가숨에 묻고 살았다. 예의바르고 똑똑했던 맏이가 전쟁통에 사망하자 집안도 풍비박산이 났다고 한다.

그런데 68년이 지난 지금, 북측에서 김인영(86)이라는 사람이 형제를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형은 목원희라는 이름을 김인영으로 바꾼채 살아있었던 것이다.

어안이 벙벙한 상황. 목 할아버지는 "형은 전쟁 때 사망한 줄로만 알고 형을 찾아보려하거나,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형이 끌려간 뒤 국군에 자원입대 했던 목 할아버지는 "그때 형하고 총부리를 마주잡고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며 "하여간 이제 살아있다고 그러니 기가막힐 노릇이다"고 탄식했다.

김인영이라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으로 돌아온 형, 목씨 형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봉을 기다리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름은 왜 바꾼건 지' 묻고 싶다고 한다.

◇ "큰이모 졸업장 드리라는 어머니 유언 지킬 수 있게 돼"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제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김춘식(87) 할아버지가 북측 동생 김춘실(77)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김향미(52)씨는 이번에 북측 이모 신남섭(81) 할머니를 만나게 돼 어머니의 유언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김씨의 어머니가 초등학교 4학년일 때, 전쟁이 났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가족들은 따로 피난을 가게 됐다. 고향이었던 충북 충주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외할아버지와 함께 움직였던 큰이모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이, 김씨의 어머니는 지난 2000년에 돌아가실 때까지 자신의 아버지와 언니가 보고싶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처음부터 했었지만, 매번 어머니의 기대는 외면당했다.

그래서 18년이 지나 북측에서 먼저 온 연락을 받은 김씨는 어머니의 유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는 "어머니께서 들고간 피난가방에 큰이모의 (초등학교) 졸업장, 상장 등이 들어있었다. 그동안 다른 짐들은 잃어버리기도 했는데 졸업장 만큼은 꼭 간직하고 계셨다"고 말했다.

혹시나 큰이모를 만나게 되면 꼭 전해달라고 했던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 이번에 전달할 수 있게 돼 뭉클하다고 한다.

◇ "업어 키웠던 사촌동생 이제서야 보는구나"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제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한신자(99) 할머니가 북측 딸 김경실(72), 김경영(71)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 가족처럼 지냈던 사촌동생이 자신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은 송종호(85) 할아버지는 요새 계속 눈물이 난다.

평소에도 사촌동생 '창호'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던 그는 죽기전에 만나게 됐다며 눈물이 더 많아졌다.

송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거의 업어키우셨고, 친동생보다 더 가깝게 느끼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쟁이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서울에서 사업을 했던 사촌동생의 집안은 남북군인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먹여주고 재워줬다.

그런데 이웃 누군가가 특무대(방첩대, 현 국군기무사령부)에 이 사실을 신고한 것이다.

송씨는 "신고가 들어갔으니 사형을 시키라"는 소리를 전해 듣고는 사촌동생 집안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결국 사촌동생 송창호 씨 일가는 1.4후퇴 때 북쪽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로 생이별이 시작됐다.

송씨는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 적힌 은반지를 선물로 주고 싶지만, 고가의 선물을 전해줄 수는 없다고 해 고민이 많다.

대신 자신이 일곱살, 사촌동생이 서너 살 때 찍은 사진 등 가족사진이 담긴 사진 첩을 들고가 보여줄 생각이다.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2회차 행사에서는 83명의 북측 이산가족이 애타게 찾던 우리측 가족을 만나게 된다.

1회차 상봉과 마찬가지로 2박 3일간 모두 여섯 차례, 12시간의 상봉을 진행한다.

금강산을 찾는 남측 가족 330여명은 전날 강원도 속초에 마련된 숙소에 집결해 방북교육과 건강검진 등을 받았다.

이들은 24일 오전 9시 숙소를 출발해 오후 3시 금강산 호텔에서 꿈에 그리던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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