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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 추인하려다 난장판 된 한국당 의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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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퇴진' 요구한 심재철 '치부' 드러내 역공
친박계 집단 반발 "권한대행 전횡 눈 뜨고 못 보겠다"
비박계, 김병준 등 비대위 추인 내주 강행할 듯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후반기 자유한국당 국회부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심재철 의원에게 부의장 선출 후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며 만류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또 막장 싸움으로 국회에서 소란을 피웠다. 당초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5명의 비대위원장 후보를 보고할 계획이었지만,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에 가로막혀 논의의 특별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의총장은 난장판으로 비화됐다. 일부 중진 의원들과 친박계는 김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고 있는 반면, 비박계는 비대위 준비위원회를 통해 마련한 비대위원장 안건을 밀어붙일 태세다.

◇ 동료 의원 앞 '수모' 겪은 심재철…친박계 "김성태 전횡, 출당시켜야"

갈등의 조짐은 의총 전부터 시작됐다. 의총장에는 지난해 12월 김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에 앞서 정견 형식으로 동료 의원들에게 배포했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문건 형태로 작성돼 나돌았다.

해당 문건에는 김 원내대표가 향후 "중간평가를 받겠다. 재신임을 받겠다"고 공약한 구절이 포함돼 있다. 김 원내대표가 공동 선거책임자로 치른 지난 6‧13 지방선거의 대패 등으로 사퇴하거나, 말 그대로 '대행'으로 권한을 국한해야 한다는 친박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심재철 의원은 이를 근거로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의총 중간 밖으로 나와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 구성까지 마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사퇴의 근거에 대해 선거 패배의 책임 외에 ▲당 대표 궐위 뒤 60일 이내 선출 당헌 위반 ▲비대위 준비위 설립 근거 부재 ▲상임 전국위 소집 없이 전국위를 소집한 절차적 부당성 ▲이국종 아주대 교수 비대위 추천 과정에서 당을 희화화 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실제 4시간 넘게 진행됐던 의총 현장에선 국회 부의장 후보로 이주영(5선) 의원을 선출한 것 외에 대부분의 시간이 김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한 논박으로 채워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사퇴할 것을 요구한 심 의원을 비롯해 김태흠‧이장우 등 친박계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만 선출하고, 비대위에는 참여하지 말 것으로 요구했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 당연직 최고위원들은 비대위가 구성돼도 자동으로 참여하게 된다. 비대위에 관여하지 말라는 얘기도 시간의 말미를 약간 더 줬을 뿐 결국 사퇴하라는 주장과 같다.

반면 바른정당으로 탈당했다가 한국당으로 돌아온 비박계 복당파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 엄호에 나섰다. 3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찬반으로 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비대위의 구성 시점과 활동 시한, 권한의 범위 등 당초 준비한 안건은 꺼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 마무리 발언을 했다.

복수의 의원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 달 넘게 참았다. 더 이상 내 거취를 문제 삼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어 표적을 자신을 겨냥했던 심 의원으로 이동시켜 정조준했다.

그는 심 의원에게 "우리 당 몫의 국회 부의장으로 역임하며 후배 의원들에게 해준 일이 무엇이 있느냐"는 취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심 의원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과거 '누드사진 감상' 사건을 거론하며,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격하게 비난했다.

심 의원은 과거 2013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누드 사진을 보는 장면이 촬영돼 논란을 빚었던 일화를 겨냥한 것이다. 한 참석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이 X'이라고 고함치며 인신공격했다"며 험악했던 상황을 전달했다. 김 원내대표가 주먹다짐 직전 분위기까지 연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를 지켜봤던 의원들은 "같은 의원으로서 수치스러워서 입에 담기도 싫은 말이 나왔다"며 당시 분위기를 묘사했다. 김 원내대표의 공격을 받은 심 의원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선출을 의총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의총 얘기하지 마십시오!"라며 격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날 의총에서 비대위 문제 대신 자신의 거취만을 문제 삼은 친박계에 불편한 감정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도 지지 않고 김 원내대표의 거취를 계속 문제 삼을 뜻을 내비쳤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제 멋대로 하겠다는 식인데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중진급 범(凡)친박계 의원은 "설령 비대위가 추인된다고 하더라도 오늘 김 원내대표가 했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회부해 출당시켜안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성태 등 비박계, '혁신' 비대위 강행 등 정면돌파 예고

하지만 김 원내대표 등 비박계는 예정대로 오는 17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비대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방침이다. 비대위 준비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5명의 비대위원장 후보를 의총에서 추릴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압축할지 고민 중이라면서도 "원래 당 대표 권한대행의 권한이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가 직권으로 비대위 추인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비박계의 자신감은 지난 탄핵 사태와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수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홍준표 전 대표가 원외 인사들의 지역구를 물갈이한 효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친박계도 이날 거론된 비대위원장 후보 중 수용할 수 인물이 추천될 경우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내 전운이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다. 김 교수 외에 박찬종 전 의원, 이용구 중앙대 명예교수, 김성원‧전희경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다.

한국당은 오는 17일 전국위 소집 전 16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의총을 다시 열 계획이다. 이날 계파 간 첨예한 갈등이 재확인됨에 따라 다음 의총에서도 분란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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