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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경찰 공권력…흉기에 찔리고 폭언·폭행 피해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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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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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이 공권력 무시 조장"…민원·감찰 의식해 물리력 사용 꺼려
결국 피해는 국민 몫…"현장 상황 맞는 적절한 공권력 사용 검토해야"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에게 막무가내로 흉기를 휘두르거나 무차별적 폭언·폭행을 가하는 공권력 침해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선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에게 모욕이나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지만 솜방망이 처벌 등이 공권력 무시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경찰관과 시민 안전을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공권력을 제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공무 수행 중 피습 다반사…전체 공상의 30% 차지

지난 8일 경북 영양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양파출소 소속 김선현(51) 경위가 현장에서 40대 남성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함께 출동한 오모(53) 경위도 A씨가 던진 화분 등에 맞아 다쳤다.

김 경위 등 경찰관 2명은 A씨 어머니로부터 "아들이 살림살이를 부수며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A씨에게 '흥분을 가라앉히라'며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갑자기 변을 당했다.

지난 7일 광주에서는 조직폭력배 2명이 음식점에서 술에 취해 서로 다투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며 어깨와 가슴 등을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 관리대상 폭력조직원인 이들은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지구대·파출소 등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일선 현장에서 모욕이나 폭행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2016년 5년 동안 전국에서 경찰관이 공무 수행 중 다친 사례는 모두 1만345건에 달했다.

안전사고가 4천660건(45%)으로 가장 많았고 피습 2천875건(27.8%), 교통사고 2천546건(24.6%), 질병 264건(2.6%) 순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출동한 경찰관이 범인의 공격을 받아 다치는 경우가 해마다 전체 공상의 25∼30%를 차지한다.

경북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싸움을 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출동해도 아랑곳없이 계속 싸움을 하거나 말리는 경찰관에게 화풀이하는 것을 보면 공권력이 무너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씁쓸해했다.

◇ 부당한 민원·감찰이 현장 물리력 사용 꺼리는 요인

일선 경찰관들은 공권력 무시 행위를 조장하는 이유의 하나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꼽는다.

지난 1일 울산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떨어뜨린 테이저건을 집어 들어 경찰관을 향해 발사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건 당시 발사된 테이저건 침은 다행히 경찰관 팔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 지난달 7일 울산의 한 경찰서에서 경찰관을 폭행하고 집기를 파손한 50대 남성에게도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9일 경찰 내부게시판에서 한 경찰관은 "경찰관을 폭행하고 대항해도 법원에 가면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며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국민 법 감정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직무집행에 관한 법·규정의 비현실성, 사건 현장 초동대응을 담당하는 지구대·파출소 인력 부족 등도 현장 공권력을 무너지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한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지난달 5∼14일 지구대·파출소 경찰관 5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이 공무 수행 중 모욕이나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지만 민원에 시달리기 싫어 공권력 행사를 자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중 폭행이나 모욕을 당한 경험이 '20회 이상'인 직원은 3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회 미만 10회 이상'은 66명, '10회 미만 1회 이상'은 141명이었고 '없음'은 4명에 불과했다.

또 '출동 당시 현장 상황에 적합한 수준의 공권력을 행사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96명에 그쳤다. '미약한 수준의 공권력을 행사했다'는 422명이었다.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중복응답)로는 '강압이 있었다는 등 부당한 민원 제기에 시달리기 싫어서'가 365명으로 가장 많았다. '감찰·인권위원회 조사 등에 시달리기 싫어서'가 331명으로 뒤를 이었다.

영양파출소 소속 김 경위와 오 경위도 출동 당시 근무수칙에 따라 권총과 테이저건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다.

한 경찰관은 "현장 동료들은 우스갯소리로 '범인은 권총을 쏴 잡지 말고 던져서 잡으라'는 말을 한다"며 "현장은 긴박한데 어떻게 각종 매뉴얼을 모두 지키면서 범인을 제압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지난 5월 한 현직 경찰관은 공권력을 적극 사용해 현장에서 매를 맞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청원 글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출동을 나가 술 취한 시민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20번 넘게 맞았다"며 "내가 유독 많이 맞은 게 아니다. 전국 경찰관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경찰이 매를 맞으면 국민을 보호하기 힘든 만큼 도와달라"고 호소도 했다.

◇ 경찰 "현장 근무자 공권력 강화 여부 검토"

전문가들은 경찰 안전이 위협받으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이유로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담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모 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 경찰관들은 사후 책임 추궁 등의 이유로 정당한 물리력 행사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관 목숨과 일반 선량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공권력을 제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운 경북경찰청장은 "경찰관이 현장에서 공권력에 저항하는 부분에는 최소한의 무기나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해야 한다"며 "현장 근무자 공권력 강화 여부는 본청에서 검토하고 국민 공감대도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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