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기 순경이 돈뭉치를 A씨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의 한 지구대 경찰관들이 관내 60대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실수로 쓰레기더미에 버린 전 재산을 찾아줘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초복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7일 오후 7시 40분쯤. 부산 부산진경찰서 당감지구대에 한 60대 여성이 얼굴에 비지땀을 흘리며 들어섰다.
"기초수급비를 아껴 5년 동안 모은 전 재산 500만원을 골목길 쓰레기 더미에 버렸는데, 찾지를 못하겠어요"
전후 사정은 이랬다.
평소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어 일을 할 수조차 없는 A(60·여)는 5년 전부터 기초생활수급비를 아껴 500만원을 모아 현금으로 보관했다. 혹시나 큰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A씨는 쓰레기 봉투 구입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들고 다니며 골목길 여유가 있는 쓰레기 봉투에 조금씩 나눠 버려왔다.
이날도 골목을 돌며 쓰레기를 버리던 A씨는 검정봉투에 든 현금 500만원을 실수로 가방에서 꺼내 쓰레기 봉투에 버렸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현금이 사라진 사실을 안 A씨는 주위 쓰레기 봉투를 뒤졌지만 돈을 찾지 못하자 지구대 문을 두드린 것이다.
A씨로부터 전후 사정을 들은 당감지구대 소속 백혜진 순경과, 정민기 순경은 곧장 A씨와 함께 골목길로 뛰어 나갔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마스크도 없어 악취가 코를 찔렀지만 쓰레기 수거 차량이 오기 전에 돈뭉치를 찾아야 한다는 급박함에 두 순경의 손길은 빨라졌다.
백 순경 등은 20여 개의 쓰레기 봉투를 뒤져 나가던 중 마침내 A씨의 돈뭉치를 발견했다.
돈뭉치를 건네받은 A씨는 "내 목숨을 살렸다"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