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아시아나 승무원)
여러분, 지금부터는 제가 노래 한 곡을 들려드릴 겁니다. 아시아나 항공의 승무원 교육생들이 스스로 개사를 해서 부른 곡이라는데 가사에 집중해서 잘 들어보시죠.
(노래)
"회장님을 뵙는 날, 자꾸만 떨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었죠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이 마음 아는지"
(KBS 보도 중)
들리셨어요?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이 마음을 아는지." 이런 내용들입니다.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 교육생들이 개사를 해서 부른 노래인데 그룹의 총수를 말 그대로 찬양하는 '찬양가'입니다. 한 번 장기자랑에서 재미삼아서 장난스럽게 개사한 거 아니냐, 이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이건 뿌리 깊은 이 회사의 문화다'라고 직원들이 증언을 한다면 상황이 달라지죠. 어제 아시아나 직원들이 모여서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아시아나 직원 한 분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제보자의 신원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음성변조 한다는 점은 양해를 부탁드리고요. 만나보죠. 나와 계십니까, 안녕하세요.
◆ 아시아나 승무원>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 노래가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누가 부른 노래입니까?
◆ 아시아나 승무원> 제가 봤을 때는 교육을 받고 있던 교육생들이 회장님이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시면서 교육생들도 방문을 하시거든요. 그것에 맞춰서 미리 준비한 노래와 퍼포먼스입니다.
◇ 김현정> 아, 그러니까 1년에 한 번 가는 야유회에서 부른 노래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 날 부른 노래?
◆ 아시아나 승무원> 네.
◇ 김현정> 아주 특수한 어느 해 어느 팀의 경우인 거예요, 아니면 우리 인터뷰하신 직원분도 비슷한 사례를 겪으신 거예요?
◆ 아시아나 승무원> 모든 승무원들이 똑같은 사례를 매달 겪어온 행사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매달 겪는 일이다?
◆ 아시아나 승무원> 네. 안 해 본 승무원이 아마 1명도 없을 정도로 통상 하고 있는, 관습이라고 해야 되나요?
◇ 김현정> 아니, 한 달에 한 번 본사에 회장님이 방문할 수 있죠. 잘 교육하고 있나 보려고. 그런데 그 자리에서 저런 퍼포먼스를 매달 모두 해요?
◆ 아시아나 승무원> 그러게요. 저도 참... 사실 자발적이란 말도 있는데.
◇ 김현정> 회사에서는 그렇게 말하더군요. 회장님이 오시면 자발적으로 승무원들이 모여서 준비해서 한 거다.
◆ 아시아나 승무원> 그런데 각 입사해서 엄청난 양들을 배우는 과정에서 그 와중에 회장님이 오신다고 해서 이제 입사한 승무원들이 내일 방문하실 회장님을 위해 노래를 불러드리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요?
◇ 김현정> 사실 그럴 정신이 없다는 그런 말씀이신 거죠? 자발적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시는 거죠.
◆ 아시아나 승무원> 네. 그리고, 그나마 자발적이었을 수도 있었던 적이 한 차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입사 후에 회장님의 첫 방문 때는 그나마 저희가 설레고 기쁜 마음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대기업의 그룹 회장님이 우리 같은 신입사원을 직접 만나러 온다고 하시니 너무나도 감사드리고 설레는 일이었는데 그게 매달 반복되면서 회장님의 입맛에 맞게 저희가 노래를 개사를 하고 너는 울고 너는 안기고 너희는 달려가서 팔짱끼어라, 등의 주문들을 들으면서 이 행위는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저는 지금 들으면서도 좀 귀를 의심했는데 회장님이 교육생들한테 방문하면 너는 울고 너는 웃고 너는 안기고 이런 걸 다 역할분담을 해서 준비를 한다고요?
◆ 아시아나 승무원> 네, 미리 준비를 합니다.
◇ 김현정> 누가 그걸 지시합니까, 그렇게 하라고.
◆ 아시아나 승무원> 교육생들의 입장에서는 교관님들에게 그런 주문을 받고요. 그게 더 나아가서는 교관님들은 그 윗분들에게 지시를 받고. 회장님이 좋아하시는 거에 따라서 점점 내려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김현정> 직접적으로 지시를 받는 건 교관이지만 아마 교관도 간부들의 지시를 받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신단 말씀.
◆ 아시아나 승무원> 그렇죠.
◇ 김현정> 일단 회장님이 방문했다, 교육생들 앞에 나타났다 그러면?
◆ 아시아나 승무원> 일단 제가 보고 제가 겪은 내용들만 말씀드리면 회장님이 들어오시면 교관님들부터 눈물을 흘리십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저희가 멀뚱멀뚱 가만히 있겠습니까?
◇ 김현정> 잠깐만... 왜 눈문을 흘려요?
◆ 아시아나 승무원> 너무 감동적이고 고마운 마음으로 그렇게 눈물을 흘린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웃음)
◇ 김현정> 보셨어요, 직접 눈물 흘리는 걸?
◆ 아시아나 승무원> 네, 제가 직접 본 얘기들만 지금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웃음)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이해가 잘 안 가는데. 일단 회장님이 들어오면 교관님들이 눈물을 흘리고.
◆ 아시아나 승무원> 일단 회장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3-4명 정도를 골라서 회장님이 복도에서 걸어오실 때 달려가서 반기는 역할을 정합니다. 누구 씨는 왼쪽 팔짱 끼고 누구 씨는 오른쪽 팔짱을 끼고 딱 붙어서 모셔오라고 합니다. 멘트는 "회장님 이제 오셨습니까, 회장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습니다." 등등 이런 멘트들을 하면서 모셔오면 회장님을 가운데 끼고 삥 둘러서서 "몇 기 누구입니다." 기수와, 이름 준비했던 멘트를 합니다. "회장님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어젯밤 꿈에 회장님이 나오실 정도였습니다. 회장님 사랑합니다." 등등 모두가 중복되지 않도록 사전에 교관님 앞에서 한명씩 다 연습을 합니다.
