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의 정책자문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정치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금의 안정적인 운용을 이유로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여권 안팎에서는 '제2의 최저임금 사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알려진 위원회 최종 권고안에 따르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국민연금 재정은 당초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에 고갈될 예정이다.
이에 개선안에는 재정 안정을 위해, 연금을 받는 나이를 65세에서 68세로 늘리고, 2033년까지 연금 가입 상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해 보험료를 5년 더 내도록하는 안이 담겼다.
또 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수준인 소득대체율과 관련해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안'과 '현행 유지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인상안은 소득대체율은 45%로 고정한 채 보험료만 인상하는 것을, 현행 유지안은 예정대로 2028년 소득대체율을 40%까지 자동으로 내려가도록 해 기금 소진을 최대한 연장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래 세대에 시한폭탄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급히 결정해야 할 과제이지만 결정이 쉽지 않다. 어느 쪽이든 지난해 민주당의 대선 공약인 '소득대체율 50%'에 미달하는 데다 인상안은 보험료 인상을, 유지안은 소득대체율 하락을 가져와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과 가입연령 상향, 수급개시 연장 등 가입자의 부담은 늘리고 혜택은 줄이는 개선안 내용이 보도되면서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은 물론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비난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결론을 낼 경우 최근 최저임금 논란 등으로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더욱 곤두박질 칠 수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수급연령 상향 등 연금 개혁 단행의 역풍으로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내준 사례는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의 개혁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정부·여당을 향한 비난은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당권 주자로 나선 김진표 후보는 "국민의 가장 불안해하는 요소를 건드렸다. 연금 받는 시기를 늦추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6%를 넘던 운용수익률이 1% 이하로 떨어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식의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야당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던 과거의 재판인 셈이다.
민주당은 야권과 여론의 비난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 개혁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 만들자며 공을 다시 정치권 전체로 던졌다.
2015년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과 공무원연금 개혁에 합의하면서 설치했던 공적 연금 사회적 기구와 유사한 방식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홍영표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편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인데, 지난 10년 보수정권에서는 차일피일 미뤄왔다"며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체'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제안은 지난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지지율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당을 살리기 위해 출범한 김병준호가 민심을 얻기 위해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는 시금석 또한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보험료 인상이 골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정부 발의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오는 10월 국회로 넘어올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논의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논의 주체를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체로 넓히게 되면 논의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 복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사회적 논의 기구에 대해 "여론의 부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에 노사정 등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가 필수"라며 "10월에 법안이 넘어온다고 해도 논의 시간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