◇ 김현정> 이 멘트를? 겹치지 않게 해야 돼요?
◆ 아시아나 승무원> 미리 정해오고, 사전에 연습까지 하고요.
◇ 김현정> 리허설 하고.
◆ 아시아나 승무원> 삥 둘러싸서 밀착한 후에 회장님 말씀을 듣고요, "이제 가야겠다." 라는 말씀을 하시면 저희는 벌써 가지 말라고 사진도 찍어달라고 말씀드리고 계속 더 계시다가 가시라고 계속 조릅니다.
◇ 김현정> 계획적으로 준비를 하는 거예요?
◆ 아시아나 승무원> 회장님께서 우리와 얼마나 오래 있느냐에 따라서 간부들의 만족도가 커지고 회장님 기분이 너무 좋으시다 등등 이런 말씀을 해주십니다.
◇ 김현정> 그게 특수한 어떤 기수에서 한 번 있었던 일이 아니라 모든 기수가 매번, 매달 이렇게 한다는 얘기예요?
◆ 아시아나 승무원> 안아드릴 때 "회장님 한 번만 안아주십시오."라는 말은 삼가하라고 합니다. 한 번만이라는 게 회장님께서 기분이 나쁘실 수 있으니까. 이 정도까지 말씀을 하시거든요.
◇ 김현정> "회장님 한 번만 안아주세요." 할 때 한 번만은 빼라. 두 번 안을 수 있고 세 번 안을 수도 있는데 한 번이라고 하면 기분 나쁘실 수도 있다, 이런 얘기를 들으셨어요?
◆ 아시아나 승무원> 네.
◇ 김현정> 이게 지금 다른 사람한테 들은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들으신 것만 얘기하시는 거란 말이죠?
◆ 아시아나 승무원> 네. 제가 듣고 보고 제 앞에 있는 동기한테 하는 말, 이런 것만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이건 마치 무슨 독재국가에서 독재자한테 기쁨조가 하는 행동 같은, 이런 걸 연상케 하네요.
◆ 아시아나 승무원> 네, 사실 이런 세태에 대해서 가장 창피한 사람들은 직접 하는 저희 승무원들이거든요.
◇ 김현정> 싫다고 하시면 안 됩니까? 거기서 못 하겠다.
◆ 아시아나 승무원> 그럴 용기도 감히 아무도 없고요. 이제 사실 저희가 처음에는 인턴으로 계약직으로 입사를 하게 되는 거잖아요. 1년 동안 계약기간 지나고 그때 소정의 심사로 정직원으로 전환이 되는 시스템인데 그런 와중에 저는 못하겠다, 저는 안 하겠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럼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도 있는 신분이 교육생 신분이기 때문에.
◆ 아시아나 승무원> 그렇죠.
◇ 김현정> 승무원이 되고 난 뒤에도 이런 식의 문화가 회사 내에 존재해요?
◆ 아시아나 승무원> 비행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회장님이 사원을 방문하시는 순간 모든 업무, 모든 교육은 스톱입니다. 누구 하나 비행 준비를 하고 있는 승무원이 없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있기 위해서 다른 걸 하고 있는 승무원들을 그쪽으로 다 보내고 교육생 때만큼 그렇게 봉사를 한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데 알아서 잘 준비해야 와야하는 분위기? 너네도 다 알지 않느냐, 이런 분위기.
◇ 김현정> 지금 승무원 한 분의 증언을 들으셨는데요. 주말에 직원들의 집회가 두 차례 열렸는데 이런 문제 말고 또 어떤 문제들이 지적이 됐나요?
◆ 아시아나 승무원> 일단 지금 계속되고 있는 기내식 대란이 가장 큰 이슈였던 것 같습니다. 안정되었다고 회사에서 말씀을 하시는 것은 음식이라는 게 실린다는 거, 그리고 기내식으로 인한 비행 지연은 없다는 거, 이 두 가지만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아니, 지금 회사의 문화에 대해서 우리가 들었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정리가 됐으면 하세요, 직원들은?
◆ 아시아나 승무원> 일단 저희가 근무를 하면서 정말 사소한 실수로 인해서 손님에게 컴플레인이 올 경우에 그 담당 승무원이나 담당 시니어 중 한 명이 꼭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소위 말해 쥐 잡듯이 잡습니다. 지금 이 기내식 대란으로 인해서 손님들과 승무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취하는 행동과는 너무 다른 이중잣대인 거죠. 떠넘기기, 감추기에 급급한 대응 말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제자리로 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책임을 져라.
◆ 아시아나 승무원> 사실 요구할 게 굉장히 많고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굉장히 많은데 일단 해결책과 저희가 당당하게 서비스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이라도 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대한항공에 이어서 아시아나에서도 갑질 문제가 터졌습니다. 아시아나의 경우는 기내식 대란으로 시작을 했는데 이 문제를 파헤치다 보니까 이런 문제까지 있었다는 걸 우리가 새로 알게 됐는데요. 왜 유독 항공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온 걸까 이걸 좀 생각해 보면 오랜 세월 동안 독과점을 지켜왔기 때문에 그만큼 기업 문화가 폐쇄적이고 재벌총수의 권력이 그 어느 회사보다 강했던 게 아닌가. 이런 분석도 해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용기 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도 얼른 정상화가 되고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고 개선되는 모습까지 기대하겠습니다.
◆ 아시아나 승무원>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 한 분 익명으로 만나봤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김현정의